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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형사] 법정형에 하한이 설정된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따라 형을 감경할 때에는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유기징역의 경우 그 형기의 2분의..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7도14609 전원합의체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법정형에 하한이 설정된 후단 경합범에 관한 감경을 할 때에 형기의 2분의 1 미만으로도 감경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공2019상,1134]

 

【판시사항】

[1] 법정형에 하한이 설정된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따라 형을 감경할 때에는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유기징역의 경우 그 형기의 2분의 1 미만으로도 감경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피고인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의 범죄사실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위 판결확정 전에 향정신성의약품을 1회 판매하고 1회 판매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법정형인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중에서 유기징역을 선택하고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과 작량감경을 한 원심으로서는 형법 제56조 제4호, 제5호, 제6호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처단형인 징역 1년 3개월부터 11년 3개월까지의 범위 내에서 형을 정했어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에서 정한 감경을 할 때에는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위와 같은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을 벗어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다수의견]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이하 ‘후단 경합범’이라 한다)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형을 감경할 때에도 법률상 감경에 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어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 미만으로는 감경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처단형은 선고형의 최종적인 기준이 되므로 그 범위는 법률에 따라서 엄격하게 정하여야 하고, 별도의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형법 제56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가중·감경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성질의 감경 사유를 인정할 수는 없다.

형의 감경에는 법률상 감경과 재판상 감경인 작량감경이 있다. 작량감경 외에 법률의 여러 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감경은 모두 법률상 감경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 놓여 있다. 따라서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서 정한 감경도 당연히 법률상 감경에 해당한다.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의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는 규정 형식도 다른 법률상의 감경 사유들과 다르지 않다. 이와 달리 형법 제39조 제1항이 새로운 감경을 설정하였다고 하려면 그에 대하여 일반적인 법률상의 감경과 다른, 감경의 폭이나 방식이 제시되어야 하고 감경의 순서 또한 따로 정했어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 감경의 폭이나 방식, 순서에 관해 달리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도 법률상 감경 방식에 관한 총칙규정인 형법 제55조, 제56조가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② 후단 경합범에 따른 감경을 새로운 유형의 감경이 아니라 일반 법률상 감경의 하나로 보고,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에 있어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라야 한다고 보는 것은 문언적·체계적 해석에 합치될 뿐 아니라 입법자의 의사와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에도 부합한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의 반대의견] ① 법률의 해석에서 문언이나 체계만으로는 두 가지 가능성 가운데 어느 한쪽이 우위에 있지 않다면 그 목적과 지향점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법률의 문언과 체계뿐만 아니라 그 목적을 고려하면, 후단 경합범을 감경할 때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법률상 감경한 형의 하한인 ‘그 형기의 2분의 1’보다 낮은 형으로도 감경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② 후단 경합범에 관한 조항을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판결이 확정된 죄와 후단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비교하여 피고인이 별개의 절차에서 심판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 균형의 원칙과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은 형사책임의 기본원칙이다. 후단 경합범에 관한 이례적이고 독자적인 규정 형식은 후단 경합범을 심판하는 법원이 판결이 확정된 죄와 후단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비교하여 단지 별개의 절차에서 심판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후단 경합범을 처벌할 때 죄형 균형의 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 합당한 형을 발견하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독자적인 규정 형식과 내용,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한다.’는 것은 형평을 고려하여 적절한 범위에서 형을 감경하여 선고형을 정하거나 형을 면제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때 형법 제55조 제1항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른 감경을 할 때 형법 제55조 제1항의 제한을 받는다고 본다면 형평에 맞지 않는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① ‘감경’과 ‘면제’가 함께 규정된 경우에 ‘감경 또는 면제’는 분절(분절)적인 의미가 아니라 일체(일체)로서의 단일한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감경 또는 면제’에 의한 처단형의 범위는 그 하한은 ‘0’이 되고, 그 상한은 장기나 다액의 2분의 1로 되며, 달리 그 중간에 공백의 여지는 없다.

② 법정형에 하한이 설정된 경우 ‘감경 또는 면제’의 법률효과를 위와 같이 일체로서의 단일한 개념으로 이해하여 처단형이 ‘0’부터 상한까지 연속되는 것으로 보지 않고, 다수의견과 같이 ‘감경 또는 면제’를 분절적 의미로 이해하게 되면 ‘0’부터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라 감경된 하한 사이에 처단형의 공백이 생기는 결과를 초래하여 부당하다.

[2] 피고인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의 범죄사실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었는데, 위 판결확정 전에 향정신성의약품을 1회 판매하고 1회 판매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공소사실로 기소된 사안에서, 법정형인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중에서 유기징역을 선택하고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과 작량감경을 한 원심으로서는 형법 제56조가 정한 가중·감경의 순서에 따라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른 감경(제56조 제4호), 경합범 가중(같은 조 제5호), 작량감경(같은 조 제6호)의 순서로 가중·감경을 하되, 그 감경은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하여야 하므로 그 처단형인 징역 1년 3개월부터 11년 3개월까지의 범위 내에서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했어야 하는데도, 이와 달리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에서 정한 감경을 할 때에는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위와 같은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을 벗어난 징역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에 형법 제39조 제1항에서 정한 형의 감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7조, 제38조, 제39조 제1항, 제51조, 제55조, 제56조, 구 형법(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 제1항, 제2항(현행 삭제) [2] 형법 제37조, 제38조 제1항, 제39조 제1항, 제51조, 제55조, 제56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가)목, 제3조 제5호, 제58조 제1항 제3호, 제3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6도6627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변 호 인】 변호사 김현우

【원심판결】 대전고법 2017. 8. 25. 선고 2017노120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와 쟁점

가. 피고인은 2016. 12. 9. 대전고등법원에서 ‘2015. 3. 11.부터 2015. 8. 7.까지 33회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을 판매하였다.’는 범죄사실이 인정되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은 2017. 2. 10. 대법원의 상고기각결정으로 확정되었다(이하 ‘이 사건 전과’라 한다).

나. 대전고등법원에서 위 재판이 계속 중이던 2016. 11. 22. 피고인에 대하여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에 ‘2015. 10. 초순 향정신성의약품을 1회 판매하고, 2015. 11. 8. 향정신성의약품을 1회 판매하려다 미수에 그쳤다.’는 내용(이하 ‘이 사건 범죄’라 한다)의 각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의 공소사실로 이 사건 공소가 제기되었다. 이 사건 범죄는 향정신성의약품 매매와 매매미수에 해당하므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58조 제1항 제3호 같은 법률 제58조 제3항, 제1항 제3호가 각 적용되어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다.

다. 형법 제37조 후단은 “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를 경합범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39조 제1항은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이 경우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는 “유기징역 또는 유기금고를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라. 제1심은 이 사건 범죄에 대하여 각 유기징역형을 선택하고, 이 사건 전과 범죄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이하 ‘후단 경합범’이라 한다) 관계에 있다고 인정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법률상 감경을 한 다음,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에 따른 경합범 가중과 작량감경을 차례로 적용하여 산출한 처단형의 범위(징역 1년 3개월부터 11년 3개월까지) 내에서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였다.

마.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하였다. 즉 이 사건과 같이 금고 이상의 형(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인 경우를 제외한다)에 처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에 범한 후단 경합범에 해당하는 죄에 대하여 법정형의 하한이 정해져 있고, 그 죄에 대하여 정한 형과 판결이 확정된 죄에 정한 형이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에 규정된 ‘사형 또는 무기징역이나 무기금고 이외의 동종의 형’인 경우(이하 ‘쟁점 사안’이라 한다)에는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형을 감경함에 있어 감경 한도에 제한을 두어서는 아니 되므로 법률상 감경에 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형법 제37조 전단 경합범(이하 ‘전단 경합범’이라 한다)으로 처벌되는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공평하고 적절한 형을 정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원심은 이 사건 범죄에 대해 각 유기징역형을 선택하고, 이 사건 전과 범죄와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인정한 다음,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을 적용하여 경합범 가중을 하고, 이어서 형법 제39조 제1항을 적용하여 후단 경합범 감경을 한 다음 작량감경을 하였다.

바. 검사의 상고이유의 요지는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따라 형을 감경할 때에는 형법 제55조 제1항의 법률상의 감경 방식에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사. 이 사건의 쟁점은 쟁점 사안과 같이 법정형의 하한이 설정된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따라 형을 감경함에 있어 유기징역의 경우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를 적용하여 그 형기의 2분의 1 범위 내에서만 감경할 수 있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의 적용을 배제하여 그 형기의 2분의 1 미만으로도 감경할 수 있다고 볼 것인지 여부이다.

2. 대법원의 판단

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에 의하여 형을 감경할 때에도 법률상 감경에 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어 유기징역을 감경할 때에는 그 형기의 2분의 1 미만으로는 감경할 수 없다(대법원 2006. 12. 21. 선고 2006도662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대법원 판례는 타당하고 앞으로도 유지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1) 형의 양정은 법정형 확인, 처단형 확정, 선고형 결정 등 단계로 구분된다. 법관은 형의 양정을 할 때 법정형에서 형의 가중·감경 등을 거쳐 형성된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만 양형의 조건을 참작하여 선고형을 결정하여야 하고, 이는 후단 경합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도8376 판결 등 참조).

형법 제56조는 형을 가중·감경할 사유가 경합된 경우 가중·감경의 순서를 ‘1. 각칙 본조에 의한 가중, 2. 제34조 제2항의 가중, 3. 누범가중, 4. 법률상감경, 5. 경합범가중, 6. 작량감경’ 순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률상 감경을 먼저 하고 마지막으로 작량감경을 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법률상 감경 사유가 있을 때에는 작량감경에 앞서 하여야 하고, 작량감경은 이와 같은 법률상 감경을 다하고도 그 처단형의 범위를 완화하여 그보다 낮은 형을 선고하고자 할 때에 한다(대법원 1991. 6. 11. 선고 91도985 판결,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5도6120 판결 등 참조). 법정형의 하한이 설정된 범죄에 대하여 형법 제55조, 제56조가 적용되면 법률상 감경과 작량감경을 거치더라도 감경된 하한이 유지된다.

2) 위와 같은 형법 규정에 비추어 보면, 처단형은 선고형의 최종적인 기준이 되므로 그 범위는 법률에 따라서 엄격하게 정하여야 하고, 별도의 명시적인 규정이 없는 이상 형법 제56조에서 열거하고 있는 가중·감경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다른 성질의 감경 사유를 인정할 수는 없다.

형의 감경에는 법률상 감경과 재판상 감경인 작량감경이 있다. 작량감경 외에 법률의 여러 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감경은 모두 법률상 감경이라는 하나의 틀 안에 놓여 있다. 따라서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서 정한 감경도 당연히 법률상 감경에 해당한다.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의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는 규정 형식도 다른 법률상의 감경 사유들과 다르지 않다. 이와 달리 형법 제39조 제1항이 새로운 감경을 설정하였다고 하려면 그에 대하여 일반적인 법률상의 감경과 다른, 감경의 폭이나 방식이 제시되어야 하고 감경의 순서 또한 따로 정했어야 할 것인데 이에 대하여는 아무런 정함이 없다. 감경의 폭이나 방식, 순서에 관해 달리 정하고 있지 않은 이상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도 법률상 감경 방식에 관한 총칙규정인 형법 제55조, 제56조가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지극히 자연스럽다.

다. 후단 경합범의 문제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에 대하여 전단 경합범으로 동시에 판결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동시에 판결한 경우에 비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지만, 후단 경합범을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지는 기본적으로 입법정책에 달려 있다. 형 선고 단계에서 이를 고려할 것인지 말 것인지, 형 집행 단계에서 이를 고려할 것인지 말 것인지, 형 선고 단계나 형 집행 단계에서 이를 고려할 때 어떠한 방식으로 이를 고려할 것인지 모두 입법자의 의사에 따라야 하는 것이다.

형법 제39조는 형법 제정 당시부터 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현재와 같이 개정될 때까지 제1항에서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 제2항에서 “전항에 의한 수 개의 판결이 있는 때에는 전조의 예에 의하여 집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현행 형법 제39조 제1항이 후단 경합범과 전단 경합범 사이에 처벌의 불균형이 없도록 하고자 하면서도,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에 형법 제38조를 적용하여 산출한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전체형을 정한 다음 그 전체형에서 판결이 확정된 죄에 대한 형을 공제한 나머지를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에 대한 형으로 선고한다.’거나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에 대한 선고형의 총합이 두 죄에 대하여 형법 제38조를 적용하여 산출한 처단형의 범위 내에 속하도록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에 대한 형을 선고한다.’고 하지 않고,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고 정한 취지는, 앞선 두 경우와 같은 방법으로 전체형을 정하거나 처단형의 범위를 제한하게 되면, 이미 판결이 확정된 죄에 대하여 다시 심판하는 것이 되어 일사부재리 원칙에 반할 수 있고, 먼저 판결을 받은 죄에 대한 형이 확정됨에 따라 뒤에 판결을 선고받는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선고할 수 있는 형의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되어 책임에 상응하는 합리적이고 적절한 선고형의 결정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될 우려가 있음을 감안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합리적이고 적절한 선고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입법 형식을 취한 것이다(앞의 대법원 2006도8376 판결 등 참조).

위 법률 개정 과정에서 현행 형법 제39조 제1항의 내용에 ‘형법 제55조 제1항의 감경 한도 이하로도 감경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하한이 없는 감경을 가능하게 하려던 수정제안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즉 입법과정에서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에 있어 형법 제55조 제1항의 적용을 배제하려는 의견이 제시되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보면 후단 경합범에 따른 감경을 새로운 유형의 감경이 아니라 일반 법률상 감경의 하나로 보고,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에 있어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라야 한다고 보는 것은 문언적·체계적 해석에 합치될 뿐 아니라 입법자의 의사와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에도 부합한다.

라. 한편 형법 제39조 제1항 전문이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라고 규정한 것은 기존에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의 집행단계에서 전단 경합범과 형평을 고려해 오던 것을 형의 선고단계에서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정한다는 취지를 밝힌 것일 뿐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완벽하게 형평을 기할 수 있도록 감경 한도의 제한 없이 감경할 수 있다는 뜻을 선언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즉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한다고 정한 것은 법원이 판결이 확정된 죄와 후단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후단 경합범에 대한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형을 선고한다는 원칙을 선언함으로써 형의 양정(형법 제51조)에 관한 추가적인 고려사항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후단 경합범의 경우에 형의 양정 과정에서 판결이 확정된 죄와 후단 경합범을 함께 처벌할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이 정한 바에 따라 형의 감경 또는 면제 등을 통하여 최대한 형평에 맞도록 하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양형재량에 비추어 형의 감경만으로는 도저히 형평에 맞는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형을 면제하면 족하다. 후단 경합범에 대한 형을 감경할 것인지 면제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그 죄에 대하여 심판하는 법원이 재량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앞의 대법원 2006도8376 판결 등 참조). 따라서 법정형의 하한이 있는 범죄에서 감경을 하더라도 일정한 하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중대한 원칙에 반하여 처단형의 하한을 벗어난 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필요도 크지 않다. 이를 두고 법관의 양형재량이 중대하게 침해되었다거나 적절한 양형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후단 경합범에 대한 형의 감경에 있어 형기에 하한을 두는 것이 피고인에게 불이익하고, 형기에 하한을 두지 않는 것이 피고인에게 이익이 된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형의 하한을 없애어 형의 면제에 이르기까지 처단형이 연속되도록 한 후 형을 정한다면,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판결이 확정된 죄와 함께 처벌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하도록 하면서 형의 감경뿐 아니라 면제까지도 할 수 있게 한 법의 취지에 어긋나고 오히려 피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에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하면, 감경을 한 후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즉 형기의 하한이 있는 상태에서 형을 정하게 되는데, 이때 판결이 확정된 죄와 함께 처벌할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에 맞지 않는다고 보이면 형의 선고가 아니라 형의 면제를 선택하게 될 것이고, 이 형의 면제가 처단형의 하한을 없앤 형의 선고보다 피고인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바. 형의 면제는 처단형이 ‘0’인 경우가 아니다. 처단형의 획정은 형 선고의 전 단계에서 행해지는데 형의 면제는 범죄가 성립하여 형벌권은 발생하였으나 일정한 사유로 형벌을 과하지 않는 것, 즉 유죄판결이지만 형을 선고하지 않는 것이므로 처단형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후단 경합범에 관한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은 “이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지 ‘이 경우 형을 감경 및 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 않아 형의 감경과 면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임이 문언상 명확하다. 따라서 형의 감경을 선택하면서 형 면제의 결과를 반영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형의 감경에 하한이 없다고 본다면 형의 감경 외에 형의 면제를 독자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다.

3. 이 사건의 해결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법정형인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중에서 유기징역을 선택하고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과 작량감경을 하기로 한 원심으로서는 형법 제56조가 정한 가중·감경의 순서에 따라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른 감경(제56조 제4호), 경합범 가중(같은 조 제5호), 작량감경(같은 조 제6호)의 순서로 가중·감경을 하되, 그 감경은 형법 제55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그 형기의 2분의 1’로 하여야 하므로 그 처단형인 징역 1년 3개월부터 11년 3개월까지의 범위 내에서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이와 달리 원심은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에서 정한 감경을 할 때에는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위와 같은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을 벗어난 징역 6개월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형법 제39조 제1항에서 정한 형의 감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의 반대의견과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의 반대의견

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금고 이상의 형에 처한 판결이 확정된 죄와 그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 이른바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라 형을 감경할 때에 법률상 감경 한도를 정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는가?

법률의 해석에서 문언이나 체계만으로는 두 가지 가능성 가운데 어느 한쪽이 우위에 있지 않다면 그 목적과 지향점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이 사건에서 문제 되는 법률의 문언과 체계뿐만 아니라 그 목적을 고려하면, 후단 경합범을 감경할 때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법률상 감경한 형의 하한인 ‘그 형기의 2분의 1’보다 낮은 형으로도 감경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달리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른 감경에도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된다는 다수의견은 찬성하기 어렵다. 상세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나. 먼저 법률의 문언을 보면 후단 경합범의 경우에 법률상 감경에 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

형법 제39조 제1항은 후단 경합범의 선고형을 정하는 방법에 관한 규정이다. 이 조항 전문에서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에 대하여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할 것’을 선언하고, 후문에서 “이 경우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부가적으로 정하고 있다. 법관에게 후단 경합범에 관하여 반드시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할 의무를 지우면서 다만 필요한 경우에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함으로써 피고인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여기에서 ‘감경’은 ‘면제’와 함께 후단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는 수단으로 규정되어 있다.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은 그 앞에 있는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는 문구를 보충하는 것이고, 후문의 문구에 기초하여 전문의 의미 내용을 축소하거나 제한할 수는 없다.

이 조항 이외의 다른 법률상 감면 규정들(예를 들어 형법 제153조는 “전조의 죄를 범한 자가 그 공술한 사건의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 또는 자수한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라고 정한다)은 어떠한 감면 사유가 있으면 그 효과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 경우 감경의 대상인 ‘형’은 법정형을 뜻하거나 다른 법률상 감경 사유가 있는 경우 그에 따른 감경을 한 ‘처단형’을 뜻한다.

이에 반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은 전문에서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않은 죄가 있을 때’라는 요건을 정하고 ‘그 죄와 판결이 확정된 죄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는 요건 충족에 따른 효과를 정한 다음, 후문에서 그 방법으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문언과 구조를 가진 감면 규정은 형법과 특별형법을 모두 살펴보더라도 형법 제39조 제1항을 제외하고는 발견할 수 없다.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에 관한 조항을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판결이 확정된 죄와 후단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비교하여 피고인이 별개의 절차에서 심판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범죄와 형벌 사이에 적정한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죄형 균형의 원칙과 형벌은 책임에 기초하고 그 책임에 비례하여야 한다는 책임주의 원칙은 형사책임의 기본원칙이다. 후단 경합범에 관한 이례적이고 독자적인 규정 형식은 후단 경합범을 심판하는 법원이 판결이 확정된 죄와 후단 경합범을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비교하여 단지 별개의 절차에서 심판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후단 경합범을 처벌할 때 죄형 균형의 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 합당한 형을 발견하라는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독자적인 규정 형식과 내용, 입법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한다.’는 것은 형평을 고려하여 적절한 범위에서 형을 감경하여 선고형을 정하거나 형을 면제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때 형법 제55조 제1항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른 감경을 할 때 형법 제55조 제1항의 제한을 받는다고 본다면 형평에 맞지 않는 결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서 감경의 방식으로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하도록 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으므로, 후단 경합범의 경우 이 조항을 적용해야 하는지는 법률의 해석에 맡겨져 있다. 형법 제56조가 감경 순서에 관하여 법률상 감경 다음에 작량감경을 정하고 있다고 해서 모든 법률상 감경에 하한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정할 수 있는 수단을 최대한 제공하는 차원에서 형의 면제가 가능한 마당에 감경에 따른 처단형에 하한을 둠으로써 사실상 그 하한과 면제 사이에 처단형 범위의 공백을 둘 어떠한 합리적 이유도 없다. 후단 경합범의 감경에 하한이 없다고 해석하더라도 형법 체계상 정합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요컨대, 법정형이나 처단형을 대상으로 한 감경은 형법 제55조 제1항의 적용을 받는 감경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나,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은 전문의 내용을 확인함과 동시에 적절한 범위에서 형을 감경하여 선고형을 정하거나 형을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으로 형법 제55조 제1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 별도의 형평수단인 감경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다.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할 경우에 피고인에게 뜻하지 않는 불이익이 나타나는 등 매우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른 감경에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정한 ‘각 죄에 정한 형기 또는 금액의 2분의 1’이라는 감경방법이 적용되어 법률상 감경과 작량감경을 거치더라도 감경의 하한이 유지된다고 하면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판결이 확정된 죄와 후단 경합범을 함께 처벌할 경우와 비교하여 단지 별개의 절차에서 처벌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러한 해석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경합범 관계에 있는 수 개의 죄를 동시에 처벌하는 경우와 형평을 고려한 결과 발견되는 형이 그 형을 면제까지 할 정도는 아니지만 법률상 감경을 한 처단형의 하한보다도 낮은 경우에 형법 제39조 제1항의 취지에 따른 양형을 할 수 없게 되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고 책임주의에 반하며 과잉금지 원칙에도 위배된다.

법정형의 하한이 정해진 수 개의 죄를 동시에 처벌하였다면 형법 제38조 제1항이 적용되어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만을 2분의 1까지 가중하는 데 그친다. 그런데 같은 범죄를 별개의 절차에서 처벌받는 경우에 다수의견대로 처단형의 하한보다 낮은 형을 선고할 수 없다고 한다면 피고인이 과중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판결이 확정된 죄에 관한 처단형 하한과 후단 경합범에 따른 처단형 하한의 합계가 새로운 하한으로 되기 때문에, 단순히 별개의 절차에서 처벌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동시에 처벌받는 경우와 다른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사건과 같이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죄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상태에서 다시 같은 죄로 기소된 경우에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는 징역 2년 6개월(작량감경까지 하는 경우 1년 3개월) 이상의 형을 선고하거나 형을 면제해야만 한다. 이때 법원이 감경된 형의 하한을 선택하면, 피고인으로서는 판결이 확정된 죄에 관한 처단형 하한과 후단 경합범에 따른 처단형 하한의 합계가 새로운 처단형의 하한이 되어 동시에 처벌받는 경우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반면 법원이 이러한 결과를 피하기 위하여 형을 면제하면, 피고인은 동시에 처벌받는 경우보다 유리한 처벌을 받는데, 이는 동시에 처벌받는 경우에 비하여 아무런 이유 없이 유리한 처우를 받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결과는 법률상 감경에 하한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원칙만으로 합리적인 이유 없이 검사의 기소방식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처벌범위를 달리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동시에 처벌받는 피고인과 별개의 절차에서 처벌받는 피고인을 불합리하게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반하고 책임주의에 반한다.

원심은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확정된 이 사건 전과 범죄와 동시에 처벌받았을 경우와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외에도 이 사건 범죄가 이 사건 전과 범죄와 범죄수법이나 대상 마약의 종류 등이 동일한 반면 범죄 횟수나 범죄로 취득한 이익은 10분의 1에 못 미치고 취급한 마약의 양은 8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점, 수사기관이 피고인의 마약 범죄 35건을 모두 수사하고서도 특별한 사정 없이 33회에 걸친 범죄만 우선 기소하고 이 사건 범죄를 분리기소한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결과 이 사건 범죄에 관하여 피고인의 책임에 합당한 형은 징역 6개월이라고 판단하였다.

원심의 이러한 양형 판단은 존중되어야 한다. 다수의견처럼 후단 경합범에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된다고 해석하면 이 사건 범죄에 대하여 피고인의 책임에 가장 합당한 형을 선고할 수 없게 되는 결과 원심의 양형결정권이 침해된다. 원심이 형 면제를 선택할 수 있다거나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징역 6개월이라는 책임에 합당한 양형을 할 수 없어 부당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법률상 감경에 하한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원칙만으로 법관으로 하여금 책임주의에 벗어나 형벌을 정하도록 강제해서는 안 된다.

라. 입법 경위나 입법 목적에 비추어 형법 제39조 제1항을 유연하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법자가 2005. 7. 29. 법률 제7623호로 형법 제39조를 개정한 취지는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단지 별개의 절차에서 처벌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불이익을 받지 않고 죄형 균형의 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 합당한 형을 발견하라고 함에 있다. 개정되기 전의 형법 제39조 제1항에서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아니한 죄가 있는 때에는 그 죄에 대하여 형을 선고한다.”라고 정하고, 제2항에서 “전항에 의한 수 개의 판결이 있는 때에는 전조의 예에 의하여 집행한다.”라고 정하고 있었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의 예에 의하여 집행한다 함은 그 각 판결이 선고한 형기를 위 법조 예에 의하여 경감 집행한다는 취지가 아니고 그 각 판결의 선고형을 합산한 형기를 위 법조의 예에 의하여 그 경합범 중 가장 중한 죄에 정한 법정형의 장기에 그 2분의 1을 가중한 형기범위 내에서 집행한다는 취지’로 해석하였다(대법원 1967. 3. 6.자 67초6 결정 참고). 그 결과 사실상 각각 선고된 형 전부를 집행함으로써 후단 경합범의 경우 공소제기가 별도로 이루어지는 등 피고인의 책임으로 볼 수 없는 사유로 전단 경합범보다 과중하게 처벌되는 불합리가 나타났고 이를 형의 선고 단계에서 해소하기 위해 현행 형법 제39조 제1항과 같이 개정되었다.

오스트리아나 스위스의 경우 확정된 범죄와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동시에 처벌받았을 경우의 형과 일치하도록 전체형을 정하고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전체형에서 이미 선고된 전과의 형을 공제함으로써 추가형을 선고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오스트리아 형법 제31조 제1항, 스위스 형법 제49조 제2항). 독일도 판결이 확정된 죄와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마치 동시에 처벌하는 것처럼 새롭게 하나의 사후적 전체형을 선고한다(독일 형법 제55조 제1항, 제53조, 제54조). 이러한 입법례는 후단 경합범이 단지 별개의 절차에서 처벌받았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불리하지 않게 하려는 것으로 우리 형법의 개정 취지도 그와 같다.

우리 형법 개정 당시 원래의 안은 경합범 중 판결을 받지 않은 죄가 있으면 후단 경합범과 판결이 확정된 죄에 대하여 형법 제38조를 적용하여 산출한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하나의 전체형을 정한 다음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추가형을 선고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 형법은 유기징역에 대하여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가 ‘가장 중한 죄에 정한 장기 또는 다액에 그 2분의 1까지 가중하되 각 죄에 정한 형의 장기 또는 다액을 합산한 형기 또는 액수를 초과할 수 없다.’고만 정하여 개별범죄에 대하여 형을 정하지 않으며 판결이 확정된 범죄에 관한 양형 자료를 다시 입수하기도 어려워 전체형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실무상 문제점이 제기되었다. 그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후단 경합범의 경우에도 동시에 재판받는 경우와 형평을 맞추어야 한다는 원칙을 선언하되, 전체형을 다시 정하는 방법을 도입하는 대신 ‘형의 감경 또는 면제’라는 방법을 사용하는 입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전체형을 정한 다음 후단 경합범에 대한 형을 정하는 방법이 채택되지 않았다고 해서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단지 별개의 절차에서 심판받는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여야 할 필요성이 간과된 것이 전혀 아니고 오히려 그러한 개정 취지는 존중되어야 한다.

형법 개정 심의과정 중에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때에는) 형법 제55조 제1항의 감경 한도 이하로도 감경할 수 있다.”라는 수정 제안이 최종적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개정 취지와 개정 경위에 비추어 보면 단지 입법자가 감경방식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 사건과 같은 경우에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 따라 형을 감경할 때에는 반드시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하도록 함으로써 처단형의 하한 이하로 감경하지 못하여 후단 경합범을 동시에 처벌하는 경우보다 피고인이 불이익하게 처벌받도록 하려는 것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마. 합헌적 해석에 비추어 보아도 후단 경합범의 경우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 분쟁사건의 재판에서 법률 또는 법률조항의 의미·내용과 적용 범위가 어떠한 것인지를 정하는 권한, 곧 법령의 해석·적용 권한은 사법권의 본질적 내용이고, 법률이 헌법규범과 조화되도록 해석하는 것은 법령의 해석·적용상 대원칙이다. 어떤 법률조항에 대하여 여러 갈래의 해석이 가능할 경우 법관으로서는 원칙적으로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 법률해석을 선택하여야 한다(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4두10289 판결, 헌법재판소 1989. 7. 21. 선고 89헌마38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입법자가 어떤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어떠한 형벌을 부과할 것인지에 대하여 무제한적인 입법형성권을 행사할 수는 없다. 죄질과 보호법익이 유사한 범죄에 대한 형벌을 서로 비교할 때 형벌체계상의 정당성과 균형을 현저히 잃은 것이 명백한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뿐만 아니라 평등원칙에도 위배되어 위헌이다(헌법재판소 2009. 2. 26. 선고 2008헌바9, 43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형벌체계의 균형성과 평등원칙이란 죄질과 보호법익 등이 유사한 범죄는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비슷한 법정형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헌법재판소 2006. 6. 29. 선고 2006헌가7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3. 9. 26. 선고 2012헌바275 전원재판부 결정, 헌법재판소 2016. 12. 29. 선고 2015헌바225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형법 제39조 제1항의 문언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형법 제55조 제1항의 적용을 긍정하는 해석과 부정하는 해석이 가능하다면, 판결이 확정된 죄와 후단 경합범을 함께 처벌할 경우와 비교하여 단지 별개의 절차에서 처벌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더 불리하게 처벌받거나 더 유리하게 처벌받는 해석은 형벌체계상의 정당성을 침해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보장하는 헌법의 기본원리와 평등원칙에 위배되므로 그러한 해석을 자제하고 합헌적인 해석을 채택하여야 한다.

후단 경합범의 처벌에 관한 입법에도 죄형 균형의 원칙과 책임주의 원칙에 따른 한계가 있다. 다수의견처럼 후단 경합범을 해석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형사법상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하여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비교하여 별개의 절차에서 심판받는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입법을 해야 한다.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방법으로 위헌적 상황을 손쉽게 벗어날 수 있는 법해석 방법이 있는데도 굳이 어려운 길을 가야 할 이유가 없다.

한편 법정형의 하한이 정해져 있는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39조 제1항에 따른 감경에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정한 제한을 받지 않고 감경한도 이하로 감경하여 선고할 수 있다고 해석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해석이므로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지 않고 이를 엄격하게 해석할 이유도 없다. 형법조문을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요청은 이를 자의로 해석함으로써 국민들에게 불리하게 법률을 적용하는 것을 막자는 데 있는 것이지 입법정신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민들에게 불리하지 않는 방향으로 그리고 합리적으로 해석하는 것까지도 금지하려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78. 4. 25. 선고 78도246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바. 이러한 법리에 비추어 원심의 판단을 살펴본다.

원심은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이 사건 범죄에 대하여 각 유기징역을 선택하고 이 사건 전과 범죄와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다고 인정한 다음 형법 제37조전단, 제38조 제1항을 적용하여 경합범 가중을 하였다. 원심은 이어서 형법 제39조 제1항을 적용한 후단 경합범 감경을 하면서 그 경우 법률상 감경에 관한 형법 제55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전단 경합범으로 처벌되는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공평하고 적절한 형을 정하면서 작량감경을 거쳐 최종적으로 징역 6개월을 선고하였다. 원심의 판단에는 법령의 적용 순서에 부적절한 면은 있지만 후단 경합범 감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의 결론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것이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이유이다.

6. 대법관 이기택의 반대의견

가. 다수의견은 법정형의 하한이 설정된 후단 경합범에 대한 형을 선고함에 있어 형법 제39조 제1항 후문에서 정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감경’과 ‘면제’ 중 하나를 택일하는 분절(분절)적 의미로 이해하여 감경의 경우 형법 제55조 제1항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만 감경할 수 있을 뿐이고, 그보다 낮은 형으로 감경하고자 할 경우에는 형을 면제하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감경 또는 면제’의 의미를 위와 같이 분절적으로 해석하는 다수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

형법은 제21조(정당방위), 제22조(긴급피난), 제23조(자구행위), 제27조(불능범), 제39조(후단 경합범), 제52조(자수) 등에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는 규정을, 제26조(중지범), 제153조(위증 자백, 자수), 제157조(무고 자백, 자수) 등에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라는 규정을 각각 두고 있다. ‘감경 또는 면제’라는 법률효과의 문제는 비단 이 사건과 같은 후단 경합범에 한정된 논의가 아니라 형법이나 특별형법에서 형의 ‘감경 또는 면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에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논의이다. 형법 제54조에 따라 형의 종류에 관한 선택을 마친 이후의 단계에서 하나의 형의 종류에 한정된 논의임은 물론이다.

이하에서 ‘감경 또는 면제’의 법률효과에 대하여 검토해 보고자 한다. 다만 논의의 편의를 위해 감경에 의한 형의 하한에 관하여 언급함에 있어서 작량감경은 고려하지 않기로 한다.

나. 형의 ‘감경 또는 면제’에 관한 조항은 변경된 처단형을 정하는 기능을 하는바, 먼저 형의 감경은 처단형의 범위를 정한 것임이 분명하고, 나아가 형의 ‘면제’에 관하여 다른 처단형의 범위와는 다른 별도의 요건이나 효과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이 역시 통상적인 처단형의 범위에 속한다.

형의 ‘감경 또는 면제’에 관한 조항은 그 조항에 의하여 변경된 처단형의 범위를 법관에게 양형의 한계로 제시하는 것으로서, 그 법률효과는 일체(일체)로서의 영역을 의미한다고 봄이 마땅하다. 이미 형의 종류의 선택도 마친 단계에서 형의 범위를 변경하는 법 조항에서 새삼스럽게 법관에게 별개의 두 영역 사이의 선택을 요구할 이유나 필요가 없다.

형의 면제는 유죄판결의 일종으로 범죄가 성립하지만 형벌을 과하지 않는 경우로서, 피고인의 양형책임이 ‘0’의 수준에 있는 경우이다. 다시 말해 형의 면제는 처단형이 ‘0’으로 정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면제의 의미를 위와 같이 이해하게 되면 하한이 정해져 있는 법정형에 대하여 ‘감경 또는 면제’를 할 경우에 처단형의 하한은 ‘0’으로 정해진다. 처단형의 하한은 하나일 수밖에 없는데, 면제에 의하여 처단형의 하한이 ‘0’으로 정해진 이상 ‘감경 또는 면제’로 인한 형의 하한을 확인하기 위하여 일반법인 형법 제55조 제1항에 문의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 처단형의 상한은 ‘감경 또는 면제’를 정한 개별 법률조항에서 별도로 정하고 있지 아니하여 형법 제55조 제1항에 문의할 수밖에 없다.

‘감경 또는 면제’의 의미를 위와 같이 이해하면, ‘감경’과 ‘면제’가 함께 규정된 경우에 ‘감경 또는 면제’는 분절적인 의미가 아니라 일체로서의 단일한 개념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따라서 ‘감경 또는 면제’에 의한 처단형의 범위는 그 하한은 ‘0’이 되고, 그 상한은 장기나 다액의 2분의 1로 되며, 달리 그 중간에 공백의 여지는 없다.

이 부분 논의와 직접 관련은 없으나 오해의 여지를 없애기 위하여 덧붙이고자 한다. 감경 또는 면제 ‘한다’의 경우와 달리 ‘할 수 있다’의 경우에는 이를 하지 아니한 경우의 처단형의 범위(감경 또는 면제를 하기 전의 법정형 내지 처단형)도 포함하므로 그 장기가 변하지 않음은 당연하다. 현재의 실무도 같다.

한편 형법 제56조는 가중감경의 순서에 관하여 정하고 있는데 ‘감경 또는 면제’에 관하여는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감경 또는 면제’의 법률효과를 위와 같이 이해한다면 ‘감경 또는 면제’는 형법 제56조 제4호에서 정한 ‘법률상감경’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 법정형에 하한이 설정된 경우 ‘감경 또는 면제’의 법률효과를 위와 같이 일체로서의 단일한 개념으로 이해하여 처단형이 ‘0’부터 상한까지 연속되는 것으로 보지 않고, 다수의견과 같이 ‘감경 또는 면제’를 분절적 의미로 이해하게 되면 ‘0’부터 형법 제55조 제1항에 따라 감경된 하한 사이에 처단형의 공백이 생기는 결과를 초래하여 부당하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입법자는 법관에게 모든 범죄에 있어서 책임에 비례하는 일정한 형벌의 종류와 범위를 제시하고, 법관은 개별 범죄에 대하여 주어진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개별행위책임의 원칙과 형벌의 예방목적에 상응하는 구체적인 형량을 정한다. 책임에 적합한 형벌이란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일정한 책임범위 내지 판단범위의 형태로 존재하는데 처단형의 상한과 하한 사이에 공백이 있는 경우에는 책임에 적합한 형의 범위를 제대로 정할 수 없어 책임주의에 반한다.

형법이나 특별형법에서 정하는 모든 범죄의 법정형의 하한과 상한 사이에 공백이 있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예컨대 법정형이 ‘3년 이하 또는 7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으로 정해진 입법례는 찾아볼 수 없으며, 아마도 이러한 입법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할 것이다. 입법자 역시 형의 하한과 상한 사이의 일정한 범위에 공백이 생기는 것은 책임에 부합하지 아니한 양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형의 하한과 상한 사이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입법을 하는 것이다. 또한 현행 형사법체계에서 형의 가중이나 감경의 경우에도 처단형의 하한과 상한 사이에 공백이 있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형의 하한과 상한 사이에 연속성이 단절되고 공백이 생기는 영역이 형의 ‘감경 또는 면제’의 경우이다. 입법자가 법관에게 책임에 적합한 양형을 위해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오히려 그 ‘감경 또는 면제’로 인하여 형의 하한과 상한 사이에 공백이 생기는 상황을 입법자는 결코 의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수의견은 법정형에 공백을 둔 입법을 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2) 형의 ‘감경 또는 면제’는 형의 정도와 양을 정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사회통념상 정도와 양의 문제에 있어서 중간에 일정 범위의 공백을 두는 경우는 상정하기 어렵다. 설령 그러한 공백을 둔다고 하더라도 사회통념상 이를 납득할 수 있는 경우란 거의 없을 것이다.

예컨대, 사용자 측이 근로자들과 임금 협상을 하면서 임금을 5,500만 원 이상으로 정하든지, 5,000만 원 이하로 정해야 하고, 5,000만 원부터 5,500만 원 사이의 금액은 절대 정할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을 상상할 수 있는가? 학교선생님이 학생들에게 0점 내지 100점 사이에서 시험성적을 부여하면서 70점 내지 80점 사이의 점수는 절대 부여할 수 없다고 한다면 과연 이를 정상이라고 볼 수 있는가? 국가가 납세자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세금이 50만 원 이상 75만 원 미만인 경우는 50만 원으로 정하고, 세금이 75만 원 이상 100만 원 미만인 경우는 100만 원으로 정하여 50만 원 내지 100만 원 사이의 세금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법질서를 상상이라도 할 수 있는가? 일반적인 사회통념에 비추어 위와 같은 상황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형의 ‘감경 또는 면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수의견과 같이 ‘감경 또는 면제’를 분절적 의미로 이해하면, 법정형의 하한이 설정된 경우에 법관은 ‘0’ 또는 ‘형의 2분의 1 범위 내로 감경된 형’을 하한으로 한 처단형 범위 내에서 선고형을 정할 수밖에 없고, ‘0’부터 위와 같이 법률상 감경한 하한 사이의 형은 선고할 수 없게 된다. 일정 범위 내에서 처단형의 공백이 생기고, 법관은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여러 양형조건을 살펴보았을 때 ‘0’부터 위와 같이 법률상 감경한 하한 사이에서 형을 정하는 것이 책임에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하더라도 그 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법관은 어쩔 수 없이 형의 2분의 1 범위 내로 감경된 하한 이상의 형을 선고하거나 형을 면제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러한 결과가 사회통념상 부당함은 자명하다.

라. 지금까지의 논의를 이 사건에 적용해 보자. 이 사건 범죄의 경우 법정형은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이다. 다수의견에 따르면 법관이 유기징역형을 선택하고 경합범 가중을 한 다음 법률상 감경에 따라 ‘감경 또는 면제’를 할 경우에 법관은 형을 면제하거나 징역 2년 6개월 이상(상한은 이 사건의 쟁점이 아니므로 따로 언급하지 아니한다)의 처단형 범위 내에서 형을 정하게 된다. 법관은 ‘0’ 또는 ‘2년 6개월 이상의 징역형’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이다. ‘감경 또는 면제’를 일체로서 단일한 개념으로 이해하는 입장에서 보면, 이 사건 각 범죄의 처단형의 하한은 형의 면제에 따라 ‘0’이 되고, 그 상한에 이르기까지 공백은 없다.

위와 같은 결과를 놓고 보았을 때 형사정책적인 측면에서 ‘감경 또는 면제’를 일체로서 단일한 개념으로 이해하여 처단형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불리한 법률의 해석·적용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고, 법관에게 지나친 양형재량권을 부여하여 국가형벌권을 불필요하게 강화한다고도 볼 수 없다. 오로지 형사사법 질서를 순리에 따라 합리적인 법질서로 만드는 것이다.

마. 징역 3년과 면제 사이에서 고민하는 법관에게 어느 국민이 ‘1년이나 2년으로 하면 되지 않는가?’라고 말할 때, 그 법관의 고민이 부득이함을 설명할 수 있는 법률가가 있겠는가?

세상과 삶의 모습에서 법질서로 규율할 필요가 있는 부분을 법으로 만드는 것이지 세상에 없는 것을 법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정도와 양의 문제에 있어서 그 중간에 공백이 있는 세상은 없다.

바.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은 이 사건 범죄에 대하여 이 사건 전과 범죄와 후단 경합범 관계를 인정한 다음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을 적용하여 경합범 가중을 하고, 이어서 형법 제39조 제1항을 적용하여 형을 감경하면서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하지 않고 전단 경합범으로 처벌되는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정하면서 작량감경을 거쳐 최종적으로 징역 6월을 선고하였다.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에는 법령의 적용 순서에 부적절한 면은 있지만 후단 경합범 감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혀둔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이동원의 보충의견

가. 형법에서 말하는 법률상 감경은 그 자체로 특별한 유형의 감경을 일컫는 것이 아니다. 재판상 감경인 작량감경을 제외하고 형법이나 다른 법률에서 형의 감경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경우를 모두 법률상 감경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대법관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선수의 반대의견(이하 ‘반대의견’이라 한다)은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의 방식으로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하도록 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그 근거를 보강하려고 한다. 반대의견은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을 제외한 형의 감경은 일반적으로 법률상 감경에 해당함을 긍정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반대의견이 법률상 감경임을 인정하는 어떠한 감경에서도 당해 개별 조항에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하도록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개별 조항에서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하도록 하였기 때문에 형법 제55조 제1항을 적용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형법이나 다른 법률에서 형의 감경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경우는 작량감경을 제외하고는 모두 법률상 감경에 해당함을 전제로, 그 경우의 감경은 형법 제55조 제1항에 의하여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작량감경의 경우에는 형법이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해석상 법률상 감경과 마찬가지 방법으로 감경한다고 이해되고 있다. 따라서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형법 제55조 제1항에 의하여 감경하도록 하는 규정이 없음을 들어 그 논거를 세우는 것은 적정하지 않다.

나.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이 법률상 감경이 아닌 독자적인 감경이라면 그 감경이 법률상 감경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형법 체계상 정합성을 갖는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반대의견이 말하는 후단 경합범의 감경은 하한의 감경뿐 아니라 상한의 감경도 포함되는 것인데, 그 상한에 대하여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상한은 어떠한 방법으로 감경한다는 것인지, 상한의 감경은 법률상 감경과 같다는 것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상한의 감경이 법률상 감경과 같다면, 법률상 감경이 아니라면서도 그 상한의 감경을 법률상 감경과 같이 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그 하한과 달리 법률상 감경의 방법을 따르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하여도 설명하여야 한다.

또한 형의 가중·감경에 관하여는 형법 제56조에 따른 가중·감경의 순서에 관한 설명이 필요한데, 후단 경합범에 대한 감경은 어느 단계에서 하는 것인지, 특히 작량감경과의 순서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반대의견의 논리에 의하면 후단 경합범 사건에서는 굳이 작량감경 자체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작량감경을 따로 인정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도 필요하다. 작량감경의 필요가 없다면 왜 형법상 가장 기본적이고 최후의 감경 방식인 작량감경 규정을 근거 없이 배제하는 것인지에 대하여도 설명이 필요하다.

형을 면제하는 경우와 형을 선고하는 경우의 근본적인 차이점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반대의견 사이에 차이가 없겠지만, 반대의견에 따르면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판결이 확정된 죄와 동시에 판결하는 경우와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하도록 하기 위한 방법으로 형의 감경을 규정하는 외에 형의 면제를 규정하고 있는 독자적인 의미를 설명하기 어렵다.

다. 법관의 양형재량은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주어지는 것이고, 반대의견도 이와 다른 견해를 취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반대의견이 후단 경합범에 대한 다수의견이 법관의 양형재량을 과다하게 침해한다고 하는 것은 처단형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 하는 문제를 두고서 이야기하면서 그 다음 단계의 문제인 법관의 양형재량을 들고 나온 것이어서 심히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반대의견에 따르면 마치 법관은 처단형에 불구하고 양형재량을 갖는데 그 처단형의 범위를 제한하는 다수의견은 법관의 양형재량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오해될 여지가 있다.

라. 형을 정함에 있어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한다는 데에는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형평을 고려하여 형을 선고한다는 것이 당연히 전제가 되어 있는 것이다. 반대의견의 취지도 형평을 고려한다는 말이 동시에 재판을 받았을 때와 동일한 형을 선고하라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앞에 판결이 확정된 죄와 후단 경합범의 죄가 함께 재판의 대상이 되었다면 어떠한 형이 선고되었을 것인지, 후단 경합범을 재판하는 법원이 이를 알고 그에 일치하는 형을 선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해진 처단형의 범위 내에서 후단 경합범에 대한 형을 정하는 것이 동시에 재판할 경우에 비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결과가 된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처단형을 변경하여 형을 정할 수 있도록 감경의 근거를 두었다. 나아가 형의 감경만으로는 도저히 형평에 어긋난다고 보이는 경우에는 형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기에 앞서 본 대법원 2006도8376 판결은 후단 경합범에 관한 형법 규정이 법원으로 하여금 합리적이고 적절한 선고형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유연한 입법 형식을 취한 것이라고 말한다.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재판하는 법관으로서는 후단 경합범으로 처벌받는 피고인에 대하여 감경의 하한을 두어 형을 정함으로써 동시에 처벌받는 경우에 비하여 평등의 원칙이나 책임주의에 반할 정도로 불이익하다고 본다면 형의 감경이 아니라 형을 면제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후단 경합범의 감경에 관한 해석이 어떻게 평등원칙이나 책임주의에 반한다는 것인지 수긍하기 어렵다.

나아가 반대의견에 의하면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현행법처럼 형의 감경이나 면제도 할 수 없었던 종전 형법 제39조 제1항, 제2항에 따른 형의 선고 및 집행은 더더욱 책임주의, 평등주의에 반한다고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법원이 위 법률조항이 개정될 때까지 후단 경합범에 대하여 한 번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책임주의, 평등주의에 반하는 재판을 계속하여 왔다는 것이 되는데, 이와 같은 가정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앞서 본 것과 같이 후단 경합범을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는지는 기본적으로 입법정책에 달려 있음을 기억하여야 한다.

이상으로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혀 둔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주심)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출처 : 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7도14609 전원합의체 판결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 종합법률정보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