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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두 회사 모두에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법인격 부인과 관련된 최근 대법원 판례입니다.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71643 판결

[공사대금][공2020상,244]

【판시사항】

[1]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두 회사 모두에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 이러한 법리는 어느 회사가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 가운데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를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및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다른 회사의 법인격을 이용하였는지 판단하는 기준 / 이때 기존회사의 자산이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제3자에게 이전되었다가 다시 다른 회사로 이전되었더라도, 다른 회사가 제3자로부터 자산을 이전받는 대가로 기존회사의 다른 자산을 이용하고도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기존회사의 채권자가 다른 회사에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2] 갑 주식회사가 을에게 건물 신축공사를 도급하였고 을은 병 등에게 공사를 하도급하였으며, 그 후 을이 병 등에게 갑 회사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일부를 양도하였는데, 도급계약 체결 당시 위 건물의 건축주는 갑 회사였고, 정 주식회사가 갑 회사를 상대로 건축주 명의변경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정 회사로 건축주 명의가 변경되었다가 이후 다시 무 주식회사로 변경되었으며, 갑 회사와 무 회사는 모두 기가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이고, 이에 을과 병 등이 회사제도 남용의 법리에 따라 무 회사를 상대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정 회사로부터 무 회사에 건축주 지위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갑 회사가 차용한 자금이 사용되는 등 갑 회사의 자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이전되었거나 유용되었다면, 갑 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 회사를 이용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이는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이러한 법리는 어느 회사가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 가운데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를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여기에서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다른 회사의 법인격을 이용하였는지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정도,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자산이 이전된 경우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때 기존회사의 자산이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다른 회사로 바로 이전되지 않고,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제3자에게 이전되었다가 다시 다른 회사로 이전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회사가 제3자로부터 자산을 이전받는 대가로 기존회사의 다른 자산을 이용하고도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직접 자산이 유용되거나 정당한 대가 없이 자산이 이전된 경우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경우에도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나 목적, 기존회사의 경영상태, 자산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다른 회사에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2] 갑 주식회사가 을에게 건물 신축공사를 도급하였고 을은 병 등에게 공사를 하도급하였으며, 그 후 을이 병 등에게 갑 회사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일부를 양도하였는데, 도급계약 체결 당시 위 건물의 건축주는 갑 회사였고, 정 주식회사가 갑 회사를 상대로 건축주 명의변경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승소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정 회사로 건축주 명의가 변경되었다가 이후 다시 무 주식회사로 변경되었으며, 갑 회사와 무 회사는 모두 기가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이고, 이에 을과 병 등이 회사제도 남용의 법리에 따라 무 회사를 상대로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갑 회사와 무 회사는 설립목적과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이고, 갑 회사의 유일한 자산은 위 건물의 건축주 지위였는데, 확정판결에 따라 건축주 지위가 정 회사에 이전되었다가 다시 무 회사에 이전되었으며, 무 회사는 정 회사로부터 건축주 지위를 양수할 무렵 별다른 자산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갑 회사와 마찬가지로 기가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는바, 갑 회사로부터 정 회사에 건축주 지위가 이전된 것이 정 회사의 정당한 권원에 기초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후 정 회사로부터 무 회사에 다시 건축주 지위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갑 회사가 차용한 자금이 사용되는 등 갑 회사의 자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이전되었거나 유용되었다면, 갑 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 회사를 이용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갑 회사의 채권자는 갑 회사뿐만 아니라 무 회사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도, 이와 달리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2조, 상법 제169조 [2] 민법 제2조, 상법 제169조

【참조판례】

[1] 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공2004하, 2013)
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공2008하, 1269)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94472 판결(공2011상, 1168)

【전 문】

【원고, 상고인】 원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김대휘 외 1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디에이치코퍼레이션

【원심판결】 서울고법 2017. 9. 13. 선고 (춘천)2017나10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다음 제출된 참고자료는 이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를 판단한다.

1. 이 사건 약정의 해석(상고이유 제1점)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약정을 기초로 피고에게 직접 공사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피고가 유영종합건설 주식회사와 체결한 공사도급계약에서 ‘기존의 공사비 미지급금 등은 피고가 책임지기로 한다’고 약정하였다. 이는 새로운 수급인인 유영종합건설 주식회사가 원활하게 공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급인 겸 건축주인 피고가 현장정리 등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취지일 뿐, 종전의 건축주였던 주식회사 이앤드비개발(이하 ‘이앤드비’라 한다)의 수급인이나 하수급인인 원고들을 수익자로 하는 제3자를 위한 계약 또는 이앤드비 등이 원고들에게 부담하는 공사대금채무를 인수하는 약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은 법률행위 해석이나 제3자를 위한 계약과 이행인수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2. 법인격 남용의 인정 여부(상고이유 제2점)

가. 기존회사가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신설회사를 설립한 경우 이는 기존회사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에 해당한다. 기존회사의 채권자에 대하여 위 두 회사가 별개의 법인격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허용되지 않는다.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위 두 회사 어느 쪽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4. 11. 12. 선고 2002다66892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는 어느 회사가 이미 설립되어 있는 다른 회사 가운데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를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이용한 경우에도 적용된다. 여기에서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다른 회사의 법인격을 이용하였는지는 기존회사의 폐업 당시 경영상태나 자산상황,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유용된 자산의 유무와 그 정도,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자산이 이전된 경우 그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었는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8. 8. 21. 선고 2006다24438 판결,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10다94472 판결 등 참조).

이때 기존회사의 자산이 기업의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다른 회사로 바로 이전되지 않고,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한 제3자에게 이전되었다가 다시 다른 회사로 이전되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회사가 제3자로부터 자산을 이전받는 대가로 기존회사의 다른 자산을 이용하고도 기존회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면, 이는 기존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직접 자산이 유용되거나 정당한 대가 없이 자산이 이전된 경우와 다르지 않다. 이러한 경우에도 기존회사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나 목적, 기존회사의 경영상태, 자산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판단된다면, 기존회사의 채권자는 다른 회사에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나. 원심판결 이유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1) 이앤드비는 2011. 8. 주식회사 부강의 명의를 차용한 원고 4에게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를 도급하였고, 원고 4는 원고 1에게 목공공사를, 원고 일엔지니어링 주식회사에 데크공사를, 원고 3에게 비계공사를 각각 하도급하였다.

(2) 원고 1, 원고 일엔지니어링 주식회사, 원고 3과 다른 하수급인들이 함께 이 사건 건물의 신축공사를 진행하던 중인 2012. 3. 2.경 주식회사 부강과 원고 4가 모두 부도가 나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3) 한편 소외인은 2006. 9. 27. 부동산 개발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이앤드비를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운영하였고, 2011. 7. 18.에는 부동산 개발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는 피고를 설립하여 실질적으로 운영하였다. 피고는 2012. 1. 1.부터 2016. 8. 31.까지 재산세, 법인세 납부내역이 전혀 없다.

(4) 원고 4와 이앤드비 사이의 도급계약 체결 당시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는 이앤드비와 주식회사 윤영개발이었다. 주식회사 지엠랜드대부(이하 ‘지엠랜드’라 한다)는 이앤드비가 작성해 준 각서를 기초로 이앤드비를 상대로 건축주 명의변경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여 그 승소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2012. 4. 30. 지엠랜드와 주식회사 윤영개발로 건축주 명의가 변경되었다. 이후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 명의는 2012. 11. 1. 피고와 주식회사 윤영개발로, 2012. 11. 22. 피고로 각각 변경되었다.

(5) 원고 4는 2015. 2. 5. 이앤드비에 대한 자신의 공사대금채권 중 42,359,000원을 원고 1에게, 185,000,000원을 원고 일엔지니어링 주식회사에, 65,000,000원을 원고 3에게 각각 양도하였다.

다.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토대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이앤드비의 채무를 면탈할 의도로 피고의 법인격이 남용되었다고 전제한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하였다.

소외인이 이앤드비와 피고를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고, 이앤드비는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 지위 외에는 별다른 자산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나, 지엠랜드는 소외인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던 회사라고 볼 증거가 없다. 2012. 4. 30.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가 이앤드비에서 지엠랜드로 변경된 것은 이앤드비가 지엠랜드로부터 차용한 돈을 변제하지 못하여 각서를 기초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 이앤드비가 아무런 대가 없이 지엠랜드에 건축주 지위를 양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가 위와 같이 변경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소외인이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피고를 이용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회사제도 남용의 법리에 따라 피고가 이앤드비의 원고들에 대한 공사대금채무를 부담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라. 그러나 위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이앤드비와 피고는 그 설립목적과 형태·내용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회사이다. 이앤드비의 유일한 자산은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 지위였는데, 확정판결에 따라 건축주 지위가 지엠랜드에 이전되었다가 다시 피고에게 이전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지엠랜드로부터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 지위를 양수할 무렵 별다른 자산이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앤드비와 마찬가지로 소외인이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이앤드비로부터 지엠랜드에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 지위가 이전된 것이 지엠랜드의 정당한 권원에 기초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후 지엠랜드로부터 피고에게 다시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 지위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이앤드비가 차용한 자금이 사용되는 등 이앤드비의 자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이전되었거나 유용되었다면, 이앤드비의 채무면탈이라는 위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피고를 이용하여 회사제도를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앤드비의 채권자는 이앤드비뿐만 아니라 피고에 대해서도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마. 그런데도 원심은 지엠랜드가 소외인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었던 회사가 아니고, 이앤드비가 아무런 대가 없이 지엠랜드에 이 사건 건물의 건축주 지위를 양도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채무면탈의 목적으로 피고를 이용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나아가 지엠랜드로부터 피고에게 건축주 지위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이앤드비의 자산이 정당한 대가 없이 이전되었거나 유용되었는지 여부 등을 심리하지 않은 채 원고들의 이 부분 청구를 배척하였다. 원심판단에는 법인격 남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3. 결론

원고들의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김재형(주심) 이동원


(출처 : 대법원 2019. 12. 13. 선고 2017다271643 판결 [공사대금] > 종합법률정보 판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