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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례

정당방위, 과잉방위에 관한 사례 소개(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고합184, 부산고등법원 2019노132, 대법원 2019도14364 판결)

정당방위, 과잉방위에 관한 사례 소개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고합184, 부산고등법원 2019노132, 대법원 2019도14364 판결)

 

 

변호사 이용민

 

 

1. 사건의 경과

 

이 사건(죄명 : 폭행치사)은 2018. 5. 13. 발생하였고, 피고인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으나 기각되었습니다. 검사는 2018. 9. 6. 기소하였고, 피고인과 변호인은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 부존재, 정당방위(형법 제21조 제1항), 과잉방위(동조 제3항)등을 이유로 무죄를 주장하였습니다. 제1심 판결은 2019. 2. 14.에 선고하였는데 형법 제21조 제3항의 과잉방위가 인정되어 무죄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이에 검사가 사실오인과 법리오해를 이유로 항소하였고, 항소심은 2019. 9. 25. 판결을 선고하였습니다. 형법 제21조 제3항의 과잉방위는 인정할 수 없고, 제21조 제2항의 과잉방위를 인정하면서 감경사유로 보아 피고인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4년, 500시간의 사회봉사를 선고하였습니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은 형법 제21조 제3항에 관한 법리오해 등을 이유로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19. 12. 12. 상고기각 판결을 하였습니다.

 

저는 위 사건의 수사단계(영장실질심사부터)에서부터 상고심까지 피고인을 변호하였습니다.

 

2. 공소사실

 

피고인과 A는 현재 연인관계에 있는 사람이고, 피해자 B는 A와 연인관계였다가 최근 A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은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8. 5. 13. 04:21경 A의 주거지에서 A와 같이 잠을 자고 있었고, 피해자 B는 A에게 4차례 전화를 하였으나 A가 전화를 받지 않자 A의 주거지로 찾아와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눌러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뒤 피고인과 A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흥분하여 욕설을 하면서 텔레비전을 집어던지고, 손바닥으로 A의 뺨을 때리고 이를 제지하는 피고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그러자 피고인은 피해자 B의 몸을 붙잡아 방바닥에 넘어뜨린 다음 바닥에 엎드려 있는 피해자 B의 머리를 왼쪽 옆구리에 끼우고 목 부위를 왼팔로 감싸안아 피해자 B를 제압한 뒤에도 계속하여 04:27경부터 경찰관이 출동할 무렵인 04:36경까지 계속 팔로 피해자 B의 목 부위를 강하게 조르는 방법으로 폭행하였다.

 

피해자 B는 그로 인하여 의식을 잃고 C대학교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다가 같은 날 18:10경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3.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해자 B는 술을 마시고 오전 4시경 A의 주거지에 무단침입하여, 잠에서 깬 피고인과 A를 폭행하였고, TV를 바닥에 던지고 씽크대에서 흉기를 찾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 피고인이 피해자 B를 제압한 뒤에도 피해자 B의 목 부위를 왼팔로 감싸안아 조르고 있었던 시간은 공소사실 기재 시간보다, 훨씬 짧았으며, 피해자의 반항 정도에 따라 그 강약을 조절하였고 계속 강하게 조른 것이 아니다.

 

피고인은 A를 통하여 경찰에 신고하면서 피해자 B의 제압을 위한 목적으로 위와 같은 행위를 하였고, 피해자에게 심장동맥경화의 기왕증이 있었으므로, 폭행치사에서의 사망의 예견가능성이 없었다.

 

피고인의 위 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A)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이므로 형법 제21조 제1항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피고인의 위 행위가 제21조 제1항의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야간 또는 기타 불안한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으로 인한 때의 행위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21조 제3항에 과잉방위에 해당한다.

 

4. 제1심 판결의 요지

 

가. 인정사실

 

(중략) 피고인은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A에게 신고를 요청하였고, 계속하여 피해자 B와 서로를 제압하기 위하여 몸싸움을 벌이다가 가까스로 피해자 B의 목 부위를 왼팔로 감싼 채 바닥에 엎드린 피해자를 누르는 자세로 제압하여 수 분 가량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피고인이 04:27경부터 04:36경까지 9분간 계속하여 강하게 피해자의 목 부위를 졸랐다고 볼 만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다.

 

나. 예견가능성 여부에 관한 판단

 

폭행치사죄는 결과적 가중범이므로 폭행치사죄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폭행의 범의 외에 사망의 결과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이러한 예견가능성의 유무는 폭행의 정도와 피해자의 대응상태 등 구체적 상황을 살펴서 엄격하게 가려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도7257 판결,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도1658 판결,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596 판결 등 참조)

 

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를 제압하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다가 함께 넘어지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피해자의 몸 위에서 왼팔로 피해자의 목을 감아 피해자를 제압하려 하였고, 피해자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자세를 바꾸지 않고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수 분 가량 피해자의 목을 감싼 팔을 풀지 않은 점, 그 과정에서 어느 시점 의식을 잃었고 이후 구급차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른 점, 피해자에 대한 부검결과 피해자의 왼쪽 갑상연골 위뿔에서 골막출혈이 동반된 골절과 눈꺼풀결막에서 점출혈 및 출혈반응 등의 소견을 보여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사 및 엎드린 자세와 연관된 압착성 질식의 기전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되고, 그 밖에 피해자의 사망원인으로 인정될 만한 특기한 손상이나 질병은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해 바닥에 엎드려 있는 피해자의 목을 팔로 감싸 상당한 힘을 가하여 졸랐고, 이러한 경우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 등으로 사람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이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있는 것이어서, 당시 피고인은 자신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 및 변호인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형법 제21조 제1항의 정당방위 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정당방위가 성립하려면 침해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에 의하여 침해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참작하여 방위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한 것이어야 하고,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으로서의 방어행위에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되나, 그 방어행위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 참조).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 B가 한밤 중에 A의 집에 침입하여 잠을 자고 있는 피고인과 A를 폭행하고 죽이겠다고 외치며 부엌 싱크대 하단 문을 뜯어 던지고 재차 폭행을 가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해 팔로 피해자의 목을 감고 뒤에서 피해자를 누른 행위는, 피고인과 A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러나 피해자의 침해행위는 일정시간 지속되고 매우 난폭했던 것임은 분명하지만 피고인 및 A의 생명 또는 신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내용 및 정도에는 이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반면, 피고인은 상당시간 피해자의 생명 또는 신체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가할 수 있는 목 부위를 팔로 조르고 바닥에 엎드린 피해자를 눌러 결국 피해자는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어느 정도 제압한 이후에는 피해자의 공격 내지 반항의 정도는 격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목 부위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는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음에도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해 보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 피해자의 침해행위의 내용 및 정도, 피고인의 방어행위의 내용, 정도 및 결과, 방어행위 전후의 정황 등을 고려하여 볼 때, 피고인의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없어 형법 제21조 제1항의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

 

라. 형법 제21조 제3항의 정당방위(과잉방위)해당 여부에 관한 판단

 

피고인의 행위가 정당방위의 범위를 넘어 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과 A는 2018. 5. 13. 04:21:55 심야에 A의 주거지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피해자는 전화연락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허락 없이 A의 주거지를 찾아와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직접 누르고 집 안으로 무단침입하여 다짜고짜 A과 피고인을 폭행하고, 죽이겠다고 칼을 찾다 싱크대 하부 문을 뜯어 던졌다.

 

사람의 주거는 개인의 사생활을 영위하는 핵심공간으로, 불이 꺼진 어두운 방 안에서 여자친구인 A와 나체 상태로 잠들어 있다 무방비 상태로 피해자의 폭행에 직면한 피고인은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리는 일면식도 없던 피해자의 침해행위에 실제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가한 폭행의 내용 및 정도, 죽여버리겠다는 말과 흉기 수색행위, 기물파손 등으로 피고인과 A가 느꼈을 위압감과 공포심의 정도는 심각한 수준이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피고인은 자신과 A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다급하게 경찰에 신고하라고 소리치고 피해자의 추가적인 공격을 막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가 피해자의 목 부위를 눌러 가까스로 피해자의 난동을 제압하였을 뿐 다른 공격행위로 나아가지 않았다.

 

피해자의 침해행위와 피고인의 방어행위는 피해자가 A의 주거지에 들어온 04:21:55경부터 A의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한 04:36경까지 약 14분 사이에 급박하게 진행되었다. 외부와 단절된 주거지 내에서 피고인이 자신과 A의 생명 및 신체를 방위하기 위해서는 계속 점증적인 내용 및 방법으로 침해행위를 해오는 피해자를 제압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고, 피해자를 풀어주는 경우 피해자가 더 난폭한 침해행위를 계속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쉽사리 피해자의 목을 풀거나 피해자의 몸을 누르던 자세를 바꾸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관이 출동하여 피해자와 떨어질 것을 지시할 때까지 피고인이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던 것을 보면, 피고인이 얼마나 큰 공포, 경악, 흥분, 당황의 절박한 심리상태에 노출되어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방위행위 전반에 있어 그 내용이나 정도를 축소, 은폐하려는 정황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은 심야에 주거지에서 피해자로부터 갑작스런 공격을 당하자 이를 피해기 위해 피해자의 몸을 잡고 넘어져 뒹굴다 팔로 피해자의 목을 감고 피해자의 뒤에서 피해자를 눌러 간신히 제압하였으나 고도의 공포, 경악, 흥분 내지 당황의 패닉상태로 인하여 경찰이 도착하기까지 일정 시간 피해자에 대한 제압을 완전히 풀거나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호조치를 하지 않아 결국 피해자가 사망하게 되는 중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므로,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행법 제21조 제3항 소정의 정당방위(과잉방위)로서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 등으로 인한 때에 해당하여 벌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마. 결론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1조 제3항의 정당방위(과잉방위)에 해당하여 범죄로 되지 아니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5. 검사의 항소이유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 원심(제1심)의 판단에는 아래와 같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형법 제21조 제3항 소정의 과잉방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1) 원심(제1심)은 A와 피고인의 진술들을 근거로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A와 피고인에게 위해를 가할 칼을 찾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는데, 위 진술들은 객관적 증거와 모순된다.

 

2)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잡고 바닥에 넘어지면서 A에게 경찰에 신고를 하라고 소리칠 무렵에는 더 이상 피해자로부터 급박한 위험이나 공포, 경악, 흥분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

 

6. 항소심 판결의 요지

 

원심의 판단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해 팔로 피해자의 목을 감고 뒤에서 피해자를 누른 행위는, 피해자가 심야에 무단으로 A의 집에 침입하여 잠을 자고 있는 피고인과 A를 폭행하면서 죽이겠다고 소리치며 부엌 싱크대 하단 문을 뜯어 던지고 다시 폭행을 가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자신과 A의 생명 또는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막기 위한 방어행위에 해당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위 인정사실에다가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보태어 보면, 피고인의 위 행위가 형법 제21조 제2항 소정의 과잉방위에 해당할 수는 있어도, 형법 제21조 제3항 소정의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아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 해당하여 피고인을 벌할 수 없는 경우에까지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다른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1) 피고인과 피해자의 몸싸움이 시작되기 전 피고인과 A는, 심야에 주거침입을 한 피해자가 극도로 흥분하여 싱크대 문짝을 집어던지거나 TV를 넘어뜨리기도 하고 심지어 흉기를 찾는 상황에서 상당한 공포, 당황을 느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위 몸싸움이 시작될 때 피고인은 피해자가 흉기를 소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고, 몸싸움 직후 피해자를 제압하였다.

 

2) 피고인은 피해자와 몸싸움을 시작하거나 적어도 피해자를 제압한 직후에는 A로 하여금 방안의 조명을 켜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어두움으로 인한 공포, 당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이나 A는 위 몸싸움 이래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9분 이상 조명을 켜지 않았다.

 

3) 통상 경부압박에 의한 질식으로 인한 사망은 호흡곤란상태(거칠게 호흡하면서 격렬하게 움직임), 정지상태(의식을 상실하여 죽은 듯이 보임), 경련상태, 약한 맥박만 뛰는 말기호흡상태 또는 무호흡상태 등을 거쳐 사망에 이르는데, 약 3-5분 사이에 이러한 과정이 진행된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였을 무렵 이미 피해자의 호흡이 없었는바, 피고인은 피해자가 제압된 후 5분 이상 목을 조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위 5분 이상 동안 중 어느 순간 피해자는 의식을 잃어 움직임이 없었을 것이다. 피해자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피고인의 공포, 당황이 계속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4) 앞서 본 바와 같이 피해자의 사망은 흉기에 의한 사망과 같이 순간적인 방어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 분 동안 이루어진 목졸림에 의한 것이다. 순간적인 방어행위로써 흉기를 휘두르는 경우와 달리 이 사건의 경우에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계속 조른 것이 수 분 동안 계속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이어야 하는데, 먼저 본 사정들을 고려하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만 32세의 건장한 체격이고, 평소 한 팔로 12kg이상의 아령을 들거나 양팔로 60kg 정도의 역기를 드는 헬스운동을 하였다. 비록 피해자가 피고인보다 키가 7cm 더 크고, 몸무게가 10kg 더 무겁다고 하여 피고인이 40세인 피해자와 비교하여 완력이 부족하거나 몸싸움에서 위협을 느낄 정도의 열세에 있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피고인은 피해자의 목을 조름으로써 피해자를 제압하였다.

 

7. 피고인의 상고

 

피고인과 변호인은 형법 제21조 제3항의 과잉방위에 대한 법리오해 등에 관하여 상고하였으나, 상고심에서는 특별한 이유는 설시하지 않고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습니다(심리불속행 기각은 아니었습니다).

 

8. 대상판결의 검토

 

제1심은 피고인의 방어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 등으로 인한 때에 해당하므로 형법 제21조 제3항의 정당방위(과잉방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책임이 조각되어 무죄를 선고하였고, 항소심은 피고인의 행위는 형법 제21조 제3항의 과잉방위는 적용되지 않고, 형법 제21조 제2항의 과잉방위에는 해당하며 처벌을 감경할 수 있을 뿐이라고 판시하였습니다.

 

항소심은 형법 제21조 제3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논거 중 일부로 1) 피고인은 피해자와 몸싸움을 시작하거나 적어도 피해자를 제압한 직후에는 A로 하여금 방안의 조명을 켜게 함으로써 피해자의 상태를 관찰하고, 어두움으로 인한 공포, 당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나 그리하지 않았다 2)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였을 무렵 이미 피해자의 호흡이 없었는바, 피고인은 피해자가 제압된 후 5분 이상 목을 조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위 5분 이상 동안 중 어느 순간 피해자는 의식을 잃어 움직임이 없었을 것이다. 피해자가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는 동안에도 피고인의 공포, 당황이 계속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3) 피해자의 사망은 흉기에 의한 사망과 같이 순간적인 방어행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수 분 동안 이루어진 목졸림에 의한 것이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계속 조른 것이 수 분 동안 계속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이어야 하는데, 먼저 본 사정들을 고려하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위 1)의 판단은 과잉방위에서의 공포, 당황에서 벗어날 책임을 공포,당황상태에 빠진 방위행위자에게 전가한다는 점에서 제21조 제3항의 적용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위 2),3)의 판단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1986. 11. 11., 선고, 86도1862, 판결에서 형법 제21조 제3항을 적용하여 과잉방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이어서 벌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적이 있는데 그 요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중략) 피고인은 그대로 두면 공소외 2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순간적으로 생각하고, 그를 구하기 위하여 마루로 뛰어나가 피해자에게 달려들어 두손으로 그의 목을 앞에서 감아 쥐고 힘껏 조르면서 뒤로 밀자, 그가 뒤로 넘어지므로 피고인도 함께 앞으로 쓰러진 다음, 그의 몸위에 타고 앉은 채로 정신없이 두손으로 계속 그의 목을 누르고 있던 중, 피고인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풀려난 공소외 2가 기절하여 쓰러져 있는 공소외 1의 상태를 살피는 등 약간 지체한 후에 피고인이 그때까지도 피해자의 몸위에서 두손으로 그의 목을 계속 누르고 있는 것을 비로소 알아차리고 “누나, 왜 이래”하고 소리치자 피고인은 그때서야 정신을 차린듯 피해자의 목에서 손을 떼면서 일어났으나, 그때 이미 피해자는 피고인의 목졸임으로 말미암아 질식된 채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던 사실 (중략) 극히 짧은 시간내에 계속하여 행하여진 피고인의 위와 같은 일련의 행위는 이를 전체로서 하나의 행위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방위의사에서 비롯된 피고인의 위와 같이 연속된 전후행위는 하나로서 형법 제21조 제2항 소정의 과잉방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당시 야간에 흉포한 성격에 술까지 취한 피해자가 식칼을 들고 피고인을 포함한 가족들의 생명, 신체를 위협하는 불의의 행패와 폭행을 하여 온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등으로 말미암아 저질러진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 (하략)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목을 감아쥐고 뒤로 넘어뜨린 이후 계속 조른 행위는, 극히 짧은 시간 내에 계속하여 행하여진 일련의 행위로 이를 전체로서 하나의 행위로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면서 그 전체 행위에 대하여 제21조 제3항을 적용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와 서로 제압하기 위한 몸싸움을 하는 행위와(또는 공소사실의 피해자의 몸을 붙잡아 방바닥에 넘어뜨린 행위)와 피해자를 제압하기 위해 팔로 피해자의 목을 감고 뒤에서 피해자를 누른 일련의 행위를 하나의 행위로 보아야 하며, 그 행위의 착수 시점에는 피고인이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 상태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상 합리적이고, 행위 도중 공포, 당황을 중단시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제21조 제3항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항소심 판결은 이 사건에서 일정시간 지속된 방위행위의 경우, 순간적인 방어행위로써 흉기를 휘두르는 경우와 달리, 피해자의 목을 계속 조른 것이 수 분 동안 계속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는데, 방위행위 동안의 공포, 경악 등 상황의 계속성을 요건으로 요구한다면, 그 요건을 불만족할 경우, 공포, 경악 등의 상황이 중단된 시점이 언제인지, 그것이 어떠한 사유로 중단되었는지 구체적으로 특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끝

 

변호사 이용민

ymlee.law@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