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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보이스피싱 관련 판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9. 10. 선고 2015노2516 판결

[사기·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위반·전자금융거래법위반][미간행]

【전 문】

【피 고 인】피고인

【항 소 인】피고인 및 검사

【검 사】권기환(기소), 강승희(공판)

【변 호 인】변호사 강철구(국선)

【원심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6. 12. 선고 2015고단2039 판결

【주 문】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양형부당)

여러 정상을 참작하면 원심의 선고형(징역 1년 6월 및 몰수)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나. 검사

1)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에 대한 사실오인, 법리오해

이 사건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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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출책이 타인 명의 계좌를 통해 타인의 정보를 입력하여 재산상 이익을 실현하는 행위도 이 사건 전기통신금융사기피해방지및피해금환급에관한특별법(이하 ‘이 사건 특별법’이라고 한다)위반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 사건 특별법상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타인의 정보를 입력하는 행위’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다.

2) 양형부당

여러 정상을 참작하면 원심의 선고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판단

가. 원심판결 중 무죄부분(이 사건 특별법위반의 점)에 대한 검사의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1)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중국에 있는 임(림)이라는 성씨를 가진 자(이하 ‘림‘) 및 국내에 입국한 공소외 2의 지시에 따라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보관된 타인 명의 체크카드를 꺼내 그 카드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금을 인출하여 위 림이 지정한 계좌로 입금하는 인출책 및 송금책이다. 피고인과 ‘림’ 및 위 공소외 2는, 대출회사 직원을 사칭하여 정부에서 시행하는 저리 대출을 해준다면서 이에 필요한 수수료 등을 입금하라고 권유하여 송금을 받은 뒤 이를 가로채는 방식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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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행을 저지르기로 마음먹었다. 그에 따라 위 ‘림’과 공소외 2는 피고인에게 타인 명의의 체크카드를 피고인에게 전달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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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속은 피해자들이 금원을 송금하면 그 직후 이를 인출하도록 연락하여 피고인이 인출하고, 피고인은 다시 인출한 금원 중 자신의 수수료 3%를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위 ‘림’이 지정한 계좌로 송금하기로 모의하였다.

피고인은 위 ‘림’, 공소외 2와 공모하여 2015. 4. 1. 10:40경 서울 영등포구 (주소 생략) 국민은행 ○○역지점의 현금인출기에 ‘림’의 지시에 따라 보관하고 있던 공소외 1(대판:공소외인) 명의 체크카드를 넣고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등 총 11회에 걸쳐 각 은행의 현금인출기에 비밀번호를 입력함으로써,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취득한 타인의 정보를 이용하여 컴퓨터 등 저장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① 이 사건 특별법 구성요건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하는 목적범으로 이 사건 특별법 제2조 제2호의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정의개념에 비추어 볼 때,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는 행위로서, 자금을 송금·이체하도록 하는 행위 내지 개인정보를 알아내어 자금을 송금·이체하는 행위’를 목적으로 하여야만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고, 이 사건과 같은 인출행위는 타인으로 하여금 자금을 송금·이체하도록 한 이후에 위 자금을 인출한 행위로서, 이미 이 사건 특별법 구성요건에서 정하는 목적이 실현된 이후에 이루어진 행위에 불과한 점, ② 이 사건 특별법 구성요건상 “취득한 타인의 정보를 이용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에서의 ‘타인’은 역시 위 정의규정에 의할 때, 위 제2조 제2호에서 기망·공갈의 상대방인 ‘타인’에 한정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점, ③ 이 사건 특별법 제15조의2의 신설 이유는 ‘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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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위도 처벌될 수 있도록 전기통신금융사기죄를 신설‘하는 데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현금인출 행위가 이 사건 특별법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피고인에게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당심의 판단

가) 이 사건 특별법(2014. 1. 28. 법률 제12384호로 개정되어 2014. 7. 29. 시행되는 것)의 관련 규정

제1조(목적) 이 법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정부의 피해 방지 대책 및 금융회사의 피해 방지 책임 등을 정하고, 전기통신금융사기의 피해자에 대한 피해금 환급을 위하여 사기이용계좌의 채권소멸절차와 피해금환급절차 등을 정함으로써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예방하고 피해자의 재산상 피해를 신속하게 회복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2. "전기통신금융사기"란 「전기통신기본법」 제2조 제1호에 따른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기망)·공갈(공갈)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는 다음 각 목의 행위를 말한다. 다만,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제외하되,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는 포함한다.

가. 자금을 송금·이체하도록 하는 행위

나. 개인정보를 알아내어 자금을 송금·이체하는 행위

3. "피해자"란 전기통신금융사기로 인하여 재산상의 피해를 입은 자를 말한다.

4. "사기이용계좌"란 피해자의 자금이 송금·이체된 계좌 및 해당 계좌로부터 자금의 이전에 이용된 계좌를 말한다.

제15조의2(벌칙)

①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타인으로 하여금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게 하는 행위

2. 취득한 타인의 정보를 이용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

②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③ 상습적으로 제1항의 죄를 범한 자는 그 죄에 대하여 정하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나) 판단

(1) 통상적인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죄 유형에서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게 하거나 입력하는 행위’는 두 가지 단계로 이루어진다. ① 첫 번째는 전기통신금융사기조직의 유인책들의 기망 또는 공갈행위에 기한 피해자의 사기이용계좌로의 송금·이체행위(이하 ‘송금·이체행위’라고 한다)로서의 정보 등 입력행위이고, ② 두 번째는 피해자가 송금·이체한 재산상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전기통신금융사기조직의 인출책들이 사기이용계좌에서 이를 인출하거나 또 다른 사기이용계좌로 이체하는 행위(이하 ‘인출행위’라고 한다)로서의 정보 등 입력행위이다.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보관하고 있던 체크카드의 비밀번호를 입력한 행위(인출행위를 위하여)로서, 이 사건의 쟁점은 2014. 1. 28. 법률 제12384호로 개정되어 신설된 이 사건 특별법 제15조의2(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고 한다)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취득한 타인의 정보를 이용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또는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타인으로 하여금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게 하는 행위)’를 송금·이체행위로서의 정보 등 입력행위만을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인출행위를 포함하여 ‘전기통신금융사기과 관련된 타인의 정보 등 입력행위’를 폭넓게 처벌하는 규정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것인지이다.

(3) 전기통신금융사기, 이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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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악영향과 그로 인한 피해는 매우 심각한 정도에 이르렀고, 날로 기승을 부리는 이러한 신종 사기범죄에 대하여 신속하고 엄정한 처벌로 대처해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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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처벌은, 유인책, 통장모집책, 인출책 등의 점조직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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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특성상 전체 조직을 검거하거나 형법상 사기죄 등의 기망수법과 피해자를 신속히 특정하기 쉽지 않아, 통장모집책이나 인출책이 검거되어 사기의 피해금임이 명백한 금전이 확보되더라도 단순히 접근매체의 보관, 양수의 전자금융거래법위반죄로만 기소되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만약 이 사건 처벌조항을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전기통신금융사기 범행에 관련된 인출책의 인출행위로서의 정보 등 입력행위만으로도 형법상 사기죄에 준하여 엄히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 형벌법규로 해석할 수 있다면 이러한 처벌의 공백문제가 해소될 여지가 있다.

또한 이 사건 특별법 제2조의 정의규정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의 ‘피해자’를 별도로 정의하고 있음에도 이 사건 처벌조항의 ‘타인’을 ‘피해자’로 표현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벌조항이 피기망자 등의 송금·이체행위만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타인’을 ‘피해자’로 한정하여 해석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즉 이 사건 처벌조항의 문언자체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과 같은 인출행위가 해당되지 않는다고 볼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는 한다.

(4) 그러나,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하여야 하고, 명문의 형벌법규의 의미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2도423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죄형법정주의의 엄격해석원칙에 비추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벌조항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한 피해자의 송금·이체행위에 해당되는 정보 등 입력행위만을 처벌하는 조항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 공소사실은 피해자의 송금·이체행위에 해당되는 정보 등 입력행위가 아닌 그 이후 인출행위에 해당하는 정보 등 입력행위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고, 달리 이 사건 처벌조항의 구성요건에 해당되는 행위가 인정된다고 볼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검사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

① 우선 이 사건 특별법의 개정이유에 따르면, 법 제2조 제2호의 개정이유 및 이 사건 처벌조항의 신설이유는 ‘전기통신금융사기 수법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범죄 대상을 불특정 다수인에서 타인으로 변경하여 불특정인 및 특정인 모두를 포함하도록 확대하고, 대출의 제공·알선·중개를 가장한 행위를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범위에 포함하며, 변종 보이스피싱행위도 처벌될 수 있도록 전기통신금융사기죄를 신설함’이다. 즉, 전기통신금융사기죄와 관련한 정보 등 입력행위만을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라고는 볼 수 없고, 형법상 사기죄, 컴퓨터등사용사기죄만으로 처벌할 수 없는 또 다른 사기죄, 즉 전기통신금융사기죄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② 이 사건 처벌조항의 구성요건인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1. 타인으로 하여금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게 하는 행위 또는 2. 취득한 타인의 정보를 이용하여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정보 또는 명령을 입력하는 행위’는, 이 사건 특별법 제2조 제2항에서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전기통신을 이용하여 타인을 기망·공갈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게 하는 가. 자금을 송금·이체하도록 하는 행위 또는 나. 개인정보를 알아내어 자금을 송금·이체하는 행위’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음에 비추어 보면, 정보 등의 입력행위의 유형을 전기통신금융사기의 두 가지 피해유형 구조(직접 송금·이체행위의 유형과 간접 송금·이체행위의 유형)에 맞추어 그 중 ‘정보 등의 입력행위’만을 직접 입력행위와 간접 입력행위로 나누어 구성요건화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만약 직간접의 송금·이체행위 뿐만 아니라 인출행위로서의 정보 등의 입력행위까지도 그 적용대상이 된다고 규정하고자 하였다면 전기통신금융사기의 피해유형 구조에 맞춰 구성요건을 나누어 규정할 실익이 없게 된다.

③ 또한 이 사건 처벌조항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목적’으로 한 정보 등의 입력행위를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고, 그 법정형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정하고 있는바, 이는 전기통신금융사기의 송금·이체행위로서의 정보 등 입력행위만으로도 기수에 이른 것으로 보아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여야 기수가 되는 형법상 사기죄, 컴퓨터등사용사기죄보다 그 구성요건을 완화시키고 법정형(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다소 상향하여 처벌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만약 이를 인출행위로서의 정보 등의 입력행위까지도 그 적용대상으로 해석한다면 법정형의 불균형이 있게 되어 이 점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불리한 확장해석이 될 것이다.

나. 쌍방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은 국내 초범이다. 기소된 이 사건 범행이 단 2일 동안 이루어진 것이고, 범죄로 인한 피고인의 직접적 수익이 비교적 경미한 것으로 보이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은 피고인이 이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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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에 이용되는 접근매체를 보관하다가 피해금액을 인출하여 준 건으로, 가담한 기간이 짧다고 하더라도,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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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직의 인출책으로서의 피고인의 가담정도는 결코 경미하다고 볼 수 없다. 점조직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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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의 특성상 전체 조직을 검거하거나 편취 금액을 환수하기 어려운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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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가 우리 사회 전체에 미친 악영향도 고려되어야 한다. 이 사건 피해액은 1,000만 원을 상회하는데, 당심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피해가 회복되지도 않았다.

그 밖에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범행 후의 정황, 피고인의 연령, 성행, 전과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 조건이 되는 제반사정이 원심과 비교하여 변화가 없고, 위와 같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볼 때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서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 및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따라서 피고인 및 검사의 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김수일(재판장) 김종복 이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