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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형법 제297조에서 규정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 법률상 처(처)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더라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도14788,2012전도252 전원합의체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폭행)·준

강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상해)·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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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부착명령]〈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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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건〉[공2013하,1161]

【판시사항】

 

형법 제297조에서 규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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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객체인 ‘부녀’에 법률상 처(처)가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더라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아내를 간음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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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와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인지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다수의견] (가) 형법(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97조는 부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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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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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객체로 규정하고 있는 ‘부녀’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며 곧 여자를 가리킨다. 이와 같이 형법은 법률상 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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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문언 해석상으로도 법률상 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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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객체에 포함된다고 새기는 것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한편 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형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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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규정한 제297조를 담고 있는 제2편 제32장의 제목을 ‘정조에 관한 죄’라고 정하고 있었는데,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형법이 개정되면서 그 제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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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추행의 죄’로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형법의 개정은 

강간

죄의 보호법익이 현재 또는 장래의 배우자인 남성을 전제로 한 관념으로 인식될 수 있는 ‘여성의 정조’ 또는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사회 일반의 보편적 인식과 법감정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폭행,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혼인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없고, 성적으로 억압된 삶을 인내하는 과정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나) 결론적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내용, 가정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 형법의 체계와 그 개정 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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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보호법익과 부부의 동거의무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형법 제297조가 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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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객체인 ‘부녀’에는 법률상 처가 포함되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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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는,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가정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최대한 자제하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그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정도가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 남편이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혼인생활의 형태와 부부의 평소 성행,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상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관 이상훈, 대법관 김용덕의 반대의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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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에 대하여 규정한 형법 제297조가 개정 형법(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되어 2013. 6. 19. 시행 예정인 것, 이하 ‘개정 형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개정되기 전에, 강제적인 부부관계에 대하여 행사된 폭행이나 협박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을 넘어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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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던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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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나) ‘간음(간음)’의 사전적 의미는 ‘부부 아닌 남녀가 성적 관계를 맺음’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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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강제적인 간음’을 의미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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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부 아닌 남녀 사이에서 성관계를 맺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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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부녀’를 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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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그 문언상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인이 아닌 부녀에 대하여 성관계를 맺는 죄’라고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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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제정 당시부터 ‘배우자가 아닌 사람에 의한 성관계’를 강요당한다는 침해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형량을 정하였는데, 특별한 구성요건의 변화 없이 형법 제32장의 제목 변경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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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부부관계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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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규정 취지와 달리 부부관계에 대하여 과도한 처벌이 이루어지게 되어 죄형균형의 원칙을 벗어나게 된다. 혼인생활과 가족관계의 특수성이 갖는 이익과 성적 자기결정권이 갖는 이익의 형량 등을 고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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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에 의한 처벌 여부를 가려야 한다면, 차라리 일반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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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성립된다고 보지 않고 그 폭행 또는 협박에 상응한 처벌을 하는 것이 다양한 유형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처할 수 있고 처의 혼인생활 및 권리 보호에 충실할 수 있다.

 

【참조조문】

헌법 제10조제36조 제1항구 형법(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7조제299조민법 제826조 제1항

【참조판례】

대법원 1970. 3. 10. 선고 70도29 판결(변경)
대법원 1996. 6. 11. 선고 96도791 판결 (공1996하, 2264)
대법원 2009. 2. 12. 선고 2008도8601 판결(공2009상, 358)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3580 판결(공2009하, 1701)

【전 문】

【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피고인

【상 고 인】피고인 겸 피부착명령청구자

【변 호 인】변호사 신용석 외 1인

【원심판결】서울고법 2012. 11. 8. 선고 2012노1657, 2012전노145 판결

【주 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고사건에 대하여

가. 전혀 다른 성장배경을 가진 남녀가 서로 만나 혼인하고 자녀를 낳아 양육하면서 가정을 이루는 토대는 부부 사이의 사랑과 신뢰이다. 이러한 사랑과 신뢰는 부부 사이에 건강한 성생활이 유지됨으로써 더욱 견고해질 수 있다. 부부는 가치관, 정신적·육체적 능력, 욕구와 취향 등 인생의 희로애락과 관련된 모든 면에서 차이가 있게 마련이지만, 그러면서도 가정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유지하려면 서로 양보와 배려를 하고 경우에 따라 자기희생도 감수해야 한다. 같은 연유로 성적 욕구와 취향 등도 부부 사이에 서로 다르며 각 가정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도 부부 사이의 성생활을 제3자가 자신의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국가도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여야 한다.

종래 대법원은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는 한 아내에 대하여 강제적인 성관계를 한 남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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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해석하였다. 이는 가정 내의 폭력을 추방하여야 한다는 요청을 대법원이 외면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혼인생활에서 부부 사이에 은밀히 이루어지는 성관계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자제하여 조금이라도 가정이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배려라고 새길 것이다.

나.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의 보장을 선언하면서(제10조), 혼인과 가족생활이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함과 아울러 국가는 이를 적극적으로 보장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함을 천명하고 있다(제36조).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위 헌법 규정이 정한 개인의 존엄과 가치, 양성의 평등, 행복추구권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혼인한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서도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보장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비록 부부 사이에 은밀히 이루어지는 성생활이 국가의 개입을 극도로 자제하여야 하는 영역에 속한다고 하더라도 위 헌법 규정의 적용이 배제되는 성역(성역)일 수는 없다.

아내에 대한 성폭력은 매우 사적이고 은밀한 성격을 띠고 있어 잘 노출되지 않는 특성이 있는데다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조치가 취하여지지 않으면 그에 따른 여성의 피해는 점차 심각해질 위험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특수한 경제적·문화적·사회적 요인으로 인하여 피해자인 여성이 이혼을 결심하지 못한 채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현실을 감내하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내에 대한 성폭력이 가정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심각하게 유린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국가가 부부 사이의 내밀한 성생활에 관한 문제라는 이유만으로 그 개입을 자제한다면, 헌법이 천명한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생활을 보장할 국가의 책무를 소홀히 하는 것이다. 특히 부부 사이에서도 양성의 평등과 성적 자기결정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국민들의 보편적 법의식으로 자리잡게 된 오늘날에는,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는 물론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의 성폭력이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국가가 이에 개입하여 더 이상의 피해를 방지하고 건강한 부부관계가 회복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국가형벌권의 행사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다. 형법 제297조는 부녀를 강간한 자를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형법이 강간죄의 객체로 규정하고 있는 부녀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며 곧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다(대법원 1996. 6. 11. 선고 96도791 판결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9도3580 판결 참조). 이와 같이 형법은 법률상 처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하는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문언 해석상으로도 법률상 처가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된다고 새기는 것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한편 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형법은 강간죄를 규정한 제297조를 담고 있는 제2편 제32장의 제목을 ‘정조에 관한 죄’라고 정하고 있었는데,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형법이 개정되면서 그 제목이 ‘강간과 추행의 죄’로 바뀌게 되었다. 이러한 형법의 개정은 강간죄의 보호법익이 현재 또는 장래의 배우자인 남성을 전제로 한 관념으로 인식될 수 있는 ‘여성의 정조’ 또는 ‘성적 순결’이 아니라, 자유롭고 독립된 개인으로서 여성이 가지는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사회 일반의 보편적 인식과 법감정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라. 민법 제826조 제1항은 부부의 동거의무를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는 배우자와 성생활을 함께 할 의무가 포함된다. 부부의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서로 동거하여야 할 부부로서의 의무를 포기하고 다른 일방을 버린 경우에는 재판상 이혼사유인 악의의 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대법원 1986. 5. 27. 선고 86므26 판결대법원 1999. 2. 12. 선고 97므612 판결 등 참조). 그러나 부부 사이에 민법상의 동거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폭행, 협박에 의하여 강요된 성관계를 감내할 의무가 내포되어 있다고 할 수 없다. 혼인이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포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없고, 성적으로 억압된 삶을 인내하는 과정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마. 결론적으로, 위와 같은 헌법이 보장하는 혼인과 가족생활의 내용, 가정에서의 성폭력에 대한 인식의 변화, 형법의 체계와 그 개정 경과, 강간죄의 보호법익과 부부의 동거의무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형법 제297조가 정한 강간죄의 객체인 ‘부녀’에는 법률상 처가 포함되고, 혼인관계가 파탄된 경우뿐만 아니라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도 남편이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아내를 간음한 경우에는 강간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남편의 아내에 대한 폭행 또는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는, 부부 사이의 성생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가정의 유지라는 관점에서 최대한 자제하여야 한다는 전제에서, 그 폭행 또는 협박의 내용과 정도가 아내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정도에 이른 것인지 여부, 남편이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혼인생활의 형태와 부부의 평소 성행,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상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이와 달리, 실질적인 부부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때에는 설령 남편이 강제로 아내를 간음하였다고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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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대법원 1970. 3. 10. 선고 70도29 판결은 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이를 변경하기로 한다.

바. 아울러 혼인관계가 실질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부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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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수사와 재판에는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여 둔다.

남편의 아내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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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수사하는 수사기관이나 그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수사나 재판과정에서 모멸감, 배신감 등으로 부부 사이의 심리적·정신적 상처가 덧나거나 혼인의 파탄이 촉진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여야 하고, 가정 내의 고통이 장기간 지속되지 않도록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부 모두 가정을 유지하려는 의사가 확고할 때에는 이를 수사나 재판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반영하여야 함은 물론이다.

한편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특례법’이라 한다)이 2012. 1. 17. 법률 제11150호로 개정되면서 형법 제297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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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및 이에 대하여 다른 법률에 따라 가중처벌되는 죄도 가정폭력범죄에 해당하게 되었다. 가정폭력특례법은 가정폭력범죄에 대하여는 가정폭력특례법을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하고(제3조), 남편의 아내에 대한 강제적인 성행위가 형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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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더라도 형사처벌보다 가정폭력특례법에 따른 보호처분이 적절한 경우에는 이를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9조 제1항제12조제40조 제1항 등 참조). 이와 같이 남편의 아내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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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형사공판절차가 아니라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될 수 있으므로, 검사 또는 법원으로서는 아내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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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가정폭력특례법에 따라 가정보호사건으로 처리할 것인지, 아니면 피고사건으로 처리할 것인지를 결정함에 있어 부부 사이에서 발생한 성폭력범죄라는 특수성과 함께 이를 피고사건으로 처리할 경우 적용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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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법정형을 아울러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사.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부부인 피고인과 피해자가 불화로 부부싸움을 자주 하면서 각방을 써오던 상황에서 피고인이 흉기를 사용하여 피해자를 폭행, 협박한 후 강제로 성관계를 하였으므로,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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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

강간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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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객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부착명령 청구사건에 대하여

구 특정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2012. 12. 18. 법률 제11558호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전자장치부착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항에 정한 성폭력범죄의 재범의 위험성이라 함은 재범할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피부착명령청구자가 장래에 다시 성폭력범죄를 범하여 법적 평온을 깨뜨릴 상당한 개연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성폭력범죄의 재범의 위험성 유무는 피부착명령청구자의 직업과 환경, 당해 범행 이전의 행적, 그 범행의 동기, 수단, 범행 후의 정황, 개전의 정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러한 판단은 장래에 대한 가정적 판단이므로, 판결 시를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12. 4. 26. 선고 2012도3337, 2012전도74(병합)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전자장치부착법 제5조 제1항 제3호에 정한 ‘성폭력범죄의 습벽’은 범죄자의 어떤 버릇, 범죄의 경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행위의 본질을 이루는 성질이 아니고 행위자의 특성을 이루는 성질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습벽의 유무는 행위자의 연령·성격·직업·환경·전과, 범행의 동기·수단·방법 및 장소, 전에 범한 범죄와의 시간적 간격, 그 범행의 내용과 유사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9. 29. 선고 2011전도82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이 흉기를 휴대한 채 자신의 아내인 피해자를 폭행한 후 항거불능 상태에 이른 피해자를 간음하고, 불과 며칠 후에 다시 흉기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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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점, 피고인이 성범죄자 재범위험성 검사 도중 피해자의 외도를 의심하여 흥분하고 화를 내는 등 불안정한 정서상태를 보이기도 하였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된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이 사건 범행의 동기 및 내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에게 성폭력범죄의 습벽 및 성폭력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이 사건 부착명령 청구를 인용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재범의 위험성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피고사건 부분에 대한 대법관 이상훈, 김용덕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었다.

4. 피고사건 부분에 대한 대법관 이상훈, 김용덕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에 이루어진 부부 사이의 성관계(이하 반대의견의 범위 내에서는 이를 ‘부부관계’라고 줄여서 쓴다)라고 하더라도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수의견의 견해에 찬성한다.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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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에 대하여 규정한 형법 제297조가 개정 형법(2012. 12. 18. 법률 제11574호로 개정되어 2013. 6. 19. 시행 예정인 것, 이하 ‘개정 형법’이라 한다)에 의하여 개정되기 전에, 강제적인 부부관계에 대하여 행사된 폭행이나 협박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 것을 넘어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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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던 종전의 판례를 변경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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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다수의견에 대하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찬성할 수 없다.

나. 먼저 형법 제297조를 비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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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추행의 죄를 정한 형법 규정의 문언에 비추어 보면, 형법 제297조에서 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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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대상인 성관계에 부부관계가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형법 제297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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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에 관하여 “폭행(폭행) 또는 협박(협박)으로 부녀(부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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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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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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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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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강(강)’은 ‘강제하는, 억지로 시키는’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간(간)’은 ‘간음(간음)’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간(간)’이 ‘간음(간음)’을 의미함은 형법 제299조가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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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관하여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전2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분명하다.

그런데 ‘간음’의 사전적 의미는 ‘부부 아닌 남녀가 성적 관계를 맺음’이다. 강간은 ‘강제적인 간음’을 의미하므로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부 아닌 남녀 사이에서 성관계를 맺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강간죄는 ‘부녀’를 대상으로 삼고 있으므로, 결국 강간죄는 그 문언상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인이 아닌 부녀에 대하여 성관계를 맺는 죄’라고 해석된다.

종래 대법원은 실질적으로 부부관계(여기에서의 부부관계는 앞에서 약칭한 바와는 달리 혼인생활관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하에서는 ‘혼인관계’라고 한다)가 없고 따라서 ‘서로 정교 승낙이나 정교권 포기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상태’에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정교청구권이 없음을 전제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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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시하였다(대법원 1970. 3. 10. 선고 70도29 판결 참조. 이하 ‘종전 대법원판결’이라 한다). 이는 위와 같은 법의 문언에 따른 해석으로서, 형법 제297조를 비롯하여 관련 규정들이 개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섣불리 이와 다른 견해를 취할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다. 형법을 제정하여 

강간

죄를 규정하면서 ‘성관계’라는 용어 대신에 위와 같이 ‘간음’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부부 사이의 동거의무 내지는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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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처벌 대상에서 부부관계를 제외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형법은 제정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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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규정한 제32장의 제목을 ‘정조에 관한 죄’로 정하였다. ‘정조’의 사전적 의미는 ‘여자의 곧고 깨끗한 절개’ 또는 ‘성적 관계의 순결’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형법은 강제적인 ‘간음’을 구성요건으로 삼음으로써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강제적인 성관계’가 이루어진다는 침해적인 요소뿐 아니라 ‘혼인에 의하지 아니한 성관계’ 내지 ‘배우자가 아닌 사람에 의한 성관계’를 강요당한다는 침해적인 요소도 고려하여 

강간

죄를 구성하고, 그 형량을 일반적인 폭행·협박죄나 강요죄 등에 비하여 현저하게 높게 정한 것으로 보이며, 위 제목은 이와 같은 형법의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형법 제306조는 

강간

죄를 친고죄로 정하였는데, 이는 피해자의 명예와 인격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간음’을 

강간

죄의 대상으로 삼은 형법의 위 취지에 비추어 보면 ‘배우자가 아닌 사람에 의한 성관계’가 외부에 공개되어 피해자의 명예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려는 배려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다수의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형법이 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일부 개정되면서 제32장의 제목이 ‘

강간

과 추행의 죄’로 바뀌었지만, 

강간

죄를 규정한 형법 제297조 및 준

강간

죄를 규정한 형법 제299조의 규정은 개정되지 아니하였다. 이는 제32장의 제목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범죄의 명칭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강간

죄의 구성요건과 형량이 바뀌지 아니한 이상, 원칙적으로 그 문언에서 벗어나는 해석은 적절하지 않고, 또한 위와 같은 제32장의 제목의 변경만으로 ‘배우자가 아닌 사람에 의한 성관계’를 강요당한다는 침해적인 요소를 추가적으로 고려하여 형량을 무겁게 정함으로써 그와 같은 성관계를 강요당하는 피해자를 보호하려는 

강간

죄 규정의 취지가 사라졌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위와 같이 강간죄는 제정 당시부터 ‘배우자가 아닌 사람에 의한 성관계’를 강요당한다는 침해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형량을 정하였는데, 특별한 구성요건의 변화 없이 제32장의 제목 변경만으로 강간죄를 부부관계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강간죄의 규정 취지와 달리 부부관계에 대하여 과도한 처벌이 이루어지게 되어 죄형균형의 원칙을 벗어나게 된다.

우리나라 혼인제도상 혼인한 부부 사이에서는 동거의무가 인정되는 한편 배우자 이외의 자와의 성관계가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그러한 성관계는 형법상 간통죄에 의하여 처벌된다. 이와 같이 혼인제도와 간통죄에 의하여 규율되는 혼인생활 속에서의 부부관계는 부부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의 성관계와 그 법적·사회적인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없고, 형법은 이를 고려하여 위와 같은 내용으로 

강간

죄를 구성하였다. 그런데 과연 형법 제32장의 제목 변경만을 이유로 들어 

강간

죄에 관한 형법 규정을 확장하여 부부관계에까지 적용하려는 것이 형법 개정의 의도였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래에서 보는 것처럼 

강간

죄에 관한 형법 규정이 변경되지 아니한 상태에서는, 부부관계에 이르는 과정에 사회적 상당성이 없을 경우에 그 과정의 불법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법률을 운용하는 것이 혼인제도 및 형사법제의 기본 틀과 어긋나지 않는 해결방법일 것이다.

라. 위와 같이 부부관계가 

강간

죄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한 강제적인 부부관계가 용인될 수는 없다. 강제적인 부부관계에서 행사된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하여는 이를 형사처벌하여야 하며, 그 형사처벌을 통하여 부부관계를 강요당하는 배우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여야 한다. 즉 강제적인 부부관계와 정상적인 부부관계의 차이는 바로 그 강제성에 있으며, 이는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하여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것에서 비롯되므로, 그 침해를 낳는 폭행 또는 협박을 처벌함으로써 자기결정권을 보호할 수 있다.

대법원은 

강간

죄에 대하여 고소가 없는 경우에 그 수단인 폭행만을 분리하여 공소제기할 수 없다고 보고 있으나 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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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피해자의 의사에 따르는 친고죄임을 고려하였기 때문이며(대법원 2002. 5. 16. 선고 2002도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고소가 있는 경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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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범행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그 수단인 폭행에 대하여 독립적인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0. 11. 11. 선고 2010도10512 판결 참조).

이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이 강제적인 부부관계를 

강간

죄의 대상으로 보지 아니하는 이상 친고죄에 대한 고려는 할 필요가 없고, 강제적인 부부관계에서 행사된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하여는 처벌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강제적인 부부관계에서 이루어지는 강제적인 행위, 즉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는 다양하다. 그런데 부부관계에 대하여 

강간

죄가 성립되려면, 일반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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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그 폭행 또는 협박이 반항을 억압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하며, 나아가 부부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신중하게 판단되어야 하고 더 증명력을 갖춘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어야 한다는 해석론을 취하게 되면 

강간

죄로 처벌될 수 있는 영역은 더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제한적인 해석론으로 인하여 오히려 다른 일반적인 

강간

 사안에서의 폭행, 협박의 개념이나 그 해석에 혼란이 초래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강간

죄에 의한 처벌만으로는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처의 보호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하고, 그 해결을 위해서는 여전히 

강간

죄에 이르지 아니한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하여 처벌할 필요성이 있다. 즉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으므로 

강간

죄로 처벌하여야 한다는 단순한 논리가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으므로 그 침해행위에 대하여 그에 상응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취하고 나아가 그 침해 수단의 유형 및 침해 정도에 따라 적절한 양형을 하는 것이 성적 자기결정권의 보호에 더 적합하고 일관된 태도라 생각된다.

다수의견에서는 처에 대한 

강간

죄가 성립되더라도 형사처벌하지 않고 가정폭력특례법에 따른 보호사건으로 처리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처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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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라고 하더라도 혼인생활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일반적인 

강간

죄와는 달리 고려되어야 할 요소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처럼 혼인생활과 가족관계의 특수성이 갖는 이익과 성적 자기결정권이 갖는 이익의 형량 등을 고려하여 강간죄에 의한 처벌 여부를 가려야 한다면, 차라리 일반적인 강간죄가 성립된다고 보지 않고 그 폭행 또는 협박에 상응한 처벌을 하는 것이 다양한 유형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처할 수 있고 처의 혼인생활 및 권리 보호에 충실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강제적인 부부관계, 즉 부부 

강간

 행위를 폭행 또는 협박죄 등으로 처벌하고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정도에 따라 그에 상응한 형사처벌을 한다는 것은, 부부 

강간

 행위를 포함하여 처에 대한 다양한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행위를 범죄로 본다는 것이다. 강제적인 부부관계에 대하여 현행 형법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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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견해를 취한다고 하여, 마치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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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위를 범죄로 보지 않는다거나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를 외면하는 견해로 오해하여서는 아니 될 것이다.

마. 그뿐 아니라 40여 년간 유지되어 온 종전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여 부부관계를 

강간

죄의 적용 대상으로 보아 형사처벌을 확대하는 것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국민에게 법적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헌법 제13조 제1항은 행위 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죄형법정주의 및 형법불소급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그런데 장기간 유지되면서 

강간

죄의 구성요건 해석에 관하여 실질적인 규범력을 형성하였던 종전 대법원판결을 변경하면 그 변경 전에 이루어졌던 행위가 모두 처벌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대법원 1999. 7. 15. 선고 95도287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즉 다수의견과 같이 판례를 변경하여 부부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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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적용 대상으로 확대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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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 범위 내에서는 그 변경 전의 모든 강제적인 부부관계가 

강간

죄 등에 의한 처벌 대상이 되므로, 그 결과 부부관계의 특수성 및 혼인생활의 지속 등으로 인하여 이미 묻힌 사실관계까지 새롭게 들추어내어 형법적 규율 대상으로 삼게 되고 매우 무거운 형에 의한 처벌이 가능하게 된다. 이는 종전 대법원판결을 규범으로 삼아 행위를 하였던 사람들의 예측가능성에서 벗어나는 결과에 이르게 되고, 이미 오래 전에 이루어진 행위에 대하여 사회적 평가의 변경을 근거로 사후적으로 처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죄형법정주의나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은 아닌지 심각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그와 같은 결과를 감내하면서까지 판례를 변경하려면 그 행위를 처벌하지 아니하면 국민의 권리 보호나 정의관념에 현저히 반하거나 오히려 해당 규정의 기본취지에 반하는 등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3. 2. 21. 선고 2010도10500 전원합의체 판결 반대의견 참조).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강제적인 부부관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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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행사된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하여 처벌이 가능하고 이를 통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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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에 대한 처벌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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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보호가 충분히 가능하므로, 굳이 판례를 변경하여야 할 정도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2012. 1. 17. 개정된 가정폭력특례법에서는 배우자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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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및 강제추행 등의 성범죄를 가정폭력범죄로 추가하여 보호처분 대상으로 삼았음에도, 배우자에 대한 

강간

죄를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이는 강제적인 부부관계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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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에 의한 무거운 형사처벌을 수단으로 하여 개입하기에 앞서 그 폭력성에 초점을 맞추어 보호처분을 통해 규율함으로써, 위 특례법의 목적에 맞게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며 피해자와 가족구성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취지라고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기존 판례의 견해를 변경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점진적으로 변경해 나가는 것이 타당하다. 종전 대법원판결은 실질적으로 혼인관계가 인정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경우에 

강간

죄의 성립이 가능하다고 보았는데, 여기에서 더 나아가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된 상태에 이르지 아니하였더라도 부부관계가 실질적으로 파탄 내지 단절된 경우, 예를 들어 같은 주거에서 생활하더라도 의사결정을 강제하는 폭행, 협박을 수반하지 아니하면 부부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강간

죄의 성립을 긍정하는 해석론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 실제로 종전 대법원판결은 위와 같이 실질적인 혼인관계를 언급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서로 정교 승낙이나 정교권 포기의 의사표시를 철회한 상태’를 

강간

죄가 성립될 수 있는 경우에 대한 직접적인 논거로 삼고 있고, 위와 같은 상태는 실질적으로 부부관계가 파탄에 이른 경우라고 할 수 있으므로, 종전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지 않고서도 실질적으로 부부관계가 파탄 내지 단절된 경우에 

강간

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해석론이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이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원심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서 실질적으로 부부관계가 파탄 내지 단절되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여 그와 같은 상태에 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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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로 처벌할 수 있을 것이다.

바. 한편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개정 형법은 제297조 등을 개정하여 곧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개정 형법은 제297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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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객체를 ‘부녀’에서 모든 ‘사람’으로 변경하고 친고죄에 관한 형법 제306조를 삭제하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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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추행의 죄를 일부 개정하였다. 이는 변화된 시대 상황을 반영하여 다양화된 성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형법을 개정한 것으로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제적으로 침해하는 다양한 유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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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를 모두 규율 대상으로 삼고 또한 피해자의 명예에 관한 고려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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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위에 대한 처벌을 더 우선하려는 것이며, 이러한 취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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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객체에 관한 구성요건이 확장되고 친고죄에 관한 규정이 폐지된 이상, 종전과는 달리 

강간

죄의 객체에 배우자도 포함된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하게 되었다고 보인다.

다만 개정 형법에서 ‘성관계’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여전히 ‘간음’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문언과 실질이 일치되지 않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 법률 개정을 통하여 정리될 필요가 있다. 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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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 확대는 

강간

죄를 기초로 한 다른 성폭력 관련 범죄의 해석·적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3. 6. 19. 시행 예정인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2012. 12. 18. 법률 제11556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5조 제4항은 ‘친족관계에 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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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 죄’의 주체인 ‘친족관계에 있는 사람’에서의 ‘친족’의 범위에 ‘동거하는 친족’을 추가하였는데, 

강간

죄를 배우자에게까지 확대한 결과 여기의 ‘동거하는 친족’에 배우자도 포함하게 된다면 죄형균형의 원칙을 깨뜨릴 우려가 있으므로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친족’이라는 문언을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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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에서의 객체의 확대가 

강간

 및 강제추행을 비롯한 성폭력에 관한 여러 범죄에서의 해석·운영에 문제를 낳을 수 있다 하더라도, 이는 

강간

죄의 객체를 확대한 입법에 의한 결단이므로 이를 감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입법이 이루어지기 전에 위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해석론을 택하여 판례를 변경하는 것이 형사정책적으로 옳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이와 같이 강제적인 부부관계에 대하여 

강간

죄를 인정할 수 있는 법률 개정이 이루어졌고 곧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면, 종전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여 그 전에 이루어진 강제적인 부부관계에 대하여 

강간

죄로 처벌하여 혼란이나 문제를 낳는 것보다, 개정 법률의 시행을 기다려 그 시행 이후에 이루어진 강제적인 부부관계에 대하여 

강간

죄로 처벌하는 것이 형사법제 및 형사정책의 기본 원칙인 죄형법정주의 및 형벌불소급의 정신에 더 적합하다고 할 것이다.

사. 이상과 같이 부부관계에서 이루어진 유형력의 행사에 대하여 폭행죄나 협박죄 등으로 처벌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현행 형법에 대한 종전 대법원판결을 변경하여 

강간

죄의 처벌 대상을 부부관계에까지 확대하여 해석하고 이를 기초로 이 사건 피고사건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는 취지의 다수의견에는 동의하지 아니하므로, 이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대법원장   양승태(재판장)        대법관   양창수 신영철(주심) 민일영 이인복 이상훈 박병대 김용덕 박보영 고영한 김창석 김신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