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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례

제30회 로아시아(LAWASIA) 총회 참석기

제30회 LAWASIA 총회 참석기

 

 

변호사 이용민

 

1. 들어가며

 

저는 2017. 9. 18.부터 9. 21.까지 4일 동안 일본 동경에서 개최된 제30회 LAWASIA 총회에 참석하였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2017. 7월경 국제행사 안내 이메일을 받았는데, 청년변호사(40세 이하 또는 법조경력 10년 이하)들 중 일부를 선발하여 LAWASIA 총회 등록비(약 140만원 상당)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보고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재학 중 일본 사가(佐賀)현의 사가대학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공부를 한 적은 있지만, 지금까지 동경(東京)에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총회 개막일을 기다렸습니다.

 

2. LAWASIA 총회 소개

 

LAWASIA(The Law Association for Asia and the Pacific; 아시아태평양법률가협회) 연차 총회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50여 개 국가의 변호사, 판사, 검사, 법학자 등 약 1500여 명과 25개국 변호사협회로 이루어진 대규모 단체로 매년 500명 이상의 법조인들이 참석하고 있습니다. 총회는 매년 개최되며,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경 개최된 바 있고, 올해는 일본 동경에서 개최되었습니다. 내년 11월경에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31회 로아시아가 개최될 예정입니다.

 

3. 준비과정

 

대한변호사협회의 안내 이메일에 따라, 지원서와 외국어 성적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지원서의 내용은 LAWASIA에 참석하는 이유, 어느 세션에 참석할 것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외국어 능력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모두 제출하면 좋습니다. 저도 보유하고 있는 모든 외국어(영어, 일본어, 중국어) 성적표, 어학연수기관 성적표 등을 제출하였습니다.

이후 협회에서 영어인터뷰 일정을 정했고 2017. 7. 10. 오전 10:30에 전화로 약 5-10분 정도 영어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기억나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로아시아 총회에 참석하려는 이유는 무엇인지, 주로 어떤 업무를 하는지, 향후 10년 후의 어떤 모습일지 설명해 보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1주일 후인 2017. 7. 17. 참가비(140만원)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통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협회에서 약 5명의 청년변호사에게 지원을 해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LAWASIA 홈페이지에서 총회 등록신청을 하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가입을 하였는데, LAWASIA 준비위원회에서 청년변호사들 중 5분 정도의 짧은 스피치를 해 줄 사람을 모집한다고 하여, 제가 지원하였습니다. 주제를 대한민국 청년 변호사의 진로와 도전(Career options and challenges for young lawyers in South Korea)로 정하였고 2017. 9. 19. 점심 식사를 겸한 세션에서 발표를 하기로 했습니다.

로아시아 사무국에 프로필 사진과 프로필(발표자의 경우만), 발표자료를 이메일로 보냈습니다. 항공권은 제주에어에서 예약을 했는데 219,300원, 숙박은 아카사카 미쓰케 역 주변의 비즈니스 호텔에 예약을 하였는데 JP¥33,575을 지불하였습니다. 항공권과 숙박비로 한화 약 56만원을 지출하였습니다. 주말에 동경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일주일 동안 혼자서 세 아이를 보고 있을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사무실 일도 걱정도 되어 여행 일정은 포함하지 않고 총회일정에 맞춰서 항공권을 예약하였습니다.

발표준비를 위한 미팅 스케쥴을 정했습니다. 총회 개회식 날 점심 즈음에 발표를 하게 되어있어, 발표일 오전에 잠깐 일본 변호사와 미팅을 하기로 했습니다. 사무국에서는 종종 로아시아 세션에 대한 안내, 투어 프로그램에 대한 안내 이메일을 보내 주었습니다.

페이스북으로 종종 참석할 변호사들과 연락을 하였습니다. 페이스북의 Group of Young Lawyers in Lawasia 2017 Tokyo라는 페이지를 검색 중 우연히 알게 되었고, 위 페이지에서 로아시아 총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4. LAWASIA 총회 참석기

 

가. 1일차(2017. 9. 18.)

 

부산지방변호사회는 중국의 청도율사협회와 매년 교류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2017. 9. 15. 금요일에 중국 청도의 변호사들이 방문하였고, 2017. 9. 18. 월요일에 중국으로 귀국하게 되어 국제위원장님, 국제이사님과 함께 호텔에 마중을 갔습니다. 호텔 로비에서 잠시 환담을 나누고 중국청도변호사들과 같은 버스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청도변호사들은 오전 10시 30분 청도행 비행기를 탔고, 저는 오전 11시에 출발하여 오후 1시경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짐을 찾고 호텔에 도착하니 거의 오후 3시 30분 정도가 되었습니다. 잠시 한숨 돌린 후 총회장으로 향하였습니다. 그날은 태풍이 지나간 직후였는데 당시 동경의 기온이 30도를 넘을 정도로 매우 더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16:30분에 열리는 초심자 세션(Beginner‘s Session)에 참석하였습니다. 국제행사에 처음 참가하는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하면 참석자들이 서로 친해질 수 있는지,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유익한지 알려 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요지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양 옆에 앉은 사람들과 인사하고 명함을 교환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A테이블에 앉았는데, 같은 테이블에 인도 변호사와 일본 변호사들이 있었습니다. 명함을 교환하고 주요 업무, 가족관계, 취미 등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6시에는 환영만찬(Welcoming Reception)에 참석하였습니다. 큰 연회장에 여러 스탠딩 테이블이 갖추어져 있고, 맥주나 와인잔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다른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매우 적극적이어서, 눈만 마주치면 바로 인사를 하고 서로의 관심사에 대하여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오후 9시에는 참석자들 중 청년변호사들만 총회장소 인근의 아카사카미쯔케역 인근의 술집으로 향했습니다. 3,500엔의 회비를 지불하였습니다. 각국의 젊은 변호사들이 맥주와 사케를 마시면서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말레시시아, 호주, 일본, 중국변호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나누었습니다. 당초 참석자로 25명을 예상하여 예약을 하였으나 52명이나 왔습니다. 음식이 입에 맞아 마음껏 마시고 싶은 마음도 있었으나 다음 날 오전 8시에 미팅이 있고 발표도 준비해야 하여 무리는 하지 않았습니다.

 

나. 2일차(2017. 9. 19.)

 

오전 08:00에 사회자들과 발표 준비를 위한 사전 미팅을 하였습니다. 대본은 준비하였으나 영어로 발표를 하는 것은 거의 10년만이라 긴장이 되었습니다. 사회자들과 진행순서, 발표 후 질문사항 등에 관하여 논의를 하였습니다.

오전 9시에는 개회식에(OPENING CEREMONY)에 참석하였습니다. 일본의 나루히토 황태자 부부를 포함하여 여러 귀빈들이 참석하였습니다. 황태자가 축사를 하였는데, 생각보다 영어를 잘 해서 놀랐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유학을 하였다고 합니다. 기조 연설(Keynote speech)로 일본의 어느 법대교수가 일본의 중재 절차에 관하여 강의를 했습니다.

개회식이 끝나고 나서, 발표 이외에 당일 알려준 질문에 대하여 영어로 답변을 준비하고, 발표 리허설을 하기 위해서 남은 오전 세션은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청년변호사의 다양한 진로(Various Careers of Young Lawyers)라는 주제의 Lunch Session에서 대한민국 청년 변호사의 진로와 도전(Career options and challenges for young lawyers in South Korea)의 제목으로 발표하였습니다. 저의 경력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청년변호사들이 변호사 자격 취득 후에 택할 수 있는 진로는 무엇인지, 대우는 어떠한지, 청년변호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약 5분간의 발표가 끝나고 여러 질문을 받았는데, 어느 일본변호사는 한국에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시행되면서 법학을 전공하지 않은 비법학도가 다수 입학을 했는지, 그리고 비법학도의 진로는 법학도와의 진로와 다른지 질문을 받았고, 어느 이탈리아 변호사는 한국에서의 법관임용절차에 관하여 질의하였습니다.

오후에는 트럼프와 브렉시트 시대의 투자자 국가분쟁해결(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ISDS) in the Trump and Brexit Era) 세션에 참석하였습니다. 전문용어가 많이 나와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다음으로 법무 서비스의 국제화 및 청년변호사의 업무영역 확장(Internationalization of Legal Services and Expansion of Practice Areas of Young Lawyers) 세션에 참석하였습니다. 동남아시아 권역의 변호사들이 변호사의 해외진출에 관하여 발표를 하고 토론을 하였는데, 발표자는 해외진출을 위해 청년 변호사들이 가져야 할 능력으로 1. 어학능력(영어, 중국어, 일본어), 2. 특정 분야의 전문성, 3. 해외 법조시장 및 해외 문화의 이해, 4. 국내/국외 인맥 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다. 3일차(2017. 9. 20.)

 

오전에는 법원과 IT(Courts and IT – Present Conditions and Future Prospects)에 참석하였습니다. 다른 나라의 전자소송은 어떤 수준인지 궁금하여 참석했습니다. 대구지방법원의 판사님이 한국의 전자소송에 대하여 소개하였고, 일본 변호사도 발표를 하였습니다. 느낀 것은 대한민국만큼 전자소송이 발달한 나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소송비용을 납부하는 제도는 있으나, 전자적으로 소송서류를 제출하는 방법은 없다고 합니다.

점심에는 성소수자 오찬 모임(LGBT LUNCHEON SESSION)에 참석하였습니다. 법조인 중에서도 상당수의 성소수자가 있는데, 성소수자로 살면서 있었던 삶의 애환을 이야기하였습니다. 모 기업에 근무하는 사내변호사는, 오랜 기간 자신의 성 정체성을 동료들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야 주위 사람들에게 이를 알렸다고 합니다. 특정 국가는 동성간의 결혼을 합법으로 여기는 곳도 있으나, 특정 국가는 동성 간의 성행위에 대하여 사형을 선고하는 나라도 있다고 합니다. 관련된 기사를 찾아보았는데 10개 국가에서 동성애자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후에는 형사법 세션(CRIMINAL LAW SESSION)에 참석했습니다. 일본의 플리바게닝(Plea bargaining) 제도 관한 동영상을 시청하였습니다. 일본은 2016. 5월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면서 ‘협의,합의 제도’라는 이름으로 경제사건과 특정 강력범죄에 대하여 피의자나 피고인이 타인의 형사사건에 대한 진술 및 증거제출 등 수사에 협조할 경우 불기소, 공소취소,특정 범죄로 기소 또는 특정 범죄의 기소 유지, 특정범죄의 추가·철회 또는 변경청구, 즉결재판절차 신청, 약식명령청구 등을 피의자와 폭넓게 합의할 수 있는 제도인데 호주에도 유사한 제도가 있다고 합니다.

오후에 잠깐 일본의 히토츠바시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지인을 만났습니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재학 중에, 함께 일본 홋카이도대학 법과대학원을 방문하여 일본어로 발표를 했었고, 교내 일본법 연구회에서도 함께 활동을 한 지인입니다. 거의 6-7년 만에 만났는데 정말 반가웠습니다.

오후 7시부터 밤 10시까지 갈라디너(Gala dinner)에 참석하였습니다. 저녁식사와 와인을 함께 마시면서 여러 나라의 법조인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이때 내년 로아시아 총회 일정을 공개하였는데, 내년에는 캄보디아의 씨엠립(Siem Reap)에서 11월경에 개최된다고 합니다. 저는 수 일 동안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변호사회 회장님과 친해졌는데, 다음날 아침에 돌아가신다고 하여, 지하철역까지 함께 걸으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라. 4일차(2017. 9. 21.)

 

오전에는 아시아에서 변호사협회가 마주하고 있는 도전(Challenges which Bar Associations and Law Societies Have Faced in Asia) 세션에 참석하였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이른바 킬링필드라고 불리는 대량학살 사건 이후 약 수십명 정도의 변호사만 살아남았는데, 최근 변호사 수가 많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말레이시아 변호사협회는 최근 말레이시아 총리의 부정 사건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변호사협회가 압력에 굴하지 않고 국가적인, 때로는 세계적인 이슈에 관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세션의 요지였습니다.

오후 5시 15분부터 페어웰 파티에 참석하였습니다. 첫째날 환영만찬(Welcoming Reception)때와 같이 스탠딩 파티로 진행되었습니다. 약 8시 경에 페어웰 파티가 끝나고 로아시아의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5. LAWASIA 총회를 통해 얻은 것

 

먼저 다양한 나라의 많은 변호사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약 80여장 정도의 명함을 교환했는데, 확실히 인상에 남아 있는 사람은 30-40명 정도입니다. 이메일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종종 연락을 하면서 정보를 교류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변호사와는 다른 모임을 통하여 만났고, 다른 몇명의 변호사들도 만날 예정입니다.

국제행사 참석은 짧은 어학연수의 효과가 있습니다. 4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영어를 듣거나 말하고 있어야 합니다. 국제행사 참석을 통해 영어실력을 조금이나마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삶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일과 가족만 챙기기 벅찼는데, 일주일 가까이 혼자 국제행사에 참여하면서, 한발 물러나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6. 국제행사에 참석 시 참고할 점

 

국제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는 발표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듣기 능력, 참석자들과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어실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생각만큼 높은 수준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국제행사에는 발표회, 오찬, 만찬회, 공식행사 후 회식 등 여러 프로그램이 있는데, 개인적인 선택에 따라 전부 참여할 수도 있고 일부만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관심분야의 발표회는 참석하여 해당분야의 전문가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이 좋고, 네트워킹을 위해서 오찬, 만찬회는 빠지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하루 종일 행사에 참석하고, 밤에는 회식까지 참여하다보면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합니다. 출국 전 어느 정도 체력을 비축하고 참석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정이 오전 9시부터 시작되므로 국제행사가 개최되는 장소에서 가까운 호텔에서(도보 10분 이내) 숙박하는 것이 좋습니다.

 

7. 결론

 

로아시아 총회를 통하여 여러 나라의 법조인들을 만나고, 법조시장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스스로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로아시아 총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부산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에 감사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