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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사례

[부산형사변호사] 형사비용보상에 관하여

형사비용보상에 관하여

 

변호사 이용민

 

1. 들어가며

 

형사재판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피고인은 재판과정에서 지출한 변호사보수, 교통비, 일당 등을 국가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구속여부에 따라 사건명이 다릅니다. 구속피고인은 형사보상신청을 할 수 있고, 불구속피고인은 비용보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구속피고인은 대부분 형사보상을 신청하지만, 불구속 피고인은 비용보상을 신청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습니다. 최근 기사는 아닙니다만 2012년도 법률신문 기사에 의하면 전국법원의 비용보상 신청사건은 4년간 73건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피고인들이 절차를 잘 알지 못하고 있거나, 신청해도 보상금액이 크지 않기에 신청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2015년도 법률신문기사도 있는데, 무죄사건 수 대비 신청사건수의 비율이 1% 미만이었다고 합니다.

 

필자도 항상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피고인들에게 비용보상신청을 하라고 안내합니다. 그러나 상당한 기간이 지나 비용보상신청을 했는지 전화로 확인하면 모두가 신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민한 끝에 개인적으로 비용보상 청구의 실익이 있다고 판단한 몇 건의 사건을 신청을 하였고 최근 1건의 결정을 받았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2. 무죄판결의 확정

 

피고인은 폭행의 공소사실로 부산지방법원 2014고약306XX로 벌금 50만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고 이에 부산지방법원 2015고정3XX호로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2015. 5. 20. 위 법원으로 무죄판결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부산지방법원 2015노17XX로 항소하였으나 항소심 법원은 2015. 8. 28.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고, 위 판결은 2015. 9. 5. 확정되었습니다.

 

필자는 위 사건의 1심에서는 국선변호인, 항소심에서는 사선변호인으로 선임되어 피고인을 변호하였습니다.

 

3. 비용보상의 청구

 

가. 비용보상청구권의 발생 - 무죄판결의 확정

 

형사소송법에 의한 재판절차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자는,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2항에 정해진 보상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한, 국가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에 의하여 재판에 소요된 비용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나. 비용보상청구를 할 수 없는 경우

 

1) 형사소송법 제194조의 2의 예외사유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더라도, 아래 예외사유가 없는지 검토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제194조의2(무죄판결과 비용보상)
국가는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당해 사건의 피고인이었던 자에 대하여 그 재판에 소요된 비용을 보상하여야 한다. 다만,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상하지 아니할 수 있다.
1. 피고인이었던 자가 수사 또는 재판을 그르칠 목적으로 거짓 자백을 하거나 다른 유죄의 증거를 만들어 기소된 것으로 인정된 경우
2. 1개의 재판으로써 경합범의 일부에 대하여 무죄판결이 확정되고 다른 부분에 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3. [형법] 제9조 및 제10조 제1항의 사유에 따른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4. 그 비용이 피고인이었던 자에게 책임지울 사유로 발생한 경우

 

1호 내지 3호는 요건이 비교적 명백하나, 4호의 적용이 문제일 것 같습니다.

 

2) 형사소송법 제194조의 3 제척기간의 도과

 

구 형사소송법 제194조의3 제2항은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형사비용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습니다.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제척기간 도과의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되었지만, 2015년 이전의 구 형사소송법상 제194조의3 제2항 비용보상의 제척기간이 6개월이라 아차 하는 사이에 제척기간이 도과하여 비용보상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아래와 같이 구 형사소송법 제194조의3 제2항에 대하여 합헌결정을 하였습니다.

 

 
헌재 2015. 4. 30. 2014헌바408 등, 공보 제223호, 698 [합헌]
 
【판시사항】
가.비용보상청구권의 제척기간을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6개월로 규정한 구 형사소송법(2007. 6. 1. 법률 제8496호로 개정되고 2014. 12. 30. 법률 제1289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4조의3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재판청구권 및 재산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이 사건 법률조항이 형사보상청구권자나 국가배상청구권자와 비용보상청구권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소극)
 
【결정요지】
제척기간을 규정한 것은 비용보상에 관한 국가의 채무관계를 조속히 확정하여 국가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비용보상청구권은 그 보상기준이 법령에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어 비용보상청구인은 특별한 증명책임이나 절차적 의무의 부담 없이 객관적 재판 진행상황에 관한 간단한 소명만으로 권리의 행사가 가능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규정된 제척기간이 현실적으로 비용보상청구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한 곤란을 초래할 정도로 지나치게 짧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을 통해 달성하려고 하는 비용보상에 관한 국가 채무관계를 조기에 확정하여 국가재정을 합리적으로 운영한다는 공익이 청구인 등이 입게 되는 경제적 불이익에 비해 작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워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청구인의 재판청구권 및 재산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
 
나.형사소송법상 비용보상청구권은 입법자가 사회적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사법절차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한 구제범위를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형성된 권리로서, 헌법적 차원에서 명시적으로 요건을 정해서 보장되어 온 형사보상청구권이나 국가배상청구권과는 기본적으로 권리의 성격이 다를 뿐만 아니라, 형사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의 판단과 선택에 따라 지출한 비용을 보상한다는 점에서, 인신구속이라는 피해를 당한 사람에게 구금기간 동안 발생한 재산적ㆍ정신적 손해에 대한 보상을 목적으로 한 형사보상청구권이나 국가의 귀책사유로 인한 손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배상청구권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입법자가 비용보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청구기간을 정하면서 국가배상청구권이나 형사보상청구권보다 짧은 기간만 허용하였다고 하여 이러한 차별취급이 합리적 이유 없는 자의적 차별이라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
 

 

다행히 위 법 조항은 2014. 12. 30. 개정되어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무죄판결이 확정된 날로부터 5년’으로 연장되어 제척기간 도과에 대한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2014. 12. 30.이전의 무죄판결은, 구 형사소송법을 적용하고, 그 이후의 무죄판결은 현행 형사소송법 제194조의3 제2항을 적용하면 될 것입니다.

 

다. 비용보상신청서의 작성

 

위에서 살펴보았듯이 형소법 제194조의 2 내지 3의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비용보상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비용보상신청서는 특별한 양식은 없지만, 대상 형사사건의 각 심급별 진행경과를 기재하고, 비용보상의 범위를 각 항목별로 기재하면 됩니다. 일당, 변호사비, 교통비 정도의 항목으로 나누어 기재하면 될 것입니다. 소명자료로는 각 심급별 판결정본, 확정증명서, 변호사비용과 관련된 현금영수증 또는 세금계산서, 교통비 영수증 등을 첨부하면 됩니다.

 

라. 비용보상신청 사건의 진행 절차

 

청구인은 2016. 5. 18. 부산지방법원에 비용보상신청서를 접수하였습니다. 비용보상 사건은 형사합의부에서 소송비용확정신청사건과 유사하게 서면심리 후 결정 합니다. 사건명은 ‘비용보상’, 사건부호는 ‘초기’입니다. 위 사건은 부산지방법원 형사6부에 배당되어 진행되었습니다.

 

청구인은 수일 후 법원으로부터 의견요청서를 송달받았습니다. 의견요청서는 비용보상 청구금액과 관련하여 추가적으로 제출할 소명자료가 있다면 제출하라는 서류입니다.

 

2016. 5. 24. 검사가 의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의견서를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비용보상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과다하므로 감액을 해야 한다는 취지였을 것입니다.

 

2016. 6. 29. 비용보상인용결정이 내려졌고 청구인에게는 2016. 7. 4. 송달되었습니다. 법원의 비용보상결정에 대하여는 즉시항고가 가능합니다. 청구인이 결정금액에 수긍하여 즉시항고는 하지 않아 위 결정은 확정되었습니다.

 

신청일로부터 결정을 받은 날까지 약 45일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아래 위 사건 결정 내용 요지를 소개합니다.

 

4. 비용보상 결정문 내용 요지(부산지방법원 2016초기1483 비용보상)

 

가. 비용보상청구권의 발생

 

(형사사건 사실관계 생략) 청구인은 형사소송법에 의한 일반절차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는 바, 기록상 위 사건은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2항에 정해진 보상하지 아니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청구인은 국가에 대하여 형사소송법 제194조의2 제1항에 의하여 재판에 소요된 비용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나. 비용보상의 범위(재판에 소요된 비용에 대한 보상)

 

1) 형사소송법 제194조의4 제1항,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2항,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규칙 제2조에 따르면, 피고인이었던 자에 대하여는 대법관회의에서 정한 증인 일당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데, 피고인이 공판 등 기일에 출석한 2015년도 대법관 회의에서 정한 형사사건의 증인 일당은 50,000원이다.

 

이에 따라 산정된 청구인에 대한 일당은 300,000원(일당50,000원X 출석횟수 6회)이다.

 

2) 형사소송법 제194조의4 제1항, 형사소송비용등에 관한 법률 제8조 제2항, 형사소송비용 등에 관한 규칙 제6조, 대법원의 국선변호에 관한 예규 제14조 제1항에 따르면, 변호인이었던 자에 대한 보수는 국선변호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는데, 국선변호인의 보수는 매년 예산의 범위 안에서 대법관회의에서 정하여 심급별로 지급하되, 사안의 난이, 국선변호인이 수행한 직무의 내용, 사건처리에 소요된 시간 등을 참작하여 예산의 범위 안에서 당해 재판장이 대법관회의에서 정한 보수액의 5배의 범위까지 이를 증액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대법관회의에서 정한 2015년도 제1심 형사합의공판사건 국선변호인의 기본보수는 건당 400,000원, 나머지 형사공판사건 국선변호인의 기본보수는 건당 300,000원이다.

 

위와 같은 관련 규정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의 난이도, 변호인이 항소심에서 각 수행한 직무의 내용 및 난이도, 사건처리에 소요된 시간 등을 참작하면 국가가 청구인에게 보상하여야 할 변호인에 대한 보수는 1,500,000원(300,000원의 5배 증액)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다. 결론

 

그렇다면, 국가는 청구인에게 형사비용보상금으로 1,800,000원(일당 300,000원+변호인의 보수 1,500,000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 마치며

 

이 사건 비용보상결정에 의하면, 비용보상 청구인이 받을 수 있는 돈은 공판기일 출석일수 * 50,000, 사선변호인 보수 중 일정금액(각 심급별로, 형사단독사건의 경우 최대 1,500,000원, 합의부사건의 경우 2,000,000원), 교통비로 보여집니다.

 

위 기준에 따르면, 무죄확정판결을 받은 자가 사선변호인을 선임하지 않는다면 비용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통상 수십만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항소심에서 사선변호인 선임을 하지 않았다면, 결정금액은 300,000원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본인이 직접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고 변호사나 법무사의 대서 보수를 지급한다면 남는 돈이 없을 정도입니다.

 

무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수사를 받는 시점부터 무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오랜 기간 동안 심리적 고통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국가가 보상하는 비용은 너무나 적은 것으로 보입니다. 현실적인 기준으로 기준을 새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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