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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국민의 적극적 신청행위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대법원 2017. 6. 15. 선고 2013두2945 판결

[주민등록번호변경신청거부처분취소]〈주민등록번호가 의사와 무관하게 유출된 경우 조리상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이 인정되는지가 문제된 사건〉[공2017하,1472]

【판시사항】

 

[1] 국민의 적극적 신청행위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2] 갑 등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자신들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되자 이를 이유로 관할 구청장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구청장이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된 경우 주민등록법상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거부하는 취지의 통지를 한 사안에서,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에는 조리상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을 인정함이 타당하고, 구청장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국민의 적극적 신청행위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국민에게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

 

 

[2] 갑 등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자신들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되자 이를 이유로 관할 구청장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으나 구청장이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된 경우 주민등록법상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거부하는 취지의 통지를 한 사안에서,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된 경우 개인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나 재산에 대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고, 실제 유출된 주민등록번호가 다른 개인정보와 연계되어 각종 광고 마케팅에 이용되거나 사기,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악용되는 등 사회적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점, 반면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 그로 인하여 이미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권리구제방법을 찾기 어려운데도 구 주민등록법(2016. 5. 29. 법률 제14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점, 주민등록법령상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이 없다거나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따른 사회적 혼란 등을 이유로 위와 같은 불이익을 피해자가 부득이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는 것은 피해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은 점, 주민등록번호를 관리하는 국가로서는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 그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일률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할 것이 아니라 만약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어서 이를 허용해야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에는 조리상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을 인정함이 타당하고, 구청장의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2] 구 주민등록법(2016. 5. 29. 법률 제14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참조판례】

[1]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두20638 판결(공2009하, 1658)

【전 문】

【원고, 상고인】원고 1 외 2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동서양재 담당변호사 김한주 외 4인)

【피고, 피상고인】서울특별시 성북구청장 외 2인

【원심판결】서울고법 2013. 1. 17. 선고 2012누16727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별도의 입법 전까지 현행 주민등록법령에서 허용한 주민등록번호 정정 외에 해석상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권을 인정할 수 없고, 또 조리상 신청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각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모두 부적법하다고 판단하여 이를 모두 각하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1) 국민의 적극적 신청행위에 대하여 행정청이 그 신청에 따른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거부한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신청한 행위가 공권력의 행사 또는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이어야 하고, 그 거부행위가 신청인의 법률관계에 어떤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하며, 그 국민에게 그 행위발동을 요구할 법규상 또는 조리상의 신청권이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두20638 판결 참조).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인용한 제1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의 각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원고 1, 원고 2는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즈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네이트와 싸이월드의, 원고 3은 인터넷 사이트 옥션의 각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하여 자신들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되었다.

② 원고들은 위 주민등록번호 불법 유출을 이유로 2011. 11.경 각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인 피고들에게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줄 것을 신청하였는데, 피고들은 그 무렵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된 경우 주민등록법령상 변경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 주민등록번호 변경을 거부하는 취지의 통지를 하였다.

③ 원고들은 원심 계속 중인 2012. 12. 3. 주민등록법 제7조 제3항제4항 등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서울고등법원 2012아506호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는데 2013. 1. 17. 각하 결정이 내려지자, 2013. 2. 27. 위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헌법재판소 2013헌바68호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④ 헌법재판소는 2015. 12. 23.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주민등록법 제7조는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원고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주민등록법(2007. 5. 11. 법률 제8422호로 전부 개정된 것) 제7조는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은 2017.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선고하였다.

⑤ 2016. 5. 29. 법률 제14191호로 개정된 주민등록법(시행일자 2017. 5. 30.)은 제7조의4(주민등록번호의 변경), 제7조의5(주민등록번호변경위원회) 등 규정들을 신설하여 유출된 주민등록번호로 인하여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위해를 입거나 입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등의 일정한 경우에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3) 피해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주민등록번호가 불법 유출된 경우 개인의 사생활뿐만 아니라 생명·신체에 대한 위해나 재산에 대한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고, 실제 유출된 주민등록번호가 다른 개인정보와 연계되어 각종 광고 마케팅에 이용되거나 사기, 보이스피싱 등의 범죄에 악용되는 등 사회적으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 그로 인하여 이미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수 있는 피해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권리구제방법을 찾기 어려운데도 구 주민등록법(2016. 5. 29. 법률 제141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서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런데 주민등록법령상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관한 규정이 없다거나 주민등록번호 변경에 따른 사회적 혼란 등을 이유로 위와 같은 불이익을 피해자가 부득이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보는 것은 피해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측면에서 타당하지 않다. 주민등록번호를 관리하는 국가로서는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 그로 인한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보완하여야 할 의무가 있으며, 일률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할 수 없도록 할 것이 아니라 만약 주민등록번호 변경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면 그 변경에 관한 규정을 두어서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피해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우에는 조리상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요구할 신청권을 인정함이 타당하고, 피고들의 이 사건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 거부행위는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에 해당한다.

(4)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들에게 주민등록번호의 변경을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소를 모두 각하하였다.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주민등록번호 변경신청 거부행위의 처분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김창석 조희대(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