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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대법원판례]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 중 '사실의 적시'의 의미와 판단기준 [부산변호사]

대법원 2022. 5. 13. 선고 2020도15642 판결

[명예훼손][공2022하,1195]

【판시사항】

[1] 명예훼손죄의 성립요건인 ‘사실의 적시’의 의미와 판단 기준

[2] 동장인 피고인이 동 주민자치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열린 당산제(마을제사) 행사에 남편과 이혼한 갑도 참석을 하여, 이에 대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는 취지로 말하고, 동 주민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모임에서 ‘갑은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하여 갑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의 위 발언은 갑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고 갑의 당산제 참여에 관한 의견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본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뜻하며, 표현내용이 증거에 의한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지 아니면 의견인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표현이 이루어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2] 동장인 피고인이 동 주민자치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열린 당산제(마을제사) 행사에 남편과 이혼한 갑도 참석을 하여, 이에 대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는 취지로 말하고, 동 주민들과 함께한 저녁식사 모임에서 ‘갑은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말하여 갑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내용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위 발언을 통해 갑에 관하여 적시하고 있는 사실은 ‘갑이 이혼하였다.’는 사실과 ‘갑이 당산제에 참여하였다.’는 것으로,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평가가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갑의 이혼 경위나 사유,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 유무를 언급하지 않고 이혼 사실 자체만을 언급한 것은 갑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없고, 또한 ‘갑이 당산제에 참여하였다.’는 것도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인 사실로서 갑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은 주민 사이에 ‘이혼한 사람이 당산제에 참여하면 부정을 탄다.’는 인식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발언을 한 것으로서, 발언 배경과 내용 등에 비추어 이는 갑에 관한 과거의 구체적인 사실을 진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산제 참석과 관련하여 갑이 이혼한 사람이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서 갑의 당산제 참석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고 보아야 하는 점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위 발언은 갑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고 갑의 당산제 참여에 관한 의견표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와 달리 보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와 의견표현의 구별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307조 [2] 형법 제307조 제1항

【참조판례】

[1] 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공2000상, 885)
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8도11491 판결

【전 문】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변 호 인】 법무법인 예인 담당변호사 임준섭

【원심판결】 부산지법 2020. 10. 30. 선고 2020노1055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공소사실 요지

공소사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가. 2019. 1. 8. 자 범행

피고인은 2019. 1. 8. 오후 부산 일원에서 휴대폰을 이용하여 부산 사상구 ○○동 주민자치위원 공소외 1에게 전화를 걸어 대화를 나누던 중, 이혼한 사람 등이 당산제 행사에 참여하면 부정 탄다는 소문이 있다면서 공소외 1에게 “어제 열린 ○○동 당산제 행사에 남편과 이혼한 공소외 2도 참석을 하여, 이에 대해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 공소외 2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나. 2019. 1. 9. 자 범행

피고인은 2019. 1. 9. 저녁 무렵 부산 사상구 ○○동에 있는 상호불상의 곱창집에서 ○○동 주민자치위원회 제3대 위원장을 역임한 공소외 3 등 ○○동 주민 7~8명과 함께 식사 모임을 가지던 중 “공소외 2는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라는 취지로 말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 공소외 2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원심판단

원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혼의 경위나 사유,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 유무에 관한 언급 없이 가치중립적인 이혼 사실 자체만을 전달하는 것은 이혼이나 재혼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가 많이 사라진 요즘의 사회적 분위기상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혼한 사람이 당산제에 참석해서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다.”라거나 “이혼했다는 사람이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라는 표현은 이혼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에 더하여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표현 또는 이혼한 사람에 대한 비난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이혼한 사람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

3. 대법원 판단

원심판결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다.

가.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사실의 적시가 있어야 하고 적시된 사실은 특정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가 침해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대법원 2000. 2. 25. 선고 98도2188 판결 등 참조).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으로서 시간과 공간적으로 구체적인 과거 또는 현재의 사실관계에 관한 보고나 진술을 뜻하며, 표현 내용이 증거에 의한 증명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판단할 진술이 사실인지 아니면 의견인지를 구별할 때에는 언어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증명가능성, 문제 된 말이 사용된 문맥, 표현이 이루어진 사회적 상황 등 전체적 정황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8. 9. 28. 선고 2018도11491 판결 등 참조).

나. 기록에 따르면 다음 사실을 알 수 있다.

피고인은 부산 사상구 ○○동장이고, 피해자는 이혼한 사람으로 ○○동 △△통 통장이다. ‘당산제’는 부산 사상구 ○○동에서 매년 마을의 풍요와 평안 등을 기원하는 마을제사로서 예전에는 주민 사이에 이혼한 사람 등이 참석할 경우 부정을 탄다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현재는 누구나 참석하고 있다.

피고인은 2019. 1. 8.경 ○○동 주민자치위원 공소외 1에게 전화를 걸어 공소외 1이 ○○동 밖으로 거주지를 변경하여 주민자치위원 해촉 사유가 된다고 설명하던 중 “○○동 당산제에 참석한 주민이 ‘○○동에 살지도 않는 사람, 이혼한 사람 등이 참석한다.’고 하면서 그런 소문이 저에게 들리더라. 공소외 1 위원님이 여기에 살지 않기 때문에 해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공소외 1에게 공소사실 요지 가.항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

피고인은 2019. 1. 9. 저녁 무렵 ○○동 주민자치위원회 전 위원장인 공소외 3과 공소외 1 등 ○○동 주민 7~8명과 함께 식사 모임을 가지면서 당산제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공소사실 요지 나.항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을 위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의 공소사실 요지 가., 나.항 기재 발언(이하 ‘이 사건 발언’이라 한다)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하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하지 않고 피해자의 당산제 참여에 관한 의견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이 이 사건 발언을 통해 피해자에 관하여 적시하고 있는 사실은 ‘피해자가 이혼하였다.’는 사실과 ‘피해자가 당산제에 참여하였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발전과 가족생활의 변화에 따라 혼인 제도에 대한 사회일반의 인식도 변화하여 이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평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인식과 평가의 변화를 감안하면 피고인이 피해자의 이혼 경위나 사유,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 유무를 언급하지 않고 이혼 사실 자체만을 언급한 것은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피해자가 당산제에 참여하였다.’는 것도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인 사실로서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은 주민 사이에 ‘이혼한 사람이 당산제에 참여하면 부정을 탄다.’는 인식이 있음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발언을 한 것으로서 이혼한 피해자가 당산제에 참여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였다. 즉, 피고인은 ‘피해자의 당산제 참석을 안 좋게 평가하는 말이 많았다.’, ‘이혼한 피해자가 왜 당산제에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였는데, 발언 배경과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이는 피해자에 관한 과거의 구체적인 사실을 진술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당산제 참석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이혼한 사람이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서 피해자의 당산제 참석에 대한 부정적인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고 보아야 한다.

라.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발언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에서 사실의 적시와 의견표현의 구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정당하다.

4. 결론

피고인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노정희(재판장) 김재형(주심) 안철상 이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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