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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대법원 판례] 위자료 액수 산정에서 법원의 재량 [법무법인 시우 부산변호사 이용민]

 

 

 

대법원 2014. 1. 16. 선고 2011다108057 판결

[손해배상][공2014상,389]

 

【판시사항】

[1]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 산정에서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

[2] 재산상 손해의 확정이 가능하거나 재산상 손해의 발생에 대한 증명이 부족한데도 위자료 명목으로 재산상 손해를 전보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1]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는 것이나, 이것이 위자료의 산정에 법관의 자의가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위자료의 산정에도 그 시대와 일반적인 법감정에 부합될 수 있는 액수가 산정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당연히 존재하고, 따라서 그 한계를 넘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은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 된다.

[2] 위자료는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에 한정되어야 하므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의 확정이 가능한 경우에 위자료의 명목 아래 재산상 손해의 전보를 꾀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고, 재산상 손해의 발생에 대한 증명이 부족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참조조문】

[1] 민법 제393조, 제751조, 제763조 [2] 민법 제393조, 제750조, 제751조, 제763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공2003상, 211)
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3527 판결(공2010상, 202)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공2013하, 1077)
[2] 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다카722 판결(공1985, 23)

【전 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5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담당변호사 박주범 외 3인)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1. 11. 24. 선고 2011나38396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가.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고, 채무자가 그로부터 권리행사를 기대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 내에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였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나.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 1에 대한 재심판결이 확정된 2009. 12. 18. 무렵까지는 원고들이 피고에 대해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가 있었고, 따라서 피고의 이 사건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한 것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소멸시효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2. 위자료액 산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가. 불법행위로 입은 비재산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는 것이나(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 등 참조), 이것이 위자료의 산정에 법관의 자의가 허용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위자료의 산정에도 그 시대와 일반적인 법감정에 부합될 수 있는 액수가 산정되어야 한다는 한계가 당연히 존재하고, 따라서 그 한계를 넘어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는 위자료를 산정하는 것은 사실심법원이 갖는 재량의 한계를 일탈한 것이 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8다3527 판결, 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한편 위자료는 불법행위에 따른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을 위자하는 금액에 한정되어야 하므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의 확정이 가능한 경우에 위자료의 명목 아래 재산상 손해의 전보를 꾀하는 일은 허용될 수 없고(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다카722 판결 등 참조), 재산상 손해의 발생에 대한 증명이 부족한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불법행위의 반인권적, 조직적인 특수성과 그 불법의 중대성, 원고 1이 불법 구금을 당하고 군검찰로 송치되기까지 보안사령부 서빙고실에서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기간 및 재심대상판결의 선고형, 복역기간, 원고 1이 최근 피고로부터 일실수입으로 육군 준장의 계급정년 시까지의 급여를 지급받은 점, 원고 1의 처인 원고 2도 이 사건 발생 당시 연행되어 가혹행위를 당하여 양심에 반하는 허위진술을 유지한 것으로 보이는 점, 불법행위 시와 위자료 산정 기준 시인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의 시간적 간격 등 제1심법원이 고려한 위자료액 산정의 참작사유들에 더하여, 2011년 현재 준장 12호봉의 봉급은 월 4,125,300원이고 여기에 각종 수당을 더하면 1년 급여가 약 8,900만 원에 이르는 점, 원고 1이 준장으로 진급한 직후 불법연행되고 유죄판결을 선고받고 강제전역됨으로써 석방 이후에도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 2가 영위하던 신문용지 납품업 등을 계속할 수 없게 되어 생계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유사 사건에서 인정된 위자료 액수, 서울고등법원이 2011. 6. 30. 피고는 원고 1에게 형사보상금으로 6,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한 점 등의 사정들을 추가로 참작한 후, 원고 1에 대해서 4억 5,000만 원, 원고 2에 대해서 2억 원, 나머지 원고들에 대해서 각 5,0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하였다.

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 1은 소장에서 일실수입의 배상을 따로 구하였으나, 제소 전에 일실수입으로 육군 준장의 계급정년 시까지의 급여를 지급받은 사실이 밝혀지자 위 급여에 대한 지연손해금의 배상을 구하겠다고 하다가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을 변경하면서 이 부분 청구를 제외한 점, 원심이 원고 2의 사업중단이 이 사건 불법행위로 말미암은 것임을 인정한 적이 없는 점, 이 사건은 이른바 윤필용 사건이라는 군 내부 세력다툼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고, 조작된 범죄혐의도 진급 청탁 명목의 뇌물죄였으며, 원고 1은 1년여 복역하다가 가석방되었고, 이른바 신군부의 집권 후인 1980. 2. 29.에는 형 선고의 효력을 상실케 하는 특별사면을 받았으며, 이후 원고들의 정치적, 경제적 또는 사회적 활동이 특별히 제한된 바 없었던 점, 따라서 이 사건 불법행위가 권위주의 통치하에서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또는 조작의혹사건(이하 ‘과거사 사건’이라 한다)의 불법행위보다 위법성의 정도에 있어서 중하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그럼에도 원심이 이 사건에서 원고들에게 인정한 위자료 액수는 유사한 과거사 사건들의 피해자들에 대하여 인정된 위자료 액수나 윤필용 사건의 다른 피해자들에 대하여 인정된 위자료 액수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인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비록 위자료의 액수가 사실심법원의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확정할 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심은 위자료액 산정에 있어서 참작하여서는 안 될 사정을 증액사유로 참작하거나 참작함이 마땅한 제반 사정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음으로써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라는 이념과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반하여 그 재량의 한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결국 원심판결에는 위자료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그 재량권을 현저히 잘못 행사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박병대 고영한(주심) 김창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