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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부산변호사]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와 관련된 전원합의체 판결 [부산형사전문변호사]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강간(인정된죄명:준강간미수,변경된죄명:준강간)]〈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사건〉[공2019상,1005]

【판시사항】

[1] 준강간죄에서 ‘고의’의 내용

[2]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의 방법이 아닌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행위를 강간죄에 준하여 처벌하고 있으므로, 준강간의 고의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한다.

[2] [다수의견] 형법 제300조는 준강간죄의 미수범을 처벌한다. 또한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불능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고 실제로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이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범죄가 기수에 이르지 못하였으므로 준강간죄의 미수범이 성립한다.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형법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능미수는 행위자에게 범죄의사가 있고 실행의 착수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지만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구성요건의 충족은 불가능하지만, 그 행위의 위험성이 있으면 불능미수로 처벌한다. 불능미수는 행위자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존재한다고 오인하였다는 측면에서 존재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사실의 착오와 다르다.

 형법은 제25조 제1항에서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라고 하여 장애미수를 규정하고, 제26조에서 “범인이 자의로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한 때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라고 하여 중지미수를 규정하고 있다. 장애미수 또는 중지미수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할 당시 실행행위를 놓고 판단하였을 때 행위자가 의도한 범죄의 기수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처음부터 기수가 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배제되는 불능미수와 구별된다.

 형법 제27조에서 정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는 행위자가 시도한 행위방법 또는 행위객체로는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결과 발생의 불가능’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원시적 불가능성으로 인하여 범죄가 기수에 이를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불능범과 구별되는 불능미수의 성립요건인 ‘위험성’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형법 제299조에서 정한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는 피해자인 사람에게 존재하여야 하므로 준강간죄에서 행위의 대상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그러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이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그 사람의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행위를 하면 구성요건이 충족되어 준강간죄가 기수에 이른다.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를 가지고 간음하였으나, 실행의 착수 당시부터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준강간죄의 기수에 이를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 ① 형법 제13조(범의)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이란 형법에 규정된 범죄유형인 구성요건에서 외부적 표지인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즉 행위주체·객체·행위·결과 등을 말한다. 이와 달리 행위자의 내면에 속하는 심리적·정신적 상태를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라고 하는데, 고의가 대표적인 예이다. 형법 제13조는 고의범이 성립하려면 행위자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행위주체·객체·행위·결과 등에 관한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성요건 중에 특별한 행위양태(예컨대 강간죄에서의 ‘폭행·협박’이나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 등)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사정의 존재까지도 행위자가 인식하여야 한다.

 형법 제27조(불능범)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표제에서 말하는 ‘불능범’이란 범죄행위의 성질상 결과 발생 또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서 ‘실행의 수단의 착오’란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행위자가 선택한 실행수단의 성질상 그 수단으로는 의욕한 결과 발생을 현실적으로 일으킬 수 없음에도 무지나 오인으로 인하여 당해 구성요건적 행위의 기수가능성을 상정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리고 대상의 착오란 행위자가 선택한 행위객체의 성질상 그 행위객체가 흠결되어 있거나 침해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어 의욕한 결과 발생을 현실적으로 일으킬 수 없음에도 무지나 오인으로 인하여 당해 구성요건적 행위의 기수가능성을 상정한 경우를 의미한다. 한편 형법 제27조에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범죄기수의 불가능뿐만 아니라 범죄실현의 불가능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행위가 종료된 사후적 시점에서 판단하게 되면 형법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미수범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사태라고 볼 수 있으므로, 만약 ‘결과불발생’, 즉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과 ‘결과발생불가능’, 즉 범죄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장애미수범과 불능미수범은 구별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형법 제27조의 ‘결과 발생의 불가능’은 사실관계의 확정단계에서 밝혀지는 ‘결과불발생'과는 엄격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이 조항의 표제는 ‘불능범’으로 되어 있지만, 그 내용은 가벌적 불능범, 즉 ‘불능미수’에 관한 것이다. 불능미수란 행위의 성질상 어떠한 경우에도 구성요건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지만 ‘위험성’ 때문에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경우를 말한다. 판례는 불능미수의 판단 기준으로서 위험성의 판단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이것이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판단으로 보아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형법 제27조의 입법 취지는, 행위자가 의도한 대로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 애당초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미수범으로도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지만 규범적 관점에서 보아 위험성 요건을 충족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미수범으로 보아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자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 발생의 불가능 여부는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을 착오한 행위자가 아니라 그 행위 자체의 의미를 통찰력이 있는 일반인의 기준에서 보아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 않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만 특별히 그 행위 당시의 사정으로 인해 결과 발생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는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가 될 뿐이다.

③ 강간죄나 준강간죄는 구성요건결과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는 결과범이자 보호법익의 현실적 침해를 요하는 침해범이다. 그러므로 강간죄나 준강간죄에서 구성요건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간음이 이루어졌는지, 즉 그 보호법익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다수의견은 준강간죄의 행위의 객체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것을 처벌하고 있다. 즉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은 범행 방법으로서 구성요건의 특별한 행위양태에 해당하고, 구성요건행위의 객체는 사람이다. 이러한 점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한 형법 제297조의 규정과 비교하여 보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형법 제297조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에 대응하는 부분이 형법 제299조의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라는 부분이다. 구성요건행위이자 구성요건결과인 간음이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을 때 이루어진다는 점은 강간죄나 준강간죄 모두 마찬가지이다. 다만 강간죄의 경우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는 데 반하여, 준강간죄의 경우에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다수의견의 견해는 형벌조항의 문언의 범위를 벗어나는 해석이다.

④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은 구성요건해당성 또는 구성요건의 충족의 문제와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 발생의 불가능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 만약 다수의견처럼 보게 되면, 피고인의 행위가 검사가 공소 제기한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그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때에 해당한다는 것과 다름없고,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적용법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의 구성요건요소가 되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 때에도 불능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해석론은 근대형법의 기본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전면적으로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참조조문】

[1] 형법 제13조, 제297조, 제299조 [2] 헌법 제12조 제1항, 형법 제1조 제1항, 제13조, 제25조, 제26조, 제27조, 제297조, 제299조, 제300조

【참조판례】

[2] 대법원 1978. 3. 28. 선고 77도4049 판결(공1978, 10761)
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도2313 판결
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공2000하, 1574)
대법원 2005. 12. 8. 선고 2005도8105 판결(공2006상, 141)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3687 판결(공2007하, 1419)
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5도7343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태일 담당변호사 최인한 외 1인

【원심판결】 고등군사법원 2018. 9. 13. 선고 2018노88 판결

【주 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사건의 경위

가. 군검사는 피고인을 다음과 같은 강간의 공소사실로 기소하였다.

피고인은 2017. 4. 17. 22:30경 자신의 집에서 피고인의 처, 피해자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다음 날 01:00경 피고인의 처가 먼저 잠이 들고 02:00경 피해자도 안방으로 들어가자 피해자를 따라 들어간 뒤, 누워 있는 피해자의 옆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팬티 속으로 손을 넣어 음부를 만지다가, 몸을 비틀고 소리를 내어 상황을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입을 막고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1회 간음하여 강간하였다.

나. 제1심은 예비적 죄명으로 준강간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추가하는 군검사의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였다.

피고인은 위 가.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술에 취하여 누워 있는 피해자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였다.

다. 제1심은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쉽사리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주위적 공소사실인 강간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준강간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만 항소하였다.

라. 원심은 예비적 죄명으로 준강간미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추가하는 군검사의 공소장변경을 허가하였다.

피고인은 위 가.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피해자가 실제로는 반항이 불가능할 정도로 술에 취하지 아니하여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강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술에 만취하여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오인하여 누워 있는 피해자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1회 간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강간하려 하다가 미수에 그쳤다.

마. 원심은 군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준강간 부분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준강간의 불능미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만 예비적 공소사실 중 ‘몸을 비틀고 소리를 내어 상황을 벗어나려는 피해자의 입을 막고’ 부분은 착오 기재라는 이유로 범죄사실에서 삭제하였다.

바. 피고인만 유죄 부분에 대하여 상고하였다. 피고인은 상고이유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 2)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아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없는 성관계를 하였으므로 준강간의 결과 발생 가능성이나 법익침해의 위험성이 없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에 대하여 차례로 판단한다.

2. 준강간의 고의가 없다는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1)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은 폭행 또는 협박의 방법이 아닌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행위를 강간죄에 준하여 처벌하고 있으므로, 준강간의 고의는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과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다는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를 말한다.

2) 피고인이 범죄구성요건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그 범의 자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으므로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이를 증명할 수밖에 없다. 이때 무엇이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으로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2. 23. 선고 2005도8645 판결 등 참조). 한편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는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등 참조).

3) 그리고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나(군사법원법 제359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사실인정의 전제로 행하여지는 증거의 취사선택 및 증거의 증명력은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한다(군사법원법 제360조, 형사소송법 제308조). 이는 법관이 증거능력 있는 증거 중 필요한 증거를 채택·사용하고 증거의 실질적인 가치를 평가하여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법관의 자유심증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충분한 증명력이 있는 증거를 합리적인 근거 없이 배척하거나 반대로 객관적인 사실에 명백히 반하는 증거를 아무런 합리적인 근거 없이 채택·사용하는 등으로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 이상, 법관은 자유심증으로 증거를 채택하여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7도1755 판결, 대법원 2015. 8. 20. 선고 2013도11650 전원합의체 판결등 참조).

나.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러한 원심의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로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 원심판결의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인과 피고인의 처 그리고 피해자가 함께 술을 마신 경위, 피고인과 피해자가 마신 각 술의 양,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장시간 주량을 초과하는 술을 마셔 취한 상태로 안방에 들어가 누워 있던 상황, 피고인이 준강간의 범행에 착수할 당시 피해자의 상태, 범행 후 피고인과 피해자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의 내용 등을 살펴보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게 준강간의 고의를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 이러한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준강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상고이유에 관하여

가. 형법 제300조는 준강간죄의 미수범을 처벌한다. 또한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불능미수범을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였고 실제로 그러한 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이 준강간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범죄가 기수에 이르지 못하였으므로 준강간죄의 미수범이 성립한다.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대법원 2005. 12. 8. 선고 2005도8105 판결, 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5도7343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형법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능미수는 행위자에게 범죄의사가 있고 실행의 착수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지만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의 착오로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는 경우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구성요건의 충족은 불가능하지만, 그 행위의 위험성이 있으면 불능미수로 처벌한다. 불능미수는 행위자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존재한다고 오인하였다는 측면에서 존재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사실의 착오와 다르다.

2) 형법은 제25조 제1항에서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라고 하여 장애미수를 규정하고, 제26조에서 “범인이 자의로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한 때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라고 하여 중지미수를 규정하고 있다. 장애미수 또는 중지미수는 범죄의 실행에 착수할 당시 실행행위를 놓고 판단하였을 때 행위자가 의도한 범죄의 기수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었으므로 처음부터 기수가 될 가능성이 객관적으로 배제되는 불능미수와 구별된다.

3) 형법 제27조에서 정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는 행위자가 시도한 행위방법 또는 행위객체로는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결과 발생의 불가능’은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원시적 불가능성으로 인하여 범죄가 기수에 이를 수 없는 것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한편 불능범과 구별되는 불능미수의 성립요건인 ‘위험성’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대법원 1978. 3. 28. 선고 77도4049 판결, 대법원 2005. 12. 8. 선고 2005도8105 판결 등 참조).

4) 형법 제299조에서 정한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서,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도3257 판결 등 참조).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는 피해자인 사람에게 존재하여야 하므로 준강간죄에서 행위의 대상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그러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이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에 대하여 그 사람의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행위를 하면 구성요건이 충족되어 준강간죄가 기수에 이른다.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를 가지고 간음하였으나, 실행의 착수 당시부터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준강간죄의 기수에 이를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정신적·신체적 사정으로 인하여 성적인 자기방어를 할 수 없는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다면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은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아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의 결과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고, 피고인이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일반인이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보았을 때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위험성이 인정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으나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이 판결에는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 여부에 관한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하였고,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과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의 보충의견이 있다.

5.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안철상, 대법관 김상환의 반대의견

가. 1) 형법 제13조(범의)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이라 함은 형법에 규정된 범죄유형인 구성요건에서 외부적 표지인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즉 행위주체·객체·행위·결과 등을 말한다. 이와 달리 행위자의 내면에 속하는 심리적·정신적 상태를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라고 하는데, 고의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형법 제13조는 고의범이 성립하려면 행위자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인 행위주체·객체·행위·결과 등에 관한 인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성요건 중에 특별한 행위양태(예컨대 강간죄에서의 ‘폭행·협박’이나 준강간죄에서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 등)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는 이러한 사정의 존재까지도 행위자가 인식하여야 한다.

2) 형법은 제2편 제32장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 장에 규정된 죄는 모두 개인의 성적 자유 또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이고, 그 기본적 구성요건은 강간죄(제297조)와 강제추행죄(제298조)이다.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강간이란 폭행 또는 협박에 의하여 상대방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여 그 사람을 간음하는 것을 말한다. 간음이란 넓게는 위법한 성적 욕구 충족행위를 말하지만, 여기에서는 남자 성기와 여자 성기의 삽입을 의미한다. 강간죄에서 구성요건행위는 강간으로 그 특별한 행위양태는 ‘폭행 또는 협박’이고, 객체는 사람이며, 구성요건적 결과는 간음이다. 준강간죄(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고, 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죄(제302조)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며,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죄(제305조)는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이다. 준강간죄는 그 특별한 행위양태가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죄(제302조)는 객체가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이고 그 특별한 행위양태가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죄(제305조)는 객체가 13세 미만의 사람이고 그 범행수단으로 폭행이나 협박, 위계나 위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성립한다는 점에서 형법 제32장의 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인 강간죄와 그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달리한다. 그러나 그 보호법익이 어느 것이나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라는 점, 즉 간음이라는 구성요건결과의 발생을 필요로 한다는 점은 강간죄와 같다.

나. 형법 제27조(불능범)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 표제에서 말하는 ‘불능범’이란 범죄행위의 성질상 결과 발생 또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1998. 10. 23. 선고 98도2313 판결,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7도3687 판결 등 참조). 여기에서 ‘실행의 수단의 착오’라 함은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행위자가 선택한 실행수단의 성질상 그 수단으로는 의욕한 결과 발생을 현실적으로 일으킬 수 없음에도 무지나 오인으로 인하여 당해 구성요건적 행위의 기수가능성을 상정한 경우를 의미한다. 그리고 대상의 착오란 행위자가 선택한 행위객체의 성질상 그 행위객체가 흠결되어 있거나 침해될 수 없는 상태에 놓여 있어 의욕한 결과 발생을 현실적으로 일으킬 수 없음에도 무지나 오인으로 인하여 당해 구성요건적 행위의 기수가능성을 상정한 경우를 의미한다. 한편 형법 제27조에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범죄기수의 불가능뿐만 아니라 범죄실현의 불가능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행위가 종료된 사후적 시점에서 판단하게 되면 형법에 규정된 모든 형태의 미수범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사태라고 볼 수 있으므로, 만약 ‘결과불발생’, 즉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과 ‘결과발생불가능’, 즉 범죄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구분하지 않는다면 장애미수범과 불능미수범은 구별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형법 제27조의 ‘결과 발생의 불가능’은 사실관계의 확정단계에서 밝혀지는 ‘결과불발생’과는 엄격히 구별되는 개념이다.

이 조항의 표제는 ‘불능범’으로 되어 있지만, 그 내용은 가벌적 불능범, 즉 ‘불능미수’에 관한 것이다. 불능미수란 행위의 성질상 어떠한 경우에도 구성요건이 실현될 가능성이 없지만 ‘위험성’ 때문에 미수범으로 처벌하는 경우를 말한다. 판례는 불능미수의 판단 기준으로서 위험성의 판단은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이것이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판단으로 보아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느냐를 따져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대법원 1978. 3. 28. 선고 77도4049 판결, 대법원 2005. 12. 8. 선고 2005도810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입장에서 대법원은 ① ‘초우뿌리’ 또는 ‘부자’ 달인 물을 피해자에게 마시게 하여 살해하려고 한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실행의 수단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때에 해당하지만 위험성이 있으므로 살인미수로 처벌한 것은 정당하다고 하였고(위 대법원 2007도3687 판결 참조), ② 야간주거침입절도 후 준강제추행 미수로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주거에 침입할 당시 피해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기 때문에 피고인의 행위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때에 해당하지만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원심이 피고인을 주거침입 후 준강제추행의 불능미수의 유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3. 7. 11. 선고 2013도5355 판결 참조).

형법 제27조의 입법 취지는, 행위자가 의도한 대로 구성요건을 실현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보아 애당초 가능하지 않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미수범으로도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지만 규범적 관점에서 보아 위험성 요건을 충족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미수범으로 보아 형사처벌을 가능하게 하자는 데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 발생의 불가능 여부는 실행의 수단이나 대상을 착오한 행위자가 아니라 그 행위 자체의 의미를 통찰력이 있는 일반인의 기준에서 보아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 않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일정한 조건하에서는 결과 발생의 개연성이 존재하지만 특별히 그 행위 당시의 사정으로 인해 결과 발생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는 불능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가 될 뿐이다.

다. 1) 먼저 이 사건의 경위를 살펴본다. 이 사건 최초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2017. 4. 18. 02:00경 자신의 집 안방에서 누워 있는 피해자의 옆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피해자의 입을 막고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1회 간음하여 강간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제1심 공판기일에 공소사실 기재 범행 당시 피해자가 술에 취한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자의 동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라고 범행을 부인하였다. 이에 군검사는 ‘위 일시 장소에서 술에 취하여 누워 있는 피해자의 옆에서 피해자의 가슴을 만지고 바지와 팬티를 벗긴 후 1회 간음함으로써 피해자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강간하였다’는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였다. 제1심은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는 폭행 또는 협박의 점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유에서 무죄로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준강간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제1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만이 항소하였고, 변호인은 항소이유서를 제출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였다는 점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다투었다. 그러자 군검사는 제1심에서 유죄가 인정된 준강간죄에 대하여 준강간미수죄의 적용법조인 형법 제300조, 제299조, 제297조를 예비적으로 추가하였다.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해자가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 하더라도 피고인에게는 준강간의 고의가 있었으므로 준강간미수죄(불능미수)의 성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원심은 군검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해자가 이 사건 당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여 그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있었던 이상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피고인은 형법 제2편 제32장에 규정된 ‘강간과 추행의 죄’ 중에서 강간죄 및 준강간죄로 기소되었다. 강간죄나 준강간죄는 구성요건결과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는 결과범이자 보호법익의 현실적 침해를 요하는 침해범이다. 그러므로 강간죄나 준강간죄에서 구성요건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간음이 이루어졌는지, 즉 그 보호법익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제1심 및 원심 모두 강간죄 및 준강간죄의 구성요건결과인 간음이 행하여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제1심은 구성요건행위인 강간의 특별한 행위양태인 ‘폭행 또는 협박’을 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원심은 준강간의 특별한 행위양태인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을 따름이다. 그리고 간음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이 과연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 즉 ‘범죄행위의 성질상 결과 발생 또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경우’(앞의 대법원 2007도3687 판결 참조)에 해당하는가? 그렇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건은 미수범의 영역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의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였고 실제로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결과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피고인이 행위 당시에 인식한 사정을 놓고 객관적으로 일반인의 판단으로 보았을 때 준강간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고 한다. 그러나 준강간죄의 행위객체는 사람이므로, 이 사건에서 애당초 구성요건실현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의미에서의 대상의 착오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의 대상으로 삼은 데에 객체의 동일성에 관한 착오도 없었다. 다수의견은 피고인에게 ‘실행의 수단의 착오’도 있었던 것처럼 설시하고 있으나, 이 사건에서 어떠한 점에서 실행의 수단의 착오가 있다는 것인지 설명이 없다. 다수의견에서 이 사건이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강간의 결과 발생, 즉 간음으로 인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가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잘못이다.

다수의견은 준강간죄의 행위의 객체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제297조, 제297조의2  제298조의 예에 의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 또는 추행’하는 것을 처벌하고 있다. 즉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은 범행 방법으로서 구성요건의 특별한 행위양태에 해당하고, 구성요건행위의 객체는 사람이다. 이러한 점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정한 형법 제297조의 규정과 비교하여 보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형법 제297조의 ‘폭행 또는 협박으로’에 대응하는 부분이 형법 제299조의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라는 부분이다. 구성요건행위이자 구성요건결과인 간음이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을 때 이루어진다는 점은 강간죄나 준강간죄 모두 마찬가지이다. 다만 강간죄의 경우에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는 데 반하여, 준강간죄의 경우에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다수의견의 견해는 형벌조항의 문언의 범위를 벗어나는 해석이다.

다수의견은 피고인이 범행을 시도할 당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가 아니었음이 사후적으로 판명된 이상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던 것이고, 그리하여 준강간죄 결과의 발생은 처음부터 불가능하였던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과연 이 사건이 형법 제27조에서 규정하는 것처럼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 즉 범죄행위의 성질상 결과 발생 또는 법익침해의 가능성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가? 다수의견의 고민과 법리 구성은 경청할 만한 것이지만 이에 대해서 선뜻 긍정의 답변을 할 수 없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 발생의 불가능’은 범죄기수의 불가능뿐만 아니라 범죄실현의 불가능을 포함하는 개념으로서 결과가 현실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는 ‘결과불발생’의 개념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제1심은 준강간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은 준강간죄를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군검사는 준강간죄가 무죄로 판단될 경우에 대비하여 적어도 준강간의 불능미수죄는 된다고 예비적으로 적용법조를 추가하였다. 형법 제27조의 입법 취지가 이런 경우를 위한 것이 아님은 이미 살펴보았다. 이 사건은 군검사가 적용을 구하는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특별한 행위양태에 대한 증거가 충분한지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일 따름이다.

3) 결론적으로, 다수의견은 구성요건해당성 또는 구성요건의 충족의 문제와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 발생의 불가능의 의미를 혼동하고 있다. 만약 다수의견처럼 보게 되면, 피고인의 행위가 검사가 공소 제기한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그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때에 해당한다는 것과 다름없고, 이 사건처럼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적용법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범죄의 구성요건요소가 되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 때에도 불능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해석론은 근대형법의 기본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전면적으로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근거로 이 부분 예비적 공소사실인 준강간미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법 제27조의 불능미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취지를 밝힌다.

6.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박상옥, 대법관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의 보충의견

다수의견의 논거를 보충하고 반대의견의 비판에 관하여 몇 가지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가. 1)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함부로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유추해석 등을 하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7도2162 판결, 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9도1333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형벌법규의 입법 목적이나 그 전체적 내용, 구조 등을 살펴보아 사물의 변별능력을 제대로 갖춘 일반인의 이해와 판단으로 그 구성요건요소에 해당하는 행위유형을 정형화하거나 한정할 합리적 해석기준을 찾는 것은 법률을 해석·적용하는 것으로서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도 않는다(대법원 2001. 11. 13. 선고 2001도3531 판결 등 참조).

2) 다수의견은 형법 제2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결과 발생의 불가능’ 유무를 기준으로 불능미수와 장애미수 또는 중지미수를 구별하고, ‘위험성’ 여부를 기준으로 불능미수와 불가벌적 불능범을 구별하고 있다.

가) 형법이 기본적으로 규율대상으로 삼는 범죄의 형태는 객관적 구성요건과 주관적 구성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고, 그중 객관적 구성요건은 일정한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로 인하여 형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법익에 대한 일정한 침해의 결과가 발생하였고 그러한 행위와 결과 사이에 규범적인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이 인정될 것을 내용으로 한다. 그러므로 형법상 미수범은 기수범과 마찬가지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특정 구성요건의 실현에 대한 고의가 있으나, 다만 객관적 구성요건을 완비하지 못하여 범죄성립요건이 축소된 범죄형태라 볼 수 있다.

나) 형법 제25조 제1항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라고 하여 장애미수를, 제26조는 “범인이 자의로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방지한 때에는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한다.”라고 하여 중지미수를 각 규정하고 있다. 실행에 착수한 행위가 장애미수 또는 중지미수로 처벌되는 것은 비록 현실적인 법익침해 또는 위태화라는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실행의 착수가 있었고 그 결과 발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미수 또는 중지미수는 구성요건실현 가능성이 있었지만, 즉 결과의 발생이 가능했었지만 범죄가 기수에 이르지 않은 미수범이라 할 수 있다.

다) 원래 불능범은 행위자에게 범죄의사가 있고 외관상 실행의 착수라고 볼 수 있는 행위가 있지만 행위의 성질상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 즉 구성요건실현의 가능성이 없어 원칙적으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그런데 불능범을 형사상 처벌의 대상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입법적 결단으로 형법 제27조는 불능범이라는 표제 하에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위험성’이 있는 불능미수를 예외적으로 처벌하고 있다. 형법 제27조에서 정한 ‘결과 발생의 불가능’은 불능미수의 본질적 표지로서 불능미수이냐 장애미수 또는 중지미수이냐에 따라 구성요건적 결과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형법 제27조에서 정한 ‘결과의 발생’을 형법 제25조 제1항, 제26조에서 정한 ‘결과의 발생’과 다르게 해석할 근거가 없고, 불능미수도 미수범의 한 유형이므로 형법 제27조에서 정한 ‘결과 발생의 불가능’은 처음부터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어 범죄가 기수에 이를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하여야 한다.

라) 대법원은 피고인이 남편을 살해하고자 배춧국에 농약을 타 먹게 하였으나 피해자가 국물을 토하여 살인미수로 기소된 사안에서 형법이 장애미수와 불능미수를 구별하여 처벌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의 행위가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가렸어야 함에도 원심이 이를 심리하지 않은 채 장애미수를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1984. 2. 14. 선고 83도2967 판결 참조). 또한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여 피해자의 성기에 손가락을 넣었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의 상태에 있지 않았던 사안에서 피고인의 행위가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준유사강간의 결과 발생이 불가능하였고 그 위험성이 인정된다고 보아 준유사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될 여지가 많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5. 8. 13. 선고 2015도7343 판결 참조).

대법원은 이러한 판결들을 통하여 장애미수와 불능미수가 구별되고, 불능미수는 실행의 착수 당시부터 결과적으로 구성요건의 충족이 불가능하지만 위험성이 있으면 성립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나. 반대의견은 준강간죄가 구성요건결과의 발생을 요건으로 하는 결과범이자 보호법익의 현실적 침해를 요하는 침해범이기 때문에 구성요건결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는 간음이 이루어졌는지, 즉 그 보호법익인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준강간죄의 구성요건결과인 간음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된 이상 불능미수범이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한다. 나아가 다수의견이 구성요건해당성 또는 구성요건의 충족의 문제와 결과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를 혼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의 위 비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1) 형법 제299조의 준강간죄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을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때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여 기수에 이른다.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아니한 사람을 간음하는 것은 준강간죄의 대상이나 구성요건적 행위가 아니므로 간음이 발생하였다고 하더라도 준강간죄의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실행의 착수 당시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구성요건이 충족될 가능성이 없어 결과적으로 준강간죄의 기수에 이를 가능성이 없었던 경우에 해당하므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 성립 여부가 문제된다.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실행에 착수한 이상 원칙적으로 형법적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범죄론의 논리구조상 당연하기 때문이다.

2) 반대의견은 ‘간음’ 자체가 강간죄와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적 결과라고 주장하나, 이는 강간죄와 준강간죄를 별개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한 형법 체계에 반한다. 강간죄와 준강간죄에서, 보호법익인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라는 결과는 간음행위만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별도의 가해자의 행위 또는 피해자의 상태 등과 결합하여서만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반대의견은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중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와 구성요건적 결과 발생을 의미하는 ‘기수’를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 반대의견은 준강간죄의 행위의 객체가 ‘사람’이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에게 대상의 착오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으며, 그 행위의 객체를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하는 다수의견이 형벌조항의 문언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한다. 또한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이 어떠한 점에서 실행의 수단의 착오가 있었는지 설명하지 않았다고 한다.

1) 형법은 제2편 제32장에서 ‘강간과 추행의 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강간죄(제297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위의 객체는 ‘사람’, 미성년자 등에 대한 간음죄(형법 제30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위의 객체는 ‘미성년자 또는 심신미약자’,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죄(제305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위의 객체는 ‘13세 미만의 사람’으로 명시하고 있다. 반면 형법 제29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범죄이고, 여기에서 ‘이용하여’라 함은 행위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을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 때문에 간음이 용이하게 되었음을 말하므로, 준강간죄에서 행위의 객체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보아야 한다.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야 하므로 행위의 객체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간음의 상대방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와 범위 안에서 형법 제299조를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해석하는 것이므로, 다수의견이 형벌규정 문언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반대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2) 형법 제27조에서 정한 ‘실행의 수단의 착오’는 행위자가 시도한 행위방법으로는 결과의 발생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는 수단의 불가능성 또는 부적합성을 말한다. ‘대상의 착오’는 행위자가 시도한 행위의 객체가 구성요건을 충족시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상의 불가능성 또는 부적합성을 말한다. 위에서 보았듯이 준강간죄의 행위의 객체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는 사람’이고, 그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이다. 준강간죄에서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는 것은 대상의 성질이기도 하지만 실행 수단의 전제이기도 하다.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간음하였으나, 피해자가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면 피고인이 시도한 행위방법이나 행위객체에 대한 불가능성 또는 부적합성으로 인하여 준강간죄의 기수에 이를 가능성이 처음부터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 위와 같이 실행의 수단의 착오 또는 대상의 착오가 명확히 구분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수단의 착오와 대상의 착오 중 어느 것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그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므로 구분할 실익도 없다. 따라서 다수의견이 어떠한 점에서 피고인에게 실행의 수단의 착오가 있었는지 설명하지 않는다거나 준강간죄의 행위의 객체가 단순히 ‘사람’임을 전제로 피고인에게 대상의 착오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의 비판은 옳지 않다.

라. 반대의견은 다수의견에 따르면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는 언제나 불능범이 되어 위험성이 있으면 미수범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며, 이러한 해석론은 죄형법정주의를 전면적으로 형해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의 위 비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타당하지 않다.

1) 다수의견은 모든 구성요건 불충족 행위에 대해 불능미수가 성립한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구성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형법 제27조에 의한 불능미수의 가벌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2) 형법상 불능미수도 다른 미수범과 마찬가지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특정 구성요건의 실현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하고 이는 미필적 고의로도 족하다. 이러한 주관적 구성요건은 범죄사실을 구성하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고, 검사의 증명이 그만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으므로(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231 판결, 대법원 2017. 12. 22. 선고 2017도12649 판결 등 참조), 피고인에게 주관적 구성요건인 고의를 인정할 수 없게 되면 애초부터 불능미수의 성립 여부를 검토할 필요조차 없다.

3) 형법 제27조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예외적으로 가벌적 불능미수의 성립을 인정하고 있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불능미수의 성립요건이 충족된 사안에서만 불능미수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일 뿐,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가 아닌 다른 이유로 결과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이거나 위험성이 없는 경우 등의 사안에까지 불능미수를 확대하여 인정하자는 취지가 아니다.

4) 형법 제29조는 “미수범을 처벌할 죄는 각 본조에 정한다.”라고 규정하여 미수범은 처벌규정이 존재하는 경우에만 처벌되고, 불능미수는 형법 제27조에서 규정한 대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되는 것이다.

5) 따라서 다수의견의 논리가 죄형법정주의를 형해화한다고 볼 수 없다.

마. 형법 제13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서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이라 함은 형법에 규정된 범죄유형인 구성요건에서 외부적 표지인 객관적 구성요건요소, 즉 행위주체·객체·행위·결과 등을 말한다는 점에 관하여는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일치한다.

그러나 반대의견은 이 사건에 대하여 불능미수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가 아니어서 불능미수가 문제 되지 않고 단순히 무죄라고 한다. 반대의견이 전제하고 있는 형법 제27조 불능미수의 요건인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한 결과 발생의 불가능’의 의미가 사람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사람이 아닌 경우 등만을 말하는 것이라면, 피고인이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보고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 피해자를 간음하였으나, 그 실행의 착수 당시 이미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하고, 피해자가 생존하였으나 실제로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은 경우에는 무죄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결론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납득하기 어렵다. 첫째,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를 가지고 피해자를 간음하려는 행위에 착수한 이상, 그 당시 피해자가 사망한 상태였는지, 생존하였으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는지는 준강간의 고의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가 될 수 없다. 둘째, 실행의 착수 당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만을 놓고 보면, 피해자가 사망하였다는 사정이나 생존하였지만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았다는 사정은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실현 가능성이 없어 기수에 이를 수 없다는 점에서 동일한데도, 전자의 경우에만 준강간죄의 불능미수를 인정하여 양자를 서로 다르게 취급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 셋째,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지 않아 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다면, 이는 생존한 피해자보다 사망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더 강하게 보호하는 셈이 되어 불합리하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7. 다수의견에 대한 대법관 민유숙, 대법관 노정희의 보충의견

가. 이 사건은 원심에서 준강간죄의 불능미수가 인정된 데 대하여 피고인만 상고한 사안이다. 따라서 준강간죄의 기수가 성립하는지의 여부는 상고심의 판단대상이 아니고 불능미수의 성립 여부만이 쟁점이다. 장애미수와 불능미수, 불능범과 불능미수의 구별, 구성요건 충족의 문제와 결과 발생 불가능의 관계 등에 관하여는 앞선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논한 바를 전제로 하고, 이하에서는 이 사건에서 준강간죄의 미수범 성립이 분명하다는 점에 관하여만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을 중심으로 보충하고자 한다.

나. 준강간의 고의와 실행의 착수에 관하여

1) 불능미수는 미수범의 한 형태이고, 미수범의 성립은 고의와 실행의 착수가 있어야 하는 한편 범죄의 미완성을 요건으로 한다.

2) 형법 제299조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자’를 준강간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심신상실’이란 정신장애 또는 의식장애 때문에 성적 행위에 관하여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하고, ‘항거불능’이란 심신상실 이외의 원인 때문에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를 말한다. ‘이용’이라 함은 피해자가 위와 같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간음을 용이하게 하는 방편으로 씀을 의미한다. 따라서 준강간의 고의는, 피고인이 피해자가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에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이용하여 간음할 의사로(확정적 고의), 혹은 그러한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는 것도 상관없다는 내심의 의사로(미필적 고의) 실행에 착수한 경우 인정된다.

3) 범죄의 실행의 착수는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행위 또는 구성요건적 행위와 밀접한 행위를 개시한 때에 인정된다. 준강간죄의 경우 예를 들어 잠을 자고 있는 피해자의 옷을 벗기고 자신의 바지를 내린 상태에서 피해자의 성기 등을 만지는 행위를 한 시점이면 피해자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을 할 의도를 가지고 간음의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행동을 시작한 것으로서 준강간죄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있다(대법원 2000. 1. 14. 선고 99도5187 판결 참조). 대법원은 위 사안에서 피고인이 위와 같은 행위를 하는 바람에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난 경우에도 준강간미수죄의 성립에 지장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4) 이 사건에서 준강간의 고의가 없었다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이 그 이유가 없음은 다수의견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또한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준강간의 실행의 착수라고 볼 수 있는 행위를 하였음도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반대의견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이를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행위는 불가벌적 불능범에 해당하지 않는 한 준강간죄의 미수범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 간음과 미수범 성립의 배타성 여부에 관하여

1) 그럼에도 반대의견이 미수범의 성립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 사건에서 간음이 있었다는 사실에 연유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 반대의견의 논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에서 간음이라는 구성요건결과가 발생하였고, 간음으로 인하여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 그러므로 형법 제27조에서 말하는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으며, 미수범의 영역에서 논의할 문제가 아니다.

이와 같이 반대의견은 구성요건결과가 발생하였다고 하면서도 기수는 물론 미수범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고, 불능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장애미수의 성립 여부에는 침묵하고 있다. 반대의견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기 위하여 먼저 간음과 범죄의 완성 또는 기수 성립의 관계에 관하여 살펴본다.

2) 국어사전에서는 ‘간음’의 뜻을 ‘부정한 성관계’ 또는 ‘주로 배우자 이외의 사람과의 성관계’를 이른다고 풀이하고 있다. 이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간음’이라는 용어에는 부정적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강압적 요소 또는 상대방의 명시적·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의 의미까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봄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간음을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와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행위 또는 행위의 사실적 결과와 보호법익의 침해에 대한 혼동을 야기하므로 구별하여 사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전제로 강간죄나 준강간죄의 구성요건을 다시 살펴보면, 강간죄나 준강간죄는 간음 자체를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폭행·협박으로 피해자의 거부의사를 억압하는 등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방법으로 간음이 이루어졌을 때 이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따라서 피고인이 목적 내지 의욕한 대로 간음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폭행이나 협박에 의하여 혹은 피해자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한 것이 아니라면 강간죄나 준강간죄는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수 없게 된다.

이와 같이 피고인이 목적 내지 의욕한 바가 실현됐음에도 인과관계의 결여로 인하여 범죄의 기수가 부정되는 사례는 공갈죄나 사기죄의 경우 자주 거론된다. 공갈죄의 경우 갈취의 고의로 폭행이나 협박을 하였으나 실제로 피해자가 외포되지는 않은 채 다른 이유로 처분행위를 했다면 피고인은 재물의 취득이라는 의욕한 결과를 얻었으나 공갈죄는 기수로 평가되지 않는다. 사기죄의 경우에도 편취의 의사로 기망행위를 했으나 피해자가 착오에 빠지지 않았음에도 다른 이유로 재물을 교부했다면 마찬가지이다. 피고인의 폭행이나 협박 등과 피해자의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부정되기 때문이다. 강간죄와 준강간죄에서도 피고인이 목적 내지 의욕한 결과가 발생했더라도 인과관계의 결여로 미수범은 성립할 수 있다. 범죄의 미완성은 구성요건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며, 행위자가 그 목적을 달성했느냐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3) 나아가 피고인의 폭행이나 협박에 의하여 또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한 행위에 의하여 간음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상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가 없거나 침해의 위험성도 없으므로 미수범도 성립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의문이 혹시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나 그러한 정도의 상태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피해자에게 성관계를 강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편견에 기반한 것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준강간죄에서 ‘항거불능의 상태’를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로 해석하는 데에는 강간죄 성립에 있어 폭행·협박의 정도를 가장 엄격하게 요구하는 최협의설의 입장과의 균형이 한 요인이 되고 있다(대법원 2009. 4. 23. 선고 2009도2001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강간죄에서 폭행·협박의 정도를 최협의로 제한하는 오래된 근거 중 하나는, 항거불능 또는 현저한 항거곤란의 정도가 아니고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강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관념이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의 의사를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피해자가 사력을 다하여 대항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고 고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는 없다는 비약적 결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 두 가지 상황 사이에는 넓은 간극이 있다. 일상에서도 우리는 예기치 못한 공격에 평소 이성적으로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실망스럽게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객관적·사후적으로 볼 때에는 사소한 공격행위일지라도 당시의 구체적 상황에서는 심각한 두려움을 느끼거나 심리적·육체적 마비나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게다가 부조리하고 비정상적인 범죄 상황에서 피해자에게만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선택을 강요하여 이에 실패했다고 비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즉, 강간죄와 준강간죄를 규정한 형법규범과 대법원이 그 해석을 통하여 요구하는 정도의 폭행·협박이나 항거불능 상태의 이용에 의하지 않은 간음이라 하더라도 실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는 경우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구성요건적 행위를 엄격하게 해석할수록 커진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보면, 위에서 보았듯이 준강간죄의 불능미수의 성립 여부만이 이 사건의 쟁점이다. 그러므로 피고인의 착오로 인하여 피해자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이 객관적으로 불가능했으나, 당시 피고인이 인식한 사정을 놓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기수에 이를 위험성이 있었다면 불능미수의 성립은 인정된다. 그리고 이는 피고인이 준강간의 고의로 실행에 착수했으나 간음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도 긍정된다. 그런데 오히려 피고인이 의욕한 대로 간음이 실현됐다는 사실을 들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될 위험성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는 본말이 전도된 해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형법상 준강간죄의 구성요건과 불능미수의 요건에 기한 다수의견의 해석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에 부합한다.

이상과 같이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힌다.

대법원장   김명수(재판장)        대법관   조희대 권순일 박상옥 이기택 김재형 박정화 안철상 민유숙 김선수(주심) 이동원 노정희 김상환


(출처 : 대법원 2019. 3. 28. 선고 2018도16002 전원합의체 판결 [강간(인정된죄명:준강간미수,변경된죄명:준강간)] > 종합법률정보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