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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례

청탁금지법(소위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소위 김영란법, 이하 법제처의 정식약칭인 ‘청탁금지법’이라고 한다)이 2016. 9. 28.부터 시행되었다. 청탁금지법은 2012년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인 김영란 전 대법관이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을 막기 위하여 추진한 법안으로 2015. 3월 국회를 통과하였고,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이 법 적용대상에 포함되는 것이 적절한지 등에 관한 논란이 있어 헌법소원까지 청구되었으나 헌법재판소는 2016. 7. 28.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청탁금지법의 총 조항 수는 24개로 복잡한 편은 아니다.

 

청탁금지법은 제1조에서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규정하였다. 이 법에서 ‘공직자 등’, ‘부정청탁’, ‘금품 등의 수수‘라는 핵심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공직자 등‘은 공무원, 공직유관단체의 임직원, 학교장과 임직원, 언론사의 임직원이다. ’부정청탁‘은 공직자 등이 처리하는 업무와 관련하여 법이 허용하지 않거나 정상적인 거래관행을 벗어난 특정한 행위를 하도록 요구하는 것으로 법에서 구체적인 14가지 유형을 정하고 있다. ’금품 등의 수수‘는 금전의 제공을 포함하여, 식사, 숙박 등의 편의제공, 기타 그 밖의 유,무형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청탁금지법이 금지하는 행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누구든지 공직자 등에게 부정청탁을 해서는 안되며, 부정청탁을 받은 공직자등은 그에 따른 직무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 또한 공무원 등은 직무와 관련하여 어떠한 금품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아니되고,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 동일인으로부터 1회에 100만원, 연간 합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된다. 다만 예외적으로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 의례 또는 부조 목적의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 이내의 금액(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한도 내에서 허용되고,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 행사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 그 밖에 다른 법령, 기준 또는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 등은 허용된다. 원칙과 관련된 조항은 이해가 쉬우나, 예외와 관련된 조항은 구체적 사례에 따라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 법은 여러 면에서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먼저 법 시행을 계기로 소위 ‘을’이 ‘갑’에게 식사, 주류 등을 대접하는 접대 문화가 획기적으로 변할 것으로 보인다, 저녁 술자리 모임이 줄어들 것이다. 공무원을 포함한 많은 직장인들이 저녁시간을 이용한 개인여가를 즐기거나,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형태의 모임에서 더치페이 문화가 활성화될 것이다. 접대를 빌미로 청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공적 의사결정에 있어서 타인의 청탁이 개입될 여지가 줄어들 것이다.

 

한편 일부 자영업자들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예를 들면 3만원 이상의 음식을 취급하는 한정식, 일식당 등의 외식업체, 한우, 송이버섯 등 5만원 이상의 선물에 들어가는 원재료의 생산자들, 골프업계, 접대와 관련된 유흥주점, 화훼업계 등에는 상당한 악영향이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11.6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반면, 현대경제연구원은 부패지수가 낮아지면 장기적으로는 우리 경제에 이익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법 시행 직전에는 약간의 혼란이 있었다. 법 적용을 받지 않기 위해 결혼식을 앞당기는 경우도 있고, 식당 등에 선결제를 요구한 경우도 있었고, 법 위반을 우려하여 아예 식사약속을 취소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법 위반자를 신고하여 포상금을 노리는 소위 란파라치 학원도 성행하였다가 서면신고 및 증거가 필요하다는 말에 인기가 조금 시들해지기도 했다. 고액의 포상금에 국민들을 감시자로 만들어 ‘불신사회’를 조장하는 반작용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혼란은 일시적인 것으로 국민권익위원회의 유권해석 및 법원의 판례가 축적되면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 위축으로 인한 일부 업계의 타격 등의 우려가 있지만, 청탁금지법은 부패와 비리가 없는, 투명하고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행여나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법의 내용과 사례들을 우리 모두가 잘 숙지해야 할 것이고, 법이 잘 정착될 때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