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진행사건 소개 - 부산지방법원 2020고합62 존속살해미수(2020. 6. 8. 시행)

 

이용민 변호사

 

1. 진행경위

 

피고인은 지적장애 3급 및 여러 정신질환이 있는 자로 변호인이 이 사건의 피고인을 처음 접견할 당시에 공소사실은 전부 인정하였습니다. 다만, 국민참여재판 절차에 관하여 변호인이 설명을 하여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였고,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첫 접견을 마무리하면서 일반적인 형사재판으로 진행하자고 하였고, 공판기일 전 제출하는 의견서도 일반재판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제1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본인에게 재판장이 국민참여재판의 의사를 물었을 때 피고인이 최종적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겠다고 하였고, 재판부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에 특히 적합한 사건으로 보인다고 하여,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 사건의 개요

 

.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충동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등 주의나 처치가 필요한 심각한 행동의 장애가 있는 지적장애 3급으로서, 유년시절부터 친부인 피해자 A가 상습적으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피고인에 대하여 정신병자라는 등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였고, 이에 피해자와 자주 갈등을 빚어 오면서 피해자에게 수차례욕설을 하고 물건을 집어던지는 등 폭력을 행사하였으며, 이에 피해자와 모친이 2018. 9. 경 피고인을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시키고 피고인의 전화를 받지 않자, 화가 나 2019. 5.경 피해자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로 죽이겠다라는 음성을 남기고 일주일 후 병원에서 탈출함으로써, 피해자로 하여금 경찰에 신변보호 신청을 하게 하는 등 평소 피해자와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20. 1. 21. 18:00경 부산 연제구 토곡남로 28-2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피해자가 술을 마시는 것을 보고 이를 마시지 못하게 하고 사이다가 들어있는 페트병을 피해자를 향해 던지면서 피해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이에 피해자가 같은 날 20:00경 위 주거지에서 나와 부산 연제구 토곡로에 있는 부산연제경찰서에 가려하자, 피해자가 피고인 자신을 신고하는 것으로 알고 화가 나,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위 주거지 주방에 있던 과도(칼날 길이 : 12cm, 전체 길이 : 23cm)를 패딩 점퍼 주머니에 넣은 채, 피해자를 뒤따라갔다.

 

피고인은 같은 날 21:20 경 위 경찰서 민원실에 이르러, 경찰관과 상담을 하는 등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하여 나쁘게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되자 격분하여 피해자를 죽이기로 재차 마음을 먹고, 같은 날 21:32경 부산 연제구 토곡남로 22-3 앞 노상에서, 위 민원실에서 상담을 마치고 나온 피해자, 모친과 함께 귀가를 하던 중, 피해자가 인근 노상에서 앉아 담배를 피우는 틈을 타, 피해자에게 다가가 위 과도를 왼손으로 잡은 채 피해자의 이마 부위를 1, 우측 관자놀이 부위를 1회 찌른 후 피해자가 사망할 것으로 생각하고 도망하였으나, 피해자에게 치료일수 불상의 안면 열상 등의 상해를 가하는데 그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미수에 그쳤다.

 

. 피고인의 변소요지

 

피고인의 변소는, 피고인은 어렸을 때부터(초등학생) 피해자인 아버지로부터 장기간 폭언과, 폭행을 당했고, 이로 인하여 정신질환이 발병하여 아버지에 대한 분노와 공포심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버지가 술만 마시면 폭행을 하였기에 그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이 사건 당일에도 아버지가 술과 수면제를 마셨고, 이에 피고인이 흥분하자 아버지가 자꾸 사고를 치면 교도소로 보낸다라고 하여 더욱 흥분한 피고인이 평소에 마시지 않던 소주를 빠른 시간 동안 1-2병 가까이 마시고 다소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의 쟁점은 피고인이 심신미약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 피고인에게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 피고인에게 어느 정도의 처벌을 하는 것이 적절한가가 쟁점이었습니다.

 

3. 재판의 진행과정

 

. 국민참여재판의 신청과 준비절차

 

(1) 국민참여재판의 신청

 

1회 공판기일 전에 제출하는 변호인의견서에 국민참여재판 희망 여부를 기재합니다. 본 사건에서는 변호인의견서에는 일반재판으로 진행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제1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 본인이 최종적으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를 원한다고 하여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2) 1회 공판준비기일

 

2020. 4. 7. 1회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되었습니다(1회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이 국민참여재판 의사를 밝혀서 바로 그날 공판준비기일로 전환되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기로 하였고,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 진행여부에 대한 검사측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변호인에게는 제2회 공판준비기일 전까지 쟁점 및 신청할 증거 등에 관한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하였습니다.

 

(3) 2회 공판준비기일

 

2020. 4. 24. 2회 공판준비기일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을 심신미약 여부,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지 여부, 양형에 대한 사항으로 정리하기로 하였습니다.

 

재판부는 검사와 변호인에게 쟁점에 관한 입증계획서를 2020. 5. 18.까지 제출하라고 하였습니다. 입증계획서에는 신청할 증거, 법정에서 제시할 증거 등에 대한 내용을 적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의 공판기일은 2020. 6. 8.로 정하였습니다. 배심원선정기일은 10:30, 공판기일은 13:00에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 배심원선정절차

 

변호인은 2020. 6. 4.에 배심원후보자들의 설문내용이 기록된 설문지를 받았습니다. 후보자는 52명으로, 1명당 1장씩 52장의 설문지를 받았습니다. 상세하게 설문에 응한 후보자도 있고, 몇 가지 항목에만 답변을 적어놓고 대부분 공란으로 비워둔 후보자도 있었습니다.

 

변호인은 이 사건에서 우호적인 배심원 후보로, 아이들을 키우거나 키운 적 있는 여성, 비우호적인 배심원후보로는, 아이들을 키운 적이 없는 남성으로 생각하였습니다.

 

배심원후보자질문사항을 작성하였습니다. 국민참여재판론 서적에 일반적인 질문 리스트가 있어 그것을 활용할까 하다가, 이 사건에 맞게 다시 작성하였습니다. 본 변호인이 배심원후보자질문사항으로 작성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배심원후보자 질문사항

 

이제부터 드리는 질문은 변호인 입장에서 이 사건에 적절한 배심원인지 여부를 가리는 데만 사용되고 다른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답해 주시기 바랍니다.

 

1. 어떤 사람이 범죄자가 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 본인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나요

- 긍정 : 비우호, 부정 : 우호

 

2. 범죄에 대해서는 가능한 한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가요

- 긍정 : 비우호, 부정 : 우호

 

3. 본인이 키우고 있는 아이들이 있나요

- 긍정 : 우호, 부정 : 비우호

 

4. 가족이나 친척들 중에 우울증이나, 조울증, 조현병등, 경증과 중증에 상관없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분이 있다면 손을 들어 주세요

- 긍정 : 우호, 부정 : 비우호

 

5.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저지른 범죄는 병이 없는 사람보다 가볍게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 긍정 : 우호, 부정 : 비우호

 

6. 심한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교도소에 보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가요 아니면 정신병원으로 보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나요

- 긍정(1) : 비우호, 부정(2) : 우호

 

7. 어렸을 때 가정폭력을 겪은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 폭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나요

- 긍정 : 우호, 부정 : 비우호

 

8. 범행을 저지르고 스스로 경찰서에 신고하였다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처벌을 약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보는가요 (그렇다면) 어느정도 약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나요

- 긍정 : 우호, 부정 : 비우호

 

9. 범죄자가 범행을 저지른 이후에 깊이 반성한다면, 그러한 반성을 처벌을 약하게 하는 사유로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반영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 긍정 : 우호, 부정 : 비우호

 

10. 범죄의 결과만 집중해서 처벌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범죄의 전후사정도 중요한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 긍정 : 비우호, 부정 : 우호

 

/

 

10:30이 배심원선정기일인데 변호인은 10:15분 정도에 법정에 도착하자 대부분의 배심원후보자들이 방청석에 착석하여 있었습니다. 추가적으로 참석의사를 밝힌 후보자들이 있어 당일 참석자가 약 60명 정도 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추첨을 통하여 11명의 배심원후보자가 정해졌고 법정 앞 배심원석에 착석하였습니다. 검사가 먼저 질문을 하였고, 그 이후 변호인이 질문을 하였습니다.

 

동일한 질문을 모든 배심원후보자들에게 하였습니다. 단답형으로 말하는 후보자도 있고, 나름대로 근거를 들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후보자도 있었습니다. 속기사가 질문과 답변을 기록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질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사와 변호인의 질문이 끝난 후 재판장은 검사와 변호인을 법대 근처로 모아서 이유부기피와 무이유부기피에 대한 의견을 들었습니다. 이유부기피를 선택하지 않았고 검사는 무이유부기피 1, 변호인은 2명을 선택하였습니다.

변호인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할 때 극단적인 답변을 한 사람을 제외하였습니다.

 

무이유부기피한 3명은 배심원후보자에서 빠지고 새로운 후보자들이 3명이 자리를 채웠습니다. 다시 검사와 변호인이 질문을 하였고, 이번에는 검사는 기피를 하지 않았고, 변호인은 3명 중 1명에 대하여 무이유기피를 하였습니다. 해당 후보자는 정신질환이 있는 자와 아닌 자를 동일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였고 변호인의 입장에서 불리할 것으로 판단하여 무이유부기피를 하였습니다. 그 다음 후보자에 대하여는 특별한 이의가 없어서 11명의 배심원(배심원 및 예비배심원)이 선정되었습니다. 배심원 선정절차는 12시가 되기 전 종료되었습니다.

 

. 모두진술 및 입증계획진술

 

오후 1시에 다시 개정하였고, 재판장은 배심원들에게 재판 진행 순서에 관하여 간략히 소개하였습니다.

 

이후 검사가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이용해 공소사실의 요지를 배심원들에게 설명하였고, 변호인은 미리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이용하여 배심원들에게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밝혔습니다. 공소사실은 인정하고 다만 심신미약을 주장하였습니다. 치료감호는 적절히 판단해 달라고 했고, 부착명령은 기각을 구하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검사가 증인신문 및 제시할 증거에 대한 입증계획을 밝혔고, 변호인도 동일하게 입증계획을 밝혔습니다.

 

변호인은 이 단계에서 프리젠테이션 파일 내용 전부를 소개하려고 했지만 재판장으로부터 절차 단계에 부합하는 내용만 소개할 것을 요청받아 입증계획에 대한 일부 내용만 이야기하고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의 나머지 부분은 최후변론에서 말하기로 하였습니다. 국민참여재판에서 프리젠테이션을 준비할 때 재판진행 절차를 고려하여 순서대로 내용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서증조사

 

이 사건에서 검사는 참고인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의 주요 부분을 설명하였고, 이 사건 이전에도 피해자에 대한 폭력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를 법정에서 실물화상기로 제시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사건 범행 장면, 즉 피고인이 피고인의 아버지를 칼로 찌르는 장면이 촬영된 CCTV영상을 법정에서 재생하였습니다.

 

변호인 또한 참고인 진술조서, 피의자신문조서 중 피고인에게 유리한 부분(피해자가 도발한 부분, 자수한 사정)을 제시하여 간략히 설명하고, 범죄경력조회서, 청구전조사서 중 피고인에게 유리한 부분(재범의 위험성을 중간으로 판단한 점)을 설명하였습니다.

 

. 증인신문

 

검사는 이 사건 피해자인 피고인의 아버지와, 목격자인 피고인의 어머니를 증인으로 신청하였습니다.

 

변호인은 양형증인으로 피고인의 어머니를 증인으로 신청하였습니다.

 

증인신문사항을 준비하면서 합의부 재판에 맞게 부수를 준비하면 되는지, 배심원 수까지 고려하여 준비해야 하는지 궁금했는데 합의부 재판(6부 제출)을 기준으로 하여 준비하면 된다고 합니다.

 

먼저 이 사건 목격자인 피고인의 어머니에 대하여 증인신문을 진행하였습니다. 피고인의 어머니는 피해자의 가정폭력에 대하여 남자가 술을 마시면 으레 그럴 수 있다며 다소 소극적으로 증언하였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폭력으로 인하여 몇 차례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다고 담담하게 말하였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이전에도 여러 차례 폭력성을 보인 적이 있다는 점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신문하였습니다. 참고인 진술에서는 피고인의 치료를 원한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증인신문에서는 피고인의 처벌을 원한다고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두 번째로, 피해자인 피고인의 아버지의 증인신문을 진행하였습니다. 피고인의 아버지는 어렸을 적 피고인에 대한 가정폭력은 심하지 않았다 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하였습니다. 알콜중독으로 입원을 한 적이 있다고 증언하였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고 하였고 치료도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 피고인신문

 

변호인은 피고인신문을 신청하였고, 피고인이 어렸을 적에 피해자인 아버지에게 어떠한 가정폭력을 당했었는지, 가정폭력으로 인하여 어떤 정신질환을 얻게 되었는지 등 이 사건 이전의 상황과, 이 사건 이후에 피고인이 자수한 사정, 반성 여부에 관하여 신문하였습니다.

 

증인신문에서는 배심원들이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았으나, 피고인신문에서는 배심원이 재판부에 쪽지를 전달하여 재판장이 질문하는 형태로 몇 가지 질문을 하였습니다.

 

. 구형, 최후변론, 최후진술

 

검사는 징역 8년을 구형을 하였고, 대법원 양형기준을 근거로 위 구형을 한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을 하였는데, 먼저 아래와 같이 비법률적인 변론을 하였습니다.

 

국민참여재판 최후변론자료(부산지방법원 2020고합62) 변호사 이용민

 

배심원 여러분, 여기 어떤 아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는 알콜 중독된 아버지로부터 상습적으로 폭언과 폭행을 당했습니다. 어머니도 아버지의 폭행을 견디지 못하고 초등학교 2학년 때 가출했습니다. 아이의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그 아이를 후라이팬으로 때리기도 했고 라이터를 던지고, 망치, 칼로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아버지는 도망가버린 어머니를 찾아오라고 아이를 무차별적으로 때렸습니다. 물건을 부수고 유리를 깨는 아버지의 모습도 기억 속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아버지는 아이에게 너는 멍청하다, 정신병자라는 말도 서슴없이 하곤 했습니다. 아이의 주변에는 그를 구해줄 어른들은 없었습니다.

 

그 아이의 어린 시절은 어땠을까요? 몸과 마음이 과연 건강했을까요? 자주 아팠고 학교에서도 적응하지 못했지만, 노력하여 고등학교까지 졸업했습니다. 아이는 자라서 군대에 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신체검사에서 지적장애 3급과 정신질환 진단을 받게 되었고 군대도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정신질환은 심해져서 정신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했다 퇴원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아버지는 약해지고 아이는 다 자랐습니다. 아니 몸만 어른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여전히 술을 드셨습니다. 아버지는 더 이상 아들을 때리지 않았지만, 아들은 아버지가 술을 마실 때마다 어렸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 자신을 괴롭힙니다. 아버지가 나를 때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는 몸이 떨리고 설사를 합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다시 술을 마셨습니다. 두려움에 화를 내고 다퉜습니다. 아버지는 나갔습니다. 홀로 남겨진 어른이 된 아이는 홧김에 술을 마셨습니다. 소주 1병이 넘는 양을 밥그릇에 몇차례 나누어 부어 허겁지겁 마셨습니다. 그 다음에 아버지를 찔렀습니다. 다행히 아버지는 살았습니다.

 

요즘 그 아이는 새벽 2, 3시면 혼자 어두운 방 안에서 일어나서 반성문을 씁니다. 판사님에게 자기를 정신병원에 보내달라고 합니다. 아버지를 만나면 무릎 꿇고 빌고 싶다고 합니다. 사이가 좋아지면 아버지와 목욕탕도 가고 싶고, 좋아하는 오뎅도 같이 먹고 싶다고 합니다.

 

배심원 여러분, 아시겠지만 그 아이가 바로 피고인입니다.

 

피고인의 부모님은 피고인이 성인이 되고 나서는 피고인을 돌보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피고인이 정신병원에 있을 때도 종종 면회도 가고 종종 외박도 시켜 주었습니다. 어머니는 다시 돌아왔고, 정신병원의 불합리한 처사에 대하여 피고인을 위하여 병원 직원들과 다투기도 했었습니다. 어머니는 지금 가족들을 위해 쉼없이 일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아이가 치료되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변호인이 보기로는, 피고인이 정신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아버지와 분리된다면 재범의 위험성은 없어 보입니다. 피고인은 아버지를 제외한 다른 가족에게는 전혀 폭력성을 보인적이 없습니다.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할 때, 피해자인 아버지로부터의 장기간 그리고 상습적인 가정폭력이 있었던 점과, 피고인이 그로 인하여 정신질환을 얻게 된 점을 감안하여 주십시오. 피고인에게 범죄전력이 없는 점, 자수한 점,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범행인 점을 특히 중요하게 보아 주시기 바랍니다. 어려운 문제이겠지만, 이 사건에서 무엇이 피고인과 그 가족을 위한 최선의 판단인지 깊이 고민하여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

 

위 최후변론 원고 중 일부에 대하여 변론한 후, 프리젠테이션의 양형사유로 미수, 자수, 심신미약, 유년시절 피해자로부터 당한 심각한 폭력 등을 간략히 설명하며 선처의 필요성을 주장하였습니다. 개인정보 보호 및 지면상 요약된 파워포인트 페이지 하나만 첨부합니다.

 

 

 

피고인은 반성한다는 취지로 간략하게 최후진술을 하였습니다.

 

위 절차까지 진행을 하니 오후 4시가 조금 지났습니다. 이날 날씨가 더웠고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를 하루 종일 낀 상태에서 오랫동안 말을 하니 힘들었습니다. 배심원들도 많이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 평의, 평결, 선고

 

변호인은 선고시간이 정해지면 알려달라고 하고 전화번호를 남기고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당일 선고를 할 예정으로 선고 시간이 되기 전에 전화를 준다고 하였습니다.

 

판결선고는 저녁 745분에 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징역 4, 치료감호를 선고하였고, 부착명령은 기각되었습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형사사건의 판결문과 일반 형사사건의 판결문이 다른 부분은, 배심원들의 평결결과를 기재한다는 것입니다.

 

배심원 평결결과(배심원 9)

. 범죄사실에 대한 평결

1) ,무죄에 대한 평결

유죄 : 9(만장일치)

무죄 : 0

2) 심신미약 인정여부

인정 : 9(만장일치)

. 치료감호청구 인용 여부

인용 : 9(만장일치)

기각 : 0

(중략)

3. 배심원 양형의견(배심원 9)

징역 3: 1

징역 5: 8

(중략)

부착명령청구에 관한 판단

(중략)

3. 배심원 평결

인용 : 4

기각 : 5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유,무죄여부, 심신미약 인정여부, 부착명령청구는 배심원들의 의견(만장일치 또는 과반의견)을 따랐고, 양형판단은 배심원 다수의 판단과 달랐습니다.

 

피고인은 판결 선고 다음 날 본인 스스로 항소장을 제출하였습니다.

 

4. 결론

 

2006년도에 일본에서 유학할 당시, 시청과 여러 기관에서 곧 시행될 재판원제도를 홍보하는 자료를 많이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2012년에 변호사가 된 후 몇 건의 형사사건에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였으나 피해자의 보호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신청이 기각이 되어 진행하여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2020년이 되어 처음으로 국민참여재판을 해 볼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은 다수의 배심원후보자를 소환하고, 한 사건을 위하여 법정을 거의 하루 종일 사용하는 등 상당한 인적, 물적 자원을 요구하는 재판입니다. 변호인 또한 일반 형사사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합니다.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제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와 준비한 자료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물론 효율적으로 준비하면 일부 항목은 생략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변호인의견서(1회 공판기일 전 제출)

변호인의견서(쟁점정리관련, 2회 공판준비기일 전 제출)

입증계획서(2회 공판준비기일 전 제출)

증인신청 및 주소신고서(피고인측 소환증인, 2회 공판준비기일 후 제출)

프리젠테이션 자료(당일 USB로 지참)

배심원후보자질문사항(당일 출력하여 지참)

최후변론 원고(당일 출력하여 지참)

 

적절한 변호인의 수와 관련하여 국민참여재판에서는 통상 2명의 변호인이 참여합니다. 이번 사건에서 검사는 2명이 출석하였고 변호인은 저 혼자 진행하였습니다. 혼자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가급적 변호인도 2명이 출석하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준비하면서 국민참여재판론(법문사, 김형국, 정선희, 조수진 변호사 공저)을 구매하여 일독하였고 준비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의 이론과 실무, 실제 사례에 대하여 잘 정리된 책입니다. 다만, 재판부에 따라 그 진행순서나 방식이 다소간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민참여재판을 처음 해보는 변호인은 배심원선정절차와 프리젠테이션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모두절차에서 준비한 프리젠테이션의 모든 내용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재판부는 절차에 따라 준비한 프리젠테이션 중 해당 부분만 조금씩 설명하는 형태로 진행해 달라는 취지로 얘기하여 약간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프리젠테이션 파일에 담을 내용의 순서는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입증계획, 최후변론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배심원들은 더운 날씨에 하루종일 마스크를 낀 상황에서도 사건에 집중하였고, 장시간의 증인신문과 최후변론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사건을 지켜보고 질문을 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끝으로 이 사건 판결 이후 국제신문에 보도된 기사 링크를 올립니다.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300&key=20200615.22008005008

 

부친 살해미수 혐의 지적장애 30대 아들, 국민참여재판 ‘유죄’

경찰에 자신을 신고하려 한 아버지를 살해하려고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지적장애인 남성에게 징역 4년이 선고됐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린 이 사건 공판에서..

www.kookje.co.kr

대법원 관련 링크

https://help.scourt.go.kr/nm/minwon/pjudgement/TVWrite.work?seq=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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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개요 [범죄사실] 피고인은 충동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는 등 주의나 처치가 필요한 심각한 행동의 장애가 있는 지적 장애 3급으로서, 유년시절부터 친부인 피해자 김○○(67세)가 상습적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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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부산기업자문/민사형사/손해배상/산업재해 부산형사전문변호사 이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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